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양특강] 하상윤 <세계일보> 사진기자
주제 ① 포토저널리즘: 이론과 실습

▲ 하상윤 기자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홈페이지에 자기 소개 프로필을 ‘술 이름이 되어서 더욱 친근해진 내 좌우명, ‘처음처럼’’으로 써놓았다. ⓒ 신수용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을 졸업하고 세계일보에 입사해 수많은 보도사진상을 받은 하상윤 기자가 모교 후배들 앞에서 포토저널리즘의 이론을 강의하고 실습지도를 했다. 그의 사진에는 인간을 향한 애정과 관심이 듬뿍 담겨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에게 주는 온빛사진상을 수상한 ‘우리 균도’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일상을 렌즈에 담았다. 그는 ‘일상이 된 죽음이 흐르는 곳 한강’이라는 제목의 기획취재를 위해, 투신자를 구조하는 한강수난구조대원들과 두 달 가까이 함께 지내기도 했다.

▲ '우리 균도’ 시리즈 중 하나로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잠을 청하고 있는 장면이다. ⓒ 하상윤
▲ ‘일상이 된 죽음이 흐르는 곳 한강’ 보도 중 하나로 제53회 한국보도사진전에서 시사스토리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 하상윤

이 밖에도 하상윤 기자는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 훼손, 제주도 비자림로 난개발 등 환경 문제를 다룬 보도로 시선을 드러냈다. 하 기자는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를 졸업했다. 그는 “전공의 영향을 받아 환경에 관심이 많다”면서 “동기들은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는 이가 많지만, 나는 현장에서 환경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이유

그는 “텍스트에 의존하는 사진을 지양해야한다”며 “같은 거리 사진이라도 행인이 있으면 이야기가 훨씬 풍부해진다"고 강조했다.

한 수강생이 “인물 사진을 찍을 때 가까운 거리로 찍으면 상대방이 부담스러워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질문하자 하 기자는 “취재원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 하는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전설적인 종군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Robert Capa)를 예로 들었다. 카파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인도차이나 전쟁 등 20세기 현대사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터를 누볐다. 그는 사진을 찍기 위해 군인들보다 더 앞서서 포화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하 기자는 “카파가 ‘만약 당신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너무 멀리서 찍었기 때문이다, 더 가까이 다가가라’고 말했다”며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것은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정서적 거리를 좁혀야한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쉬는 시간에 수강생들이 줄을 서서 질문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신수용

“현장에서는 유령처럼 존재감이 없어야…”

취재 노하우도 공유했다. 하 기자는 “시위와 같은 취재현장에서는 유령처럼 존재감이 없을수록 좋다”며 “사진을 너무 많이 찍으려 들기보다, 결정적인 순간에 카메라를 든다”고 했다. 

사진촬영 공부방법은 ‘독학’이었다고 털어놨다. 좋은 사진을 많이 찾아 봤다는 그는 "같은 이슈를 서로 다른 신문사가 어떤 사진으로 다루고 있는 지를 비교해보면 좋다"고 말했다.

▲ 하 기자가 DSLR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 찍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놓치지 않으려 기를 쓰고 따라 붙으면 오히려 경직된 인물사진이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신수용

“디테일의 기본은 클로즈업”

이날 수강생들은 다섯 명씩 한 조를 이뤄 30분 가량 ‘포토 스토리’를 직접 제작했다. 사진 촬영 뒤에는 발표와 평가 시간을 가졌다. 하 기자는 ‘포토 스토리’ 디테일(세부정보)에 주목했다. 디테일은 사진이 가진 이야기를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그 예로 이날 수강생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장수 언시생’ 사진을 꼽았다.

▲ 수강생 조승진 씨가 ‘좋은 날 오겠지’라는 제목으로 ‘장수 취업준비생’을 표현했다. ⓒ 조승진

그는 “주변의 맥락(주어진 대상 외에 함께 제시된 정보)이 다 읽힌다. 그림자와 빛이 있으면 빛의 기준을 두라고 했는데, 이 사진은 (어두운 가운데) 그 디테일이 (책상에 빼곡히 놓여진 신문으로) 다 살아있다. 설명 없이도 이 사진 한 장으로 모든 게 표현된다”고 말했다.

▲ 이 사진은 ‘장수 취업준비생’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망과 장래에 관한 불안이 담겨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조승진

그는 사진 속 ‘스토리’를 설명하며 “사진에서 대상을 부각하기 위해서는 거리감을 이용해야한다”며 “중심소재를 부각하되 주변의 맥락을 함께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 하 기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해 사진을 찍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 신수용

하 기자는 렌즈를 통해 사진기가 이미지를 담는 과정에서 기본 요소로 작용하는 화각, 구도, 노출 등의 개념을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줌 기능과 초점, 노출 등의 기능을 잘 이용하면 고가장비 없이 스마트폰으로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며 직접 시범을 보였다.

▲ 유연지 수강생은 ‘잔잔한 사생활’ 이라는 제목과 다르게 자기 인생을 드라이브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담아냈다. ⓒ 유연지
▲ 오수진 수강생은 ‘세상 안으로 도전하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 오수진

하 기자는 “사진은 시각 언어이기 때문에 문자 언어처럼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담고 있는 정보가 풍부할 수록 좋은 보도사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진을 설명하는) 캡션을 달지 않아도 독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가까이 가서 인물을 보고, 한 발 떨어져서 (거리에 따라) 변화된 시각을 체크하고, 반대편에 서서 달라진 빛을 볼 줄 알아야합니다. 사진에 표현하고자 하는 정보가 충분히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 하 기자는 "오래도록 보아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고 강조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 신수용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1학기 [사회교양특강]은 장해랑 하상윤 김준일 김태동 조홍섭 이태경 성일권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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