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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용하려 바쁜 청년들 불러 모았나”
[여론광장] 국회의원도 없는 ‘국회 청년공론장’
2019년 11월 27일 (수) 01:26:10 임지윤 기자 dlawldbs20@naver.com

“이렇게 많은 청년들 모아놓고 뭐 하자는 겁니까? (행사 주최한) 국회의원들이 다 자리를 뜨면 지금 우리가 내는 목소리는 누구한테 전달하나요?”(제갈민∙27)
“총선 대비용으로 청년들이 이용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정재홍∙28)

2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청년 사회 칸막이 걷어차기’ 행사장. 정은혜∙김세연∙김현아∙이태규 의원이 ‘불공정 불평등 대화단절 원인과 대책’을 주제로 개최한 ‘국회 청년공론장’은 청년들의 항의와 화난 목소리로 시작됐다. 주최한 의원들마저 아예 불참하는가 하면 뒤늦게 참석하거나 인사말만 하고 자리를 떴기 때문이다.

   
▲ 25일 국회서 열린 ‘청년 사회 칸막이 걷어차기’ 행사에서 김병민(24) 씨가 칸막이 극복을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청년들 목소리를 들어야 할 국회의원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고 ‘내빈석’은 텅 비어 있다. ⓒ 임지윤

‘대화단절 원인 듣겠다’며 불참한 국회의원들

이날 행사에는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린 네 의원 중 더불어민주당 정은혜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 둘만 참석했다.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해외출장을 이유로 아예 불참했고,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은 행사 마치기 한 시간 전쯤 나타나 인사말만 하고 사라졌다. 그나마 행사 시작 때 참석한 두 의원은 인사말을 하고 사진만 찍은 뒤 자리를 뜨려 하자 직장에서 연차 휴가까지 내고 참석한 제갈민(27) 씨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할 말이 있습니다. 이 자리가 청년 사회 칸막이를 걷어 내자고 모인 자리인데 국회의원 분들이 다 가시면 어떡합니까? 이렇게 많은 청년을 모아 놓고 뭐 하자는 겁니까? 의원님들이 다 자리를 뜨면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목소리는 어떻게 전달하나요?”

공동주최자인 한국공론포럼 박태순 대표가 “의원님들이 뒤에 행사도 있고 그러니 양해 부탁드린다”며 “그래도 이렇게 장소 빌려주시고 행사지원도 해주셨으니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고 하자 제갈 씨가 다시 맞받았다. 

“아니 장소(국회)는 우리가 쓸 수 있는 공간 아닌가요? 자리를 마련해준 건 고맙지만 끝까지 있어야 우리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거 아닙니까?”

제갈 씨의 항변에도 의원들은 슬며시 자리를 떠버렸고, ‘대화 단절의 원인과 대책’을 듣겠다며 열린 행사는 대화를 들어야 할 국회의원은 한 사람도 없이 대화가 단절된 채 진행됐다.

   
▲ 더불어민주당 정은혜 의원은 “다음 행사가 있어서 함께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고 보좌관을 통해 듣겠다고 한 뒤 자리를 떴다. ⓒ 임지윤

“청년 목소리 반영할 국가기관 소통창구 부족” 

청년 참석자들은 자신들끼리만 대화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었다. 50여 명 청년들이 8명씩 7조로 나뉘어 의견을 발표하고 토론을 했다. 첫 번째 토론 내용은 ‘청년 사회 칸막이 발생 원인’이었다. 청년들은 그동안 쌓아온 분노를 터뜨리듯 자신들이 겪은 ‘칸막이’를 얘기했다. 주요 쟁점은 ‘조국 사태’ 이후 화두가 된 ‘공정’ 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나이, 성별, 학력, 학벌, 지역 등에서 오는 차별 대우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취업이나 입시 과정에서 느끼는 차별과 불통 불공정 등이 많았다. 행사에 참석한 이주복 씨는 “대학을 어디 다니는지에 따라 자기가 지원할 수 있는 일자리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며 “이게 과연 공정한 사회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설문에 참여한 청년 45명 중 14명(31.1%)은 ‘소통의 부재와 무관심’을 청년 사회 칸막이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세대 간 소통이 힘들며 청년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반영하는 국가기관 소통 창구가 부족하다는 점이 많이 지적됐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참여한 정연우(33) 씨는 “대학부터 직장까지 우리 사회는 상명하복식 소통구조가 만연해 있다”며 “청년세대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하향식 소통이 아닌 쌍방향 소통구조로 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유교 문화에서 비롯된 계급주의가 아직도 사회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행사 시작 전(위)과 후(아래)에 찍은 두 사진. 시작할 때는 정은혜∙김현아 두 의원이 보였지만 끝날 때는 아무도 없었다. ⓒ 임지윤

청년이 느끼는 ‘칸막이’ 원인은 ‘소통 부재’

   
▲ 25일 국회서 열린 ‘청년 사회 칸막이 걷어차기’ 행사 중 ‘칸막이 제거를 위한 정책 과제’를 발표중인 권재욱(21) 한국웹툰협동조합 이사장. ⓒ 임지윤
   
▲ ‘청년 사회 칸막이 원인은?’ 설문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박태순(56) 한국공론포럼 대표. ⓒ 임지윤

지민구 씨는 “수평적 소통을 위해서는 기성세대가 권력을 청년과 나눠야 할 텐데 과연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권력을 나누자는 것을 ‘사회주의’로 배워왔고 그런 것을 주장하는 사람을 ‘빨갱이’라고 프레임을 씌우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청년들이 사회에 만연한 ‘칸막이’를 없애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권재욱(21) 한국웹툰협동조합 이사장은 “청년 사회의 가장 큰 칸막이는 ‘소통 부재’라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기성세대와 청년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기성세대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청년이 미숙해서 혼자서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을 기성세대가 거둬들이고 청년을 믿고 목소리를 경청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의 정치 참여가 원활해지도록 선거공탁금을 낮추거나 없애 줬으면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이 밖에도 ‘다름’을 포용하지 못하는 ‘무관용 사회’(20%), 수도권에 일자리가 편중되는 ‘불평등 사회’(17.8%), 부모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많은 사교육비를 투입하며 자녀 입시교육에 매달리지만 효율은 낮은 ‘고비용 저효율 사회’(17.8%), 나이 등 수직적 구조가 만연한 ‘위계 사회’(13.3%) 등이 청년 사회 칸막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 행사에 참여한 50여 명 청년들은 자기 경험을 토대로 청년이 사회로 나아가는 데 발목을 잡는 칸막이의 원인을 다양하게 분석했다. ⓒ 임지윤

언제쯤 칸막이가 문처럼 느껴질까 

2부 행사에서는 ‘청년 사회 칸막이를 제거하기 위한 정책 과제는 어떤 게 있는가’를 두고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년협의체 구성’ ‘청년을 위한 금융 지원 상품 다양화’ ‘청년 정치인 배출’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가장 많은 청년이 공감한 대안은 주거, 교육 인프라, 취업과 창업 공간 마련, 양질의 국내 일자리 창출 등 ‘삶의 여건 개선(32.5%)’과 공론장 제도화, 청년에게 선거공탁금 비율을 낮추는 등 ‘청년 정치 참여 활성화’(32.5%)’였다. 이 밖에도 청년이 모일 수 있는 기구를 상설하자는 의견(22.5%)과 현실적으로 실효성 있는 법률을 내자는 의견(12.5%)이 뒤를 이었다.

   
▲ 행사가 끝나기 1시간 전쯤 참석한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 이날 행사를 주최한 국회의원 넷 중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이는 한 사람도 없었다. ⓒ 임지윤

청년 장애인에게는 이번 행사 자체가 ‘칸막이’였다. 시각장애를 가진 이성훈(26) 씨는 “활동보조인이 있어서 직접적인 제약은 겪지 않았으나 전자 투표나 PPT 발표 등은 혼자 왔으면 참여할 수 없는 방식”이라고 진행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온 장애인도 곳곳에 있었는데 발을 들고 단체 사진 찍자는 주최 측도 배려심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행사 막바지에 참석한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은 “기성 사회에 무비판적으로 종속되지 말라”며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한 동원 수단으로 청년을 이용하지 않고 진지하게 여러분들과 대화의 장에 서도록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바쁜 청년들을 불러 모아 놓고는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거나 인사말만 하고 사라져 버린 국회의원들의 행태야말로 이 의원 스스로 말한 대로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한 동원 수단으로 청년을 이용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보수·진보의 기울어진 언론 지형과 극성스런 가짜뉴스 등으로 건전한 여론형성이 힘든 사회입니다. 제대로 이슈화가 안 되니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갈등이 잠복하는, 이른바 ‘Non-issue, Non-decision Society’가 바로 한국입니다. 주요 정책이나 법을 결정할 때 공론화 또는 숙의 과정이 한국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학계 또는 소수자의 건강한 목소리조차 기성 언론은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네이버> <다음> 포털과도 뉴스검색제휴를 한 <단비뉴스>가 여러분의 목소리를 확성하는 [여론광장]을 개설합니다. 자료를 미리 보내주시면 취재에 도움이 됩니다. (편집자)

편집 : 임지윤 기자

[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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