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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려는 시청자 붙드는 ‘서태지 키드’
[단비인터뷰] KBS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진행자 김기화
2019년 07월 23일 (화) 21:33:44 강도림 기자 kangdl0314@naver.com

“지금도 (저희 프로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어요. 회사에서도 (이 프로를) 보고 있어서 뭐 때문에 회사가 욕먹는지 알죠. 여기서 전달되는 시청자 의견이 KBS에 간접적이지만 압박이 될 수 있고, 보도에 더 신경 쓰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과 유튜브 등에 올라간 한국방송(KBS) 뉴스에 시청자들이 댓글을 달면 그걸 방송에서 읽어주는 기자들이 있다. 지난해 8월 유튜브 채널로 시작해 지난 2월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5시 KBS 1라디오에도 정규 편성된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이다. KBS 보도국 정연욱(사회부), 옥유정(팩트체크팀), 강병수(사회부) 기자 등 고정출연진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기화(디지털뉴스부) 기자를 지난 5월 27일 서울 여의도 KBS사옥에서 만나고 지난 17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했다.

   
▲ 서울 여의도동 KBS 본사 안 카페에서 김기화 기자가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을 시작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내일 촬영할 아이템을 막 정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왔다”는 김 기자는 영상에서처럼 진지함과 유쾌함을 넘나들었다. ⓒ 강도림

뉴스 댓글 소개하고 담당기자와 취재 뒷얘기도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은 KBS 뉴스 중 관심도가 높은 것을 골라 시청자 댓글을 소개하고 취재를 담당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직접 현장을 뛰었던 기자는 뉴스에 담지 못한 뒷얘기를 털어놓고 시청자의 ‘까칠한’ 의견에 해명도 한다. 가수 승리의 비리 의혹이 불거진 ‘버닝썬’ 사건 때는 "범죄자들 덮으려고 한 양현석이나 덮어준 경찰이나 악덕 그 자체"라는 시청자 댓글에 취재기자가 “와이지(YG)는 아무도 답변을 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아서 제대로 확인받은 팩트가 없다"며 함께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유튜브 영상은 매주 화요일 밤 10시에 2회분을 녹화해서 그 주 목요일과 금요일 각 35분 분량을 올린다. 라디오는 그 중 비속어 등 거친 표현을 덜어내고 55분가량 방송한다. 업무시간 외에 피곤한 ‘과외 노동’을 자초하는 이유를 묻자 김 기자는 추락하는 KBS 뉴스 시청률 얘기를 꺼냈다. KBS ‘9시뉴스’ 시청률은 2016년 평균 16%를 넘었지만, 올해는 평균 11.2%로 떨어졌고 주말 시청률은 평균 10%를 밑돌고 있다.

   
▲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은 고정출연진 외에 주제와 관련된 기자를 초청해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듣는다. 38화에서는 ‘경제통’인 김원장 기자가 출연해 ‘미중 무역분쟁’을 해설했다. ⓒ 유튜브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달라진 뉴스 소비, 유튜브 등 다채널 접근 필수

“지금은 모든 뉴스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어요. 그렇다고 언론사들이 그만큼 영향력이 줄어들었느냐, 그건 아니거든요. 기사는 기사 자체로 인터넷상에서 소비가 돼요. 시청률 떨어지는 것은 디바이스(기기), 시대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는 뉴스를 잘하면 됩니다. 우리가 좋은 보도를 하면 인터넷이든 어디서든 평가받는 거예요.”

뉴스를 지상파 TV가 아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추세이므로 이제는 좋은 보도를 가지고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통해서도 시청자에게 적극 다가가야 한다는 말이다. 김 기자는 기존 KBS 뉴스 시청자층이 20대 이하가 가장 적고 65세 이상이 가장 많은 피라미드 형태인 반면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유튜브 시청자는 45~54세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35~44세라고 소개했다. 그는 “다른 시사 프로그램에 비해 우리 프로그램은 30~40대가 많이 보고 여성 비율이 35~45%로 높다”며 “굉장히 건강한 그래프”라고 강조했다. 뉴미디어를 통해 시청자층의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이 성공적인 시도로 평가되면서 라디오 정규편성에 이어 TV 진출도 사내에서 거론된 일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김 기자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라디오 편성 이후 ‘비속어 금지’ 등의 심의· 주의 사항이 많아졌는데 TV는 기준이 더 엄격하기 때문이다. 그는 “유튜브에서 개판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유튜브 채널. 튀는 썸네일(대표 사진)과 자막 등을 통해 시사교양의 유익성과 재미를 함께 추구하는 프로임을 알리고 있다. ⓒ 유튜브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거침없는 ‘드립’의 향연 속 가파른 성장

김 기자의 말대로 유튜브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의 인기 요소는 ‘거침없음’이다. 뉴스를 전하는 절제된 모습이 아니라 ‘욱하고 욕하는’ 기자들을 만날 수 있다. “나쁜 사람 X되게 만들면 기자 기분이 좋지” “이게 뭔 X소리야” 등 적절한 시점에 튀어나오는 비속어와 드립(즉흥적 농담)은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터뜨리고 방송의 거리감을 좁힌다.

기자 사회에선 선후배 질서가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방송에선 진행자와 출연진이 서로 할 말 다하고 반박도 서슴지 않는다. 김 기자는 “원래 친한 선후배들이어서 그렇다”며 “이런 분위기를 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구독자가 5만3000명에 이르는 인기 채널이 됐지만 이 프로가 처음부터 뜨겁게 눈길을 모았던 것은 아니다. 2019년 1월 구독자 1만 명 돌파까지 5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김 기자는 초조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초 고대영 사장 퇴진을 요구한 KBS 파업 때 오귀나 피디(PD)와 함께 이 방송을 기획한 이후, “재미있게 만들면 분명히 (구독자가) 늘어날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구독자가 급증하는 과정에는 김 기자의 ‘답글 작전’도 한몫했다.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계정 등에 달리는 시청자 댓글에 그가 일일이 답글을 달면서 호응이 증폭됐다.

수천 개 댓글에 일일이 답글 달며 시청자와 소통

   
▲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유튜브 채널 등에 시청자들이 의견을 올리면 김기화 기자가 일일이 답글을 단다. ⓒ 유튜브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무조건 가장 처음에 달린 댓글부터 대댓글(답글)을 달죠. 댓글 2000개가 있으면 유튜브에서 조금만 보여줘요. 그래서 페이지다운을 계속 해야 되는데 2000개니까 아무리 내려도 안 되는 거예요. 컴퓨터가 느려지기도 하죠...그래도 계속 대댓글을 달 거예요. 특히 아픈 댓글에 내 생각을 얘기하고 설득하고 사과도 하고 그래야죠.”

악플(악성 댓글)도 많지만 가급적 모든 댓글에 답하겠다는 김 기자의 의지는 단단했다. 그는 “(악플 때문에) 마음이 많이 힘들 때도 있고, 욕설 하나 없어도 굉장히 아픈 댓글은 하루 종일 생각나기도 한다”며 “하지만 그것 때문에 흔들릴 거면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재밌는 걸 해야 열심인 사람, 지금이 가장 재밌다”

그는 유튜브 방송에서 능숙한 진행 솜씨와 개그맨 못지않은 유머 감각을 뽐낸다. 이런 ‘끼’를 숨기고 기자생활을 하느라 “힘들었다”고. 2010년 KBS에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등을 거친 그는 사회부 첫 회식 때 선배들의 취재 뒷얘기를 들으며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와 정보들로 나중에 꼭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어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을 만드는 지금이 (기자 생활 중) 가장 재미있다”고 말했다.

   
▲ 김기화 기자는 앞으로도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을 재미있게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강도림

입사 전 언론고시 준비생으로서 낙방을 거듭하며 힘든 시간도 보냈다는 그는 “기자를 꿈꾸게 된 건 서태지 때문”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중학교 3학년 때인 1995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이 반사회적이라는 이유로 심의에 걸려 반주만 나오자 좋은 가사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 인쇄용지에 적어서 학교에 뿌렸다고 한다. 그 일로 교무실에 불려갔는데 친하게 지냈던 영어 선생님이 “기화야, 너 같은 애는 기자하면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할 말을 참지 않는’ 기질을 보였던 그는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로 물을 만난 셈이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 선배들이 ‘좋은 시도다’ ‘재밌다’고 응원해 줬는데 나중에 만났더니 잘 될 줄 모르고 그냥 한 말이라더군요.(웃음)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계속 재미있게 해보겠습니다.”


편집 : 홍석희 기자

[강도림 기자]
단비뉴스 환경부 강도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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