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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언이 역사가 될 수는 없다
[상상사전] ‘기억의 공유‘
2019년 09월 05일 (목) 19:30:12 박선영 기자 sunnyolo1021@gmail.com
   
▲ 박선영 기자

역사에 관해 단 하나의 해석을 공유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역사는 과거 자체가 아니라 과거를 취사선택한 기억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복수의 역사가 가능하며, 해석의 다양성은 존중받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시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에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나 뉴라이트 계열 경제학자는 “위안부 강제연행은 없었다”거나 “한국은 거짓말 하는 나라”라고 주장한다, 그것이 마치 ‘역사의 재해석’ 또는 ‘불편한 진실’인 것처럼.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세월호 관련 시위를 정치 행위로 규정하고, 5·18 민주화 운동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으로 인식한다. 조상의 명백한 친일 행적을 부정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회를 이루고 살아간다. 사회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그들이 공유하는 기억을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하는가?

그들은 경험자에 의존해 공유하는 기억이 갖는 불명확성을 파고든다. 세월호의 팽목항, 5.18 민주화 운동, 친일파의 친일 행적을 기억하는 이들의 증언에서 시간이 만들어낸 허점을 파고들어 잘못된 기억이라고 송두리째 부정한다. 실체적 진실로 입증된 사실에도 이를 부정하는 이들의 망언은 쉽고 강력하게 사회에 공유된 아픔의 기억을 축소한다. 여러 기억의 선택지 중 하나로 격하한다. 이때마다 역사 속 피해자의 증언 위에 세워진 기억은 쉽게 흔들린다, 약자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지지대가 없다면 더욱더.

불행하게도 시민들이 공유하는 기억은 결속력이 약하고 그들은 강하다. 정치적 지지자 결집이라는 목적의식이 뚜렷하기에 그렇다. 사회적 약자가 공유하는 기억은 슬프고 아프고 죄책감마저 느끼게 한다. 다른 기억은 간편하고, 내 책임을 덜어준다. 이 논리대로라면 세월호 참사는 단순 사고이며, 5.18 민주화 운동은 북한군이 개입한 것이며, 친일파는 내선일체라는 시대적 강압에 의해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뿐이다. 자유롭게 기억을 공유하는 게 역사의 본령이라면 모두가 편리한 기억을 공유하고 싶을 것이다.

편리한 기억으로 마음이 기울 때 사회가 왜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억의 뿌리는 사회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함축하고, 시민에게 공유됨으로써 정당성을 얻는다. 그들이 흔들려는 기억은 권력자의 횡포를 좌시하지 않으려는 시민들이 만들어낸 자유와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이러한 기억의 뿌리를 공유하지 않는 다른 기억의 기저에는 무엇이 자리하는지, 그것이 진실인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 시민들이 함께 디딜 수 있는 '객관적인 사실의 토양'이 없는 현실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 pixabay

‘역사란 해석을 의미한다’는 명언의 주인공인 역사학자 E. H. 카는 이런 말도 남겼다. “보는 각도가 달라짐에 따라 산의 모양이 달라진다고 해서 산에는 객관적인 모습이 없다거나 무한한 모양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역사적 사실을 만드는 데 ‘해석’이 불가결하다고 해서 ‘모든 해석’이 똑같은 역사적 사실로 성립될 수 없다는 말이다. 다양한 해석과 달리 진실은 하나다. 시민들은 진실에 뿌리를 둔 기억을 공유해야 한다. 가짜뉴스가 언론이 타협해야 할 대상이 아닌 것처럼 진실이 아닌 역사적 해석도 사회가 수용하고 타협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동시에 기억은 시민 개개인의 몫인 만큼 아무도 강요할 수 없다. ‘진실’을 기억하기 위해 시민들은 더욱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그 기억은 공유하지 않겠다고.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임지윤 기자

[박선영 기자]
단비뉴스 지역농촌부 박선영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시민이 원하는 것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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