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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폭력 대신 수직폭력에 맞서라
[상상사전] ‘혐오’
2019년 08월 27일 (화) 17:13:20 오수진 기자 rainmaker-sj@daum.net
   
▲ 오수진 기자

우리는 만나 보지도 않고 겪어보지도 않은 채 상대를 혐오하는 때가 있다. 젠더, 인종, 난민 등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각종 혐오의 뿌리가 그렇다. 사회 구조가 아닌 자신과 비슷하거나 나약한 이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수평폭력은 인종차별과 식민주의에 맞서 싸운 프란츠 파농의 개념이다. 식민지 시기 알제리 민중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 죽이고 죽였다. 아이가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더 이상 외상을 주기 싫다는 이유로 흉기를 휘둘렀다.

인간은 수직폭력의 피해를 크게 입을수록 수평폭력 유혹에 빠진다고 한다. 알제리 민중을 곤궁한 처지로 몰아넣은 것은 지배계급인 프랑스였지만, 정작 알제리 민중은 자기보다 못하거나 약한 사람에게 고통을 전가한 것이다. 이런 폭력성은 그들이 태어날 때부터 폭력적이어서 생긴 것이 아니다. 프랑스인이 알제리 민중에게 가한 무자비한 수직폭력이 폭력성의 본질이다.

수평폭력을 없애기 위해 수직폭력을 제거해야 한다는 파농의 주장은 현실에서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배계급은 민중의 수평폭력 본능을 악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김태형은 <불안증폭사회>에서 한국사회의 우발적 범죄 증가 원인으로 외환위기를 꼽는다. 이 세상 누구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냉혹한 진리와 한국경제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사실은 좌절감과 분노를 축적했다.

   
▲ 젠더 갈등, 나쁜 노동환경을 난민 탓으로 돌리는 유럽의 제노포비아 등 각종 혐오 문제는 위를 향해야 할 사회적 약자들의 저항을 어렵게 한다. ⓒ pixabay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공동체•유대 정신이 강하던 한국 사회가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현실은 살아남기 위해 남을 밟고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서민들은 패자를 위한 배려나 관심•존중이 상실된 승자 독식 사회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차곡차곡 쌓인 분노와 좌절감은 작은 충격에도 ‘묻지마 폭력’으로 표출된다.

폭력의 원인을 해결하려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지만, 우리 사회는 인간 자유의지에 영향을 주는 위력만을 폭력이라 합의하고 만다. 갑은 을에게 권력을 행사하고 을은 당한 만큼 병에게 풀어내는 모순된 방식이 익숙한 사회에서 억압의 근원이 되는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턱없이 부족한데도 말이다. 젠더 갈등, 나쁜 노동환경을 난민 탓으로 돌리는 유럽의 제노포비아 등 각종 혐오 문제는 위를 향해야 할 사회적 약자들의 저항을 어렵게 한다.

법이란 ‘힘센 자의 권리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크로폿킨은 말했다. 그의 말은 억압의 근원인 지배계급이나 제도의 불합리성에 순응하지 말고 사회적 약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뜯어고쳐야 수직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수평폭력의 또 다른 문제는 억압의 근원이 은폐되기 때문이다. 돌고 도는 약자 사이의 수평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평폭력의 본능을 악용하려는 수직적 구조에 대항해야 한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정소희 PD

[오수진 기자]
단비뉴스 시사현안팀, 지역농촌부 오수진입니다.
어둠은 이해 못할 빛이 있다는 걸 안다. 희망은 그 작은 불빛 하나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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