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양특강]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주제 ① 뮤지컬의 이해와 창의적 발상

▲ '뮤지컬의 이해와 창의적 발상’을 주제로 강연하는 원종원 교수. ⓒ 김정민

"인류 역사상 입장권 사서 보는 문화상품 중에 단일 작품으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콘텐츠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디즈니가 만들었던 <라이온 킹>입니다. 2위도 뮤지컬입니다. 바로 <오페라의 유령>입니다. 제가 인터넷에서 마지막 본 기록에 따르면 8조 9000억원에 이릅니다. 3위는? 3위 정도는 영화겠지? 아닙니다. 3위도 뮤지컬입니다. <캣츠>입니다. 약 8조 7000억원을 상회한다는 기록까지 봤습니다. 더 놀라운 것? 끝난 기록이 아닙니다. 지금도 벌고 있습니다"

원종원 순천향대학교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에서 '뮤지컬의 이해와 창의적 발상'을 주제로 강연했다. 원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뮤지컬 전문가다. 교수, 뮤지컬 칼럼니스트뿐 아니라, 뮤지컬연구소 '원종원 뮤지컬랩(WonLab)' 소장이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 수많은 뮤지컬이 그의 소개를 통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원 교수는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학생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뮤지컬과 사랑에 빠졌다. 그는 언론인 출신 뮤지컬 전문가다. KMTV(코리아음악방송)에서는 PD로, <스포츠투데이>와 <파이낸셜뉴스>에서는 기자로 활동했다. 지금도 TBS(교통방송)에서 <공연에 미치다> 진행자로서 각종 공연들을 소개하고 있다.

▲ 원종원 교수가 뮤지컬 탄생 과정을 통해 뮤지컬과 오페라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 김정민

공연장 뒤에 음료와 음식이 있는 이유

뮤지컬은 산업혁명 이후 등장했다. 뮤지컬은 라디오나 텔레비전이 없던 1800년대, 노동자들은 뮤지컬로 여가생활과 대중문화를 즐겼다. 그들이 작은 식당이나 술집에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즐기던 뮤지컬은 극장식당이나 대규모 공연장으로 무대를 옮겨갔다.

원 교수는 지금도 영국 같은 유럽이나 미국의 오래된 공연장 객석 뒤에는 음료와 음식을 파는 공간이 있는데, 그게 바로 뮤지컬의 탄생과 관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래를 못 부르면 먹던 음식을 무대로 집어 던졌는데 고양이 시체를 던진 사람도 있었다"며 "예나 지금이나 공연 좋아하는 사람들은 준비가 철저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 공연장에는 음료수와 음식 반입이 안 되는 데가 많지만, 영국이나 뉴욕은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맥주, 포도주를 마시며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이 많다고 했다.

원 교수는 뮤지컬과 오페라, 연극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오페라를 할아버지로, 뮤지컬을 손자로 비유했다. 그는 "뮤지컬 하면 연극의 시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잘못된 것"이라며 "오페라에서 현대음악으로 파생된 장르가 뮤지컬"이라고 설명했다.

오페라는 가수, 뮤지컬은 배우

오페라와 뮤지컬은 공연 기간과 가격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오페라 공연은 정해진 기간에만 열리는 까닭에 뮤지컬보다 입장료가 비싸다. 반면 뮤지컬은 '오픈 런'(open run)이라서 공연 종료 날짜가 정해져 있지 않다. 인기 있는 작품은 수십 년 간 무대에 올려진다. <레미제라블>은 30년 넘게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볼 수 있는 이유다. 오페라와 뮤지컬에 쓰이는 음악과 용어도 다르다.

"'이야기가 있는 음악’이냐 ‘음악이 있는 이야기’냐? 말장난 같지만 좀 다르죠,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오페라와 뮤지컬이 구분됩니다. 방점을 음악에 두는 건 오페라, 이야기에 두는 건 뮤지컬이죠. 그래서 오페라 무대에 서면 ‘오페라 가수’, 뮤지컬 무대에 서면 ‘뮤지컬 배우’라 부르는 겁니다.”

▲ 기자나 PD를 지망하는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 김정민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뿌리

1920년대 텔레비전이 발명되면서, 뮤지컬이 영화로 제작됐다. 소리가 나오지 않는 무성영화에서 소리가 나오는 유성영화로 제작되면서다. 최초 유성영화는 1927년에 나온 뮤지컬 영화 <재즈 싱어>다. 원 교수는 공연은 그날 밤 공연장에 간 사람만 볼 수 있지만, 이를 영상으로 담아 필름만 복제하면 세계 곳곳에서 동시 상영할 수 있어 적은 인건비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1960년대에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뮤지컬을 영화로 제작하는 '붐'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1961년 개봉한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원작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얘기를 현대 뉴욕 갱단 이야기로 각색한 것이다. <마이페어 레이디>(1964) <메리 포핀스>(1964) <사운드 오브 뮤직>(1965)도 마찬가지다. <사운드 오프 뮤직>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음악인 '에델바이스'는 오스트리아 민요가 아니다. ‘에델바이스’는 뮤지컬 리허설 도중 만든 뮤지컬 음악이다.

원 교수는 1950년대 이후 뮤지컬 영화가 공연장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등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면, 2000년대 뮤지컬 영화는 차별화로 전략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카고를 뮤지컬과 영화 버전으로 각각 보여주며, 영화가 뮤지컬보다 사회적 풍자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가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 역할을 했다"며 "무대를 본 사람은 영화의 파격이 궁금해서 영화관에 가게 되고, 영화를 본 사람은 무대의 순수한 예술성이 궁금해서 공연장을 찾아가게 되는 관계가 형성되는 아주 흥미로운 사례"라고 평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2학기 [인문교양특강]은 원종원 안치용 이택광 김용락 권순긍 조문환 정희진 조효제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권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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