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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변은 금이고, 침묵은 똥이다
[글케치북] '불공정'에 탄식만 하는 당신에게
2019년 12월 17일 (화) 12:24:12 임세웅 기자 sewoongim@naver.com
   
▲ 임세웅 기자

프로타고라스는 1년 수업료로 2탤런트를 받았다. 당시 1탤런트가 군함 한 척 값이었다고 하니, 오늘날 노량진과 대치동 1타 강사들도 두 수는 접어야 할 강의료다. 귀족들이 이렇게 비싼 자녀 수업료를 지급했던 것은 그가 당대 최고의 ‘소피스트’였기 때문이다. 소피스트는 청중을 휘어잡는 화술을 가르친다. 말 잘하는 기술을 1년간 가르치는 데 군함 두 척 값이 들어갈 만큼, 아테네인들은 달변의 중요성을 알았다.

우리는 그리스와 달리 소피스트를 거부한다. ‘궤변론자’라는 번역에서 말하기를 좋지 않게 여기는 심리를 엿볼 수 있다. 내 기억을 더듬어보면 말하기를 부정하고 침묵을 긍정하는 교육을 받았다. 초등학교 시절, 조금만 시끄러워지면 담임선생님은 ‘침묵은 금이요, 웅변은 은이다’라는 토머스 칼라일의 격언을 인용하곤 했다. 중학생 때는 자의식 강한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독특한 질문을 하거나 통제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머리가 굵어지자 한 교수님은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전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나는 머리는 굵어졌지만, 세상은 얄팍하게만 알았기에 침묵을 유지했다.

침묵은 기존 질서에 받아들여지기를 기다리는 자의 태도다. 사회 질서나 구조를 알게 된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기존 질서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연차만 채우면 계급이 올라가는 군대에서 이를 알았다. 낮은 직급일 때 암암리에 받았던 폭력이 싫어 구조를 바꾸고 싶었지만, ‘잘 몰라서’ 침묵했다. 병장이 되자 후임이 말을 듣게 하는 가장 쉬운 ‘관리법’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 관리법을 싫어했지만, 바꿀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내가 관리할 수 없는 것에 개입하는 것이 귀찮기도 했거니와 잘 몰랐기 때문이다. 폭력의 아픔이 생생했기에 내가 챙길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폭력을 쓰지 않았을 뿐이다. 다른 곳의 후임이 폭력 사태를 상급부대에 고발하고 나서야 부대 내 폭력은 사라졌다.

   
▲ 기존 질서에 받아들여지기만을 원하는 자에게, 침묵은 금이다. ⓒ pixabay

세상은 말해야 바뀐다. 서지현 검사가 말하자 검사 조직 질서는 조금이나마 바뀌기 시작했다. 혜화역에서 여성들이 말하자 남성 중심 권력 구도가 개편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건 침묵이 아니라, 말이다. 고대 그리스인은 군함 두 척을 살 돈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높은 가능성을 산 것이다. ‘침묵’하라고 말하던 이들도 모두 알고 있었으리라.

나도 지금 이 글을 통해 말한다. 세상을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이는 말을 해야 한다. 말을 많이 하고 잘해야 한다. 침묵은 노예의 태도다. 웅변이 주인의 태도다. 세상은 말하는 자의 것이다. 침묵하는 자의 것이 아니다.


편집 : 정소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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