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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으려면 색깔 있는 글 쓰세요”
[사회교양특강]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성일권 한국어판 발행인
주제 ② 이데올로기적 글쓰기
2019년 09월 16일 (월) 23:13:59 박서정 기자 조현아 PD joninja@naver.com

“현대 들어서 이데올로기 지형이 복잡하게 진화했습니다. 글을 쓰는 데 정답은 없어요. 하지만 (현대 이데올로기 지형을) 이해하면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성일권 한국어판 발행인은 두 번째 주제인 ‘이데올로기적 글쓰기’ 강연을 시작하며 도표를 제시한 뒤 수강생들에게 한국 유력 언론사와 정당의 사상적 좌표가 어디쯤일지 찍어보게 했다.

   
▲ 이 표는 성일권 발행인이 원활한 강의를 위해 단순화한 것이다. 용어의 의미는 한국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것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성일권 발행인이 설명했다. ©️ 성일권, 김지연

성 발행인은 현대에도 각 매체가 이데올로기적 지향점을 가진다며, 경제성장과 복지, 생산성과 고용, 공동체와 개인, 환경과 개발 등 다양한 쟁점에서 매체의 논조가 나뉜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옹호했던 후쿠야마도 중국의 성과 인정

그는 이데올로기 분석을 시작하며 ‘자유주의’(Liberalism) 용어가 혼용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자유주의는 유럽에서는 신자유주의적 성향, 미국에서는 진보주의적 성향이란 뜻으로 쓰인다. 시대가 바뀌면서 자유주의의 정의는 모호해졌다.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누르고 승리했다고 선언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도 2010년대 들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성공을 재정립하며 중국의 성과를 인정했다. 자유주의라는 용어 정의가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성일권 발행인이 ‘이데올로기적 글쓰기’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조현아

성 발행인은 우파의 보수주의는 현 상태 유지를 위해 전통・역사・관습・제도 등을 굳게 지키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전통이나 관습을 깨부수는 혁명이 일어나면 우파는 그 반동으로 원상태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변화를 거부하는 반동이 거세지면서 좌파는 우경화해 신자유주의를 안고 가게 된다는 것이다.

너무 나간 신자유주의로 사회주의 재조명

1997년 영국에서 정권을 잡은 토니 블레어와 노동당이 그랬고, 노무현 정권 역시 신자유주의 좌파를 표방했다. 이렇게 좌파마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옹호하고 그에 따른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국가의 책임 같은 사회주의적 가치가 재조명받는다. 보수 매체는 사회주의라는 말을 진보와 좌파 정책을 공격하는 데 쓰고, 진보 매체는 국가책임론을 강조할 때 자주 언급한다.

성 발행인은 사회민주주의와 공산주의는 그 지향점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민주의는 한국 진보세력이 종종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바람직한 지향점으로 묘사하는데, 알랭 바디우와 슬라보예 지젝 등 고전적 좌파로 분류되는 학자들은 세계가 신자유주의에 휩쓸리면서 유럽식 사민주의 복지체제 역시 오염됐다고 평가한다. 그들은 지금과 같은 극단적 자본주의체제에서는 ‘공산주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글 쓸 때 이념적 극단 피하려면 국제적 관점 살펴야

한편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결이 최선의 원칙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성 발행인은 금연지대 확대, 대마초, 성소수자 결혼 문제 등 ‘대의’라 여겨지는 영역에서 소수자 권리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모든 곳에서 금연을 강요한다면 수많은 흡연자의 권리나 자유는 무시되는 것이며, 그것은 큰 틀에서 독재의 발상과 유사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 진정 필요한 공리주의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안에 관해 보수와 진보매체가 내놓는 해답은 서로 다르다. 그러나 ‘극좌와 극우는 서로 통한다’는 말처럼, 세계화 파도 속에서는 양 극단끼리 자주 만난다. 유럽의회 선거가 대표적이다. 외국인 정책, 복지정책 등을 놓고 극좌와 극우가 정책 연대를 하며, 소외계층이나 룸펜 등은 그때마다 양극을 오락가락한다. 반면 한국 사회에서는, 한 개인이 극좌 세력에서 극우 세력으로 옮긴 사례는 있어도 한 쟁점에서 극좌와 극우가 만나는 경우란 거의 없다. 글을 쓸 때 한국 사회의 이념적 극단화의 위험성을 살피고, 국제적 관점과 비교하며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성 발행인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볼 수 있듯, 미국이 원하면 언제든지 파기하고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자유무역과 보호주의의 현실이라며 ‘세계화의 양면성’도 들여다볼 것을 조언했다. ©️ 조현아

디지털 경제가 ‘약탈 경제’일 수도  

성 발행인은 4차산업혁명의 명암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우버 택시나 에어비엔비를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해 보면, 직장도 잃고 자기가 가진 것은 이제 자가용 밖에 없는 사람들이 플랫폼 노동자가 된 측면이 있다. 국가의 손길이 닿아야 할, 경제적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공유경제를 하는 것이다. 사실 디지털 경제 자체가 약탈 경제일 수 있기에, ‘혁신’의 다중적 의미, 디지털 시대 공유경제의 진짜 명암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찰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적 글쓰기란 색깔 있는 글을 쓰라는 겁니다. 진보·보수를 망라하고 명저를 많이 읽고 현장에 많이 가고 그래야 색깔이 생깁니다. 색깔 있는 글을 쓰세요. 총체적 사안과 관점에 관해 본인의 색깔을 정립한다면, 어떤 주제에 관해서도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해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1학기 [사회교양특강]은 장해랑 하상윤 김준일 김태동 조홍섭 이태경 성일권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권영지 기자

 

[조현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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