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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다
[단비발언대]
2019년 08월 29일 (목) 11:17:24 조현아 PD joninja@naver.com
   
▲ 조현아 PD

드라마 <SKY캐슬> 인기는 무서웠다. 한국 교육 현실을 신랄하게 묘사한 드라마는 풍자와 코믹을 더하며 시청자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SKY 캐슬’은 TV 속에만 있지 않았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이 특혜 입학 논란에 휩싸였다. 불법성 여부는 조사 후라야 판가름 나겠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위화감은 이미 깊고 넓다. 성균관대 교수의 딸은 부모가 꾸민 거짓 연구 실적으로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것이 드러났다. 서울대는 입학 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건 빙산의 일각일 뿐, 드러나지 않은 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다.

교육 비리 문제는 성장지상주의와 깊은 관련을 맺는다. 우리는 ‘성장’해야 하는 사회에 산다. 자본주의는 성장으로 굴러가는 경제 시스템이고, 성장이 지체되거나 멈출 때부터 '위기' 또는 '공황'이란 얘기가 나온다. 자본주의 사회는 성장이란 바퀴를 점점 크게 굴려야 한다. 각자의 일상으로 환원시키면 성장은 수치로 평가된다. 금메달, 기업 순이익, GDP 세계 순위처럼 모든 성장은 수치화하고 그 속에서 자연스레 서열이 매겨진다. 개인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과를 내야 한다. 수능 성적과 학벌, ‘교육’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유독 성장지상주의가 팽배했다. 식민 통치와 한국전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었던 가난한 나라는 ‘올해는 일하는 해’ ‘올해는 더 일하는 해’ 등을 구호로 내걸고 ‘우리의 1년은 세계의 10년’처럼 쉬지 않고 일했다. 1960년대 이래 반세기 동안 ‘성장지상주의’는 국가와 사회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공정성, 민주주의, 노동권, 최소한의 안전과 윤리는 뒷전이었다. 강준만은 “한국은 강력한 중앙집권주의 문화 속에서 모든 걸 서열화하는 비교 중독증으로 오늘의 번영을 이루었다”고 했다.

   
▲ 성장지상주의 속 개인은 끝없이 성장해야 하는 상향 곡선 그래프 위에 놓인 점과 같다. © pixabay

성장만을 쫓던 사회는 곳곳에서 탈법적 담합과 특혜, 피로와 탈진 같은 사회병리를 낳았다. 교육은 성적만능주의, 서열주의를 전달하는 통로가 되었다. 학생들은 무한경쟁을 체화했다. 보수정권 시절에는 ‘수월성’ 교육으로 포장된 차별적 특혜 경로가 다양하게 개설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정신병이나 학교 폭력으로 이어졌다. 21세기 새로운 ‘계급세습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우려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패착은 ‘인간의 존엄’이 희미해졌다는 점이다. 인간은 사라지고 과속 성장이 신화가 되었다. 공정한 게임의 룰은 무시된다.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최소 요건인 생명과 안전마저 성장을 위해 양보하라고 한다. 싼 원료로 독성물질을 품은 가습기 살균제를 생산했고,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백혈병에 걸렸다. 비정규직과 하청, 끝없는 산업재해와 위험 외주화가 맞물려 돌아갔다. 성장은 위험의 반복을 막지 못했다. 또 다른 피해자와 비리, 사회병리는 계속해서 만들어진다.

‘성장’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성장’은 ‘자라서 점점 커가는’ 과정을 뜻한다. 성장 자체는 목표가 될 수 없다. 성장의 ‘구체적 과정’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성장이 성과 수치로 규정되고 목표가 되면 숱한 문제가 생긴다. 개개인, 구성원 공동의 삶과 인간 존엄이 총체적으로 붕괴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신’에 관해 고민하는 것이다. 성장의 진짜 목적, 방향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성장의 ‘시대정신’을 놓고 치열하게 고민할 때다.


편집 : 최유진 기자

[조현아 PD]
단비뉴스 지역농촌부, 미디어콘텐츠부 조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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