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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의 딜레마
[글케치북] 4차산업혁명 시대의 윤리
2019년 11월 06일 (수) 19:36:05 양안선 PD yasun2002@gmail.com
   
▲ 양안선 PD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살인마였다. 여덟 명이 그로 인해 죽었다며 항간에서 떠들어댔다. 잠시 그의 과거를 살펴보자. 그의 어릴 적 이름은 ‘영재’였다. 진짜 이름이 영재란 말은 아니다. 구구단을 유치원생이 줄줄 외우고, 2차방정식을 초등학생이 척척 풀어대니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확실히 남들과 달랐다. 성인이 되어 그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가로막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제 전세계 도로에는 자율주행차만 돌아다닌다. 그의 프로그램이 적용되지 않은 자율주행차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자율주행차의 아버지’가 되었다.

자율주행차의 아버지가 살인마가 된 이유는 ’자율해제 코드’ 때문이었다. 철학책에나 나올 법한 ’트롤리 문제’가 실제로 발생했다. 그것도 A국과 B국 2곳에서나. A국에서 한 운전자는 직진하면 자기 아이를 치게 되고, 방향을 틀면 길에서 노는 아이 셋을 죽이게 되는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율주행차의 자율모드가 급해제되었다. 당황한 운전자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핸들을 틀었다. B국에서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직진하면 두 여성과 두 남성, 그리고 잘 나가는 한 여성 CEO를 칠 상황이었다. 방향을 틀면 노숙자 다섯을 치게 되는 상황에서 역시 자율모드가 해제됐다. 운전자는 그대로 직진해 5명을 치었고, 그들은 숨졌다.

   
▲ 4차 산업혁명 시대, 자율주행차 딜레마 고민이 멀지 않았다. ⓒ Pixabay

유족들은 운전자보다 프로그램 개발자를 비난했다. 위험 상황에서 자율모드가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한 프로그램 오류로 이 일이 일어났다며 분개했다. 사망자에 대한 동정과 프로그램 개발자를 향한 분노의 여론이 모이자 검사는 결국 그를 살인죄로 기소했다. 그는 A국 재판정에 출두했다.

“위기상황에서 자동으로 자율모드가 해제되도록 한 프로그램은 당신의 실수 아닌가?”

법정에서 A국 검사는 그를 몰아세웠다. B국과 비슷한 시기에 열리게 된 법정이다 보니 쏠린 눈이 많았다. 법정 상황 하나하나가 속보로 보도되었다. 검사의 질문에 그는 담담히 대답했다.

“제 실수가 아닙니다.”

그의 답변에 유족들 방청석이 시끄러워졌다. ‘쳐죽일 놈’이란 욕설도 들렸다. 판사가 나무봉을 두드리며 장내를 조용하게 하고서야 그의 말이 이어졌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면서 이런 상황도 예상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밖에 없는 사고 상황 말입니다. 윤리 교과서에도 나오는 유명한 사례다 보니 예상할 수밖에 없었죠. 자율주행차가 자율모드를 해제한 것은 오류가 아닙니다. 그렇게 하도록 제가 설계한 것입니다.”

오류가 아니란 말에 방청석이 다시 한번 떠들썩해졌다. 이번에는 울음 섞인 고함도 들렸다.

“딜레마에서 선택해야 하는 주체는 프로그램이나 설계자가 아니라, 운전자 자신이어야 합니다. 기계에 어떤 사람을 구해야 하는지 맡길 수 있습니까? 상황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른 것이 윤리적 선택입니다. 전 제 프로그램이 선택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운전자들이 딜레마에서 자신이 선택을 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위험 상황 자율모드 자동해제 프로그램’은 저의 윤리적 선택입니다.”

그의 말에 법정은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자기 아이를 살리려고 세 아이를 죽이게 된 운전자를 떠올렸다. 운전자는 자기 선택으로 생을 달리한 아이와 그의 가족에게 용서를 구했다. 가족은 자기네도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그의 용서를 받아 주었지만, 과실치사 판결은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속보] 자율주행차의 아버지, B국에서 망명 신청

B국의 결정에는 정치지도자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수십 년째 계획경제 성장을 추구했던 B국에서 경제 일꾼인 CEO가 노숙자 대신 죽은 게 원인이었다. 그의 국적은 B국이었다. B국 정치지도자는 사회구조를 흔드는 일이라며 매일같이 연설했고, 법정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운전자는 10년형 선고를 받았다. B국에서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역지사지 질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상황을 주시하던 그는 B국에서 망명했고, B국은 그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폐기 처분했다. B국에서 자율주행차는 사라졌다.


편집 : 김은초 기자

[양안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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