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아버지는 딱 한 번 내 남동생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어릴 때, 동생이 내 아랫배를 발로 찬 적 있다. 부모님에게 피해사실을 상세히 일러바치자 아버지가 동생 뺨을 때렸고 나조차 당황했다. 잘못한 건 동생만이 아닌데, 나는 아무 잘못 없는 양 아버지에게 보호받은 게 미안했다. 한동안 동생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우리 둘 사이가 회복된 건, 내가 부모님에게 싸움의 전말을 제대로 설명하고 난 뒤였다.
‘오보’는 취재 대상을 향한 폭력이다. 그러나 제대로 책임지고 정정보도를 하는 한국 언론은 거의 없다. 무지막지한 언론 행태에 시민들이 비판을 쏟아낸다. 언제든 자신이 직간접 피해자가 될 수 있어서다. ‘언론 뭇매’에 검찰과 법무부도 가담했다. 최근 법무부가 오보를 낸 기자를 검찰청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훈령을 발표했다가 기자들 반발에 부닥쳤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은 오보 기자의 검찰청 출입 제한 조항을 삭제하는 등 일부 수정을 거쳐 12월 1일 시행에 들어갔다.
일반 시민이라면 신문과 방송을 취사선택해서 소비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은 중요한 뉴스 소스이기에 일종의 ‘공동 생산자’다. 오보를 낸 언론사라고 해서 공직사회가 이들과 연결고리를 잘라버리는 게 합당한 일일까? 공급자 편의주의에서 나온 ‘갑질’이다. ‘오보’라는 약점을 잡아 언론을 묶어 두려는 건 아닐까?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언론은 ‘감시견 역할’ 대신 자기방어에도 급급한 처지가 되고 만다. 검찰과 법무부는 자연스레 상위 권력에 머물 수 있다. 행정관청이 비밀주의와 보신주의에서 벗어나 정당한 절차에 따라 공익을 위한 정보를 제때 내놓았더라면 무리한 취재경쟁도 없었을 터이다.
물론 언론의 문제도 심각하다. 보도 가치가 없는 ‘혐의내용’까지 시시콜콜 공개해 혐의자의 인격을 말살하는가 하면 검찰이 흘리는 ‘피의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보도해 재판도 하기 전에 피의자를 범죄자로 몰고 간 사례도 많다. 실은 ‘피의사실 공표죄’라는 죄목도 이름을 잘못 붙였다. 검찰의 수사내용은 재판에서 한쪽 당사자 주장일 뿐인데 ‘사실’(fact)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과분하다. MBC <PD수첩>이 검찰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파헤치자, 대법원 출입기자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한다. KBS MBC <한겨레> <경향> 기자는 가담하지 않았다. <PD수첩>이 일부 과장보도를 했다 하더라도 상당수 대법원 출입기자들이 그렇게 대응할 일인지는 납득할 수 없다. 기자는 글과 말로 사실 여부를 따지는 직업이다. 지금까지 보도에 반성할 부분도 많았다는 점에서 자기성찰부터 했더라면 그들의 항변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도 늘었을 텐데 안타깝다.
편집 : 김지연 PD
단비뉴스 기획탐사팀 최유진입니다.
해야 할 말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