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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유튜브 환경이 한국 가짜뉴스 ‘온상’
[사회교양특강] 김준일 <뉴스톱> 대표
주제 ① 가짜뉴스와 팩트체크 저널리즘
2019년 07월 25일 (목) 14:51:52 조승진 김현균 기자 chopromotion@gmail.com

“한국 사람들은 분노해 있죠. 헬조선에 사는 게 너무 힘들고 빡빡한 겁니다. 누군가 이 분노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올리면 빨리 공유해요.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지 않죠. 분노한 한국인들은 가짜뉴스에 넘어가기 쉬운 심리적 상태에 있습니다.”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의 김준일 대표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가짜뉴스와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경향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미국 오클라호마대학 게이로드 칼리지에서 ‘저널리즘과 미디어’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그는 강연에서 가짜뉴스가 생산되는 언론환경을 지적하고 팩트체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뉴스톱 김준일 대표가 저널리즘스쿨에서 팩트체크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 김현균

저널리즘 신뢰도 위협하는 가짜뉴스

김준일 대표는 가짜뉴스가 저널리즘 자체 신뢰도를 낮추는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2017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열에 셋 이상이 가짜뉴스를 접했고, 열에 여덟 이상이 한국에서 가짜뉴스에 따른 문제점이 매우 심각하다고 여겼다. 또한 열에 일곱 이상이 가짜뉴스 때문에 진짜 뉴스를 볼 때도 가짜인지 의심한다고 해 가짜뉴스가 언론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음이 확인됐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가짜뉴스에 관한 법적 개념 정의는 없는 상태다. 학계는 가짜뉴스를 규정하는 요건 3가지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내용의 허위성, 두 번째는 형식의 기사성, 세 번째는 정치적 또는 경제적 등의 목적성을 띤 것이다.

“엄격한 의미에서 볼 뿐이고 사람들 인식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많은 문제점이 생기죠.”

김 대표는 가짜뉴스 정의가 까다로운 문제라며 반박 사례를 덧붙였다. 그는 내용의 허위성은 후에 뒤집힐 수 있으며 기사 요건은 다매체 환경인 지금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모호하다고 했다. 그는 목적성 또한 제대로 검증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사람의 의도를 어떻게 측정할지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앞선 두 가지 요건과 관련해 2017년 재심을 거쳐 20년 동안 사실이라고 여겨졌던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베이다’를 예로 들었다.

김준일 대표는 가짜뉴스 자체는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만 그 기준을 일반 국민이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현 상황을 지적했다. 2018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 동영상을 가짜뉴스라고 판단한 가장 중요한 이유로 51.4%가 ‘내용이 알고 있던 사실과 맞지 않아서’를 꼽았다. 다음으로는 18.4%가 ‘영상 게시자나 제작자를 신뢰할 수 없어서’를 선택했다. 이는 1위와 약 30% 이상 큰 차이가 난다. 김 대표는 “나와 생각이 다르면 가짜뉴스라 치부한다”고 말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이 414명을 대상으로 가짜뉴스 판단 근거를 조사한 결과 과반 이상이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과 맞지 않음’을 꼽았다. © 양정채, 오세욱

한국에선 정치적 목적으로 가짜뉴스 양산

김 대표는 가짜뉴스가 확산하는 이유 중 하나로 ‘확증편향’을 꼽았다. 이는 자기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행태로 정보의 객관성은 등한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 외에도 유사한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유유상종 효과’, 믿음과 인지가 충돌할 때 불일치를 제거하는 ‘인지 부조화’, 선호하는 것을 편향적으로 선택하는 ‘선택적 노출’과 자기 견해를 지지하는 정보는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분노’를 이유로 꼽았다.

“가짜뉴스는 100% 허구로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90%는 맞지만 5~10%를 뒤트는 거죠.”

그는 미국 사례를 소개했다. 버즈피드 집계 결과 2016년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 IS에 무기를 팔았다’는 가짜 뉴스가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거로 확인됐다. 이 뉴스는 줄리안 어산지가 ‘힐러리가 리비아에 판매한 무기가 결국 IS에 흘러 들어갔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는데 이를 교묘하게 써 ‘힐러리가 직접 무기를 IS에 판매했다’는 식으로 조작한 것이다. 김 대표는 “최근 대선부터 이런 일은 한국에도 일어나고 있다”며 “가짜뉴스라는 말은 정치인과 언론에서 특히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불리할 때 가짜뉴스라는 단어를 씁니다. CNN을 출입금지 시키려고까지 했죠. 우리나라 홍준표 의원도 자신이 류여해를 성희롱했다고 보도한 MBN을 트럼프가 한 짓하고 똑같이 출입금지 시켰죠.”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정치적인 이유로 가짜뉴스나 허위정보를 생산한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예멘 난민이 한국에 입국할 당시 퍼졌던 가짜뉴스를 돌이켜보면 ‘무슬림한테 맞았다’거나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사진이 여럿 실렸죠. 하지만 실은 음주운전으로 경찰한테 폭행당했거나 남편한테 맞은 것 등이었습니다.”

그는 이 외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퍼진 ‘태블릿 PC 조작설’, ‘헌법재판소 8인 체제 위헌’과 같은 정치적 성격의 가짜뉴스가 한국에 퍼져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 2018년 6월 28일, <뉴스톱>은 팩트체크를 통해 무슬림 남성에게 성폭행 당한 사진이 가짜임을 증명했다. © <뉴스톱>

그는 현재 미디어 환경이 가짜뉴스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가 난립하고 그들이 쏟아내는 기사 수 역시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2017년 기준 네이버 제휴 언론사는 450개, 카카오는 1100개이고 아웃링크 기사는 하루 평균 2만4000개, 인링크 기사는 3만2000여 개에 육박한다. 2017년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연구 결과 한국인은 넷 중 셋이 기사 출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미국과 독일의 절반 정도였다.

“이건 포털 영향이 큽니다. <네이버> <다음>, 요즘은 <페이스북>으로 기사를 보기 때문이죠. 누가 만든 건지 확인하지 않아요.”

한국인 대다수가 팩트체크 필요성 지적

김 대표는 언론사 환경도 가짜뉴스가 만들어지는 요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기자가 매일 할당된 기사를 채우려 급급하다 보니까 사실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기사를 쓰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8월 24일 <한국경제> 보도를 사례로 들었다. <한국경제>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식당에서 해고된 5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으나 <미디어 오늘>에 의해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해당 보도가 사측에서 최저임금 정책을 방해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내보냈다고 보일 여지도 있지만 저널리즘의 제작 관행 탓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김 대표는 ‘가짜뉴스’라는 개념을 학자들이 많이 비판하고 있다며 ‘가짜뉴스’ 대신 ‘허위조작정보’라는 말을 쓸 것을 권했다. 미국 저널리즘연구소 ‘포인터재단’은 ‘가짜뉴스’라는 단어의 남용이 저널리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가짜뉴스’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영국 정부 역시 ‘fake news’(가짜뉴스) 대신 ‘disinformation’(허위정보)’이나 ‘misinformation’(오보)을 사용한다.

   
▲ 20~70세 성인 713명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대다수가 팩트체크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 정은령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장

김 대표는 거짓 정보가 늘어난 만큼 언론이 진실을 판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팩트체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90년대에 시작됐습니다. 왜 팩트체킹이 필요했을까요? 대중들이 원했기 때문이죠. 한국에서 여론조사를 해보면 언론사가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는 게 90%예요.”

그는 21세기 디지털 저널리즘의 객관성은 투명성이라고 할 정도로 투명성이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뉴스 제작 과정까지 다 공개하는 추세라고 했다.

저널리즘 신뢰도 쌓는 ‘팩트체크’

김 대표는 팩트체크는 많은 부분을 자세히 보여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자는 기본적으로 성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8년 7월 발생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8천억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tbs 라디오 프로그램 ‘뉴스공장’에서 주진우 기자와 김어준 씨는 ‘정부가 돈을 물어내지 않기 위해 삼성전자를 두둔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팩트체크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양쪽이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가 60페이지가 넘었는데 제대로 읽은 사람이 없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유력 인사들도 발언이 실시간으로 검증되고 있다고 여기면 발언에 주의하는 경향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마동훈 고려대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여주며 팩트체크 활성화 후 유력인사가 거짓말을 하는 비율이 9%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팩트체킹이 많이 나오면 네가 입으로 뱉은 말은 네가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는 거죠. 한국은 저널리즘의 신뢰도가 특히 낮잖아요. 팩트체킹을 많이 함으로써 저널리즘의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는, 그런 긍정적인 영향이 있습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1학기 [사회교양특강]은 장해랑 하상윤 김준일 김태동 조홍섭 이태경 성일권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권영지 기자

[김현균 기자]
단비뉴스 지역농촌부, 기획탐사팀 김현균입니다.
완벽(完璧)의 고사(故事)를 낳은 사람을 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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