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영상 크리에이터 장명준

“영상의 포인트는 웃음입니다. ‘어떻게 차별화된 웃음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합니다. 지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을 우리의 스타일과 시각으로 제작하는 재미가 있어요.”

20대 남녀가 주고받는 군대나 영화 이야기, 친구들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갈등 상황을 웃음으로 버무린 동영상들이 2년여 만에 페이스북 팔로워(구독자) 약 40만 명, 유튜브 구독자 68만 명을 만들었다. 친구 한 명과 ‘더블비’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영상 크리에이터(창작자) 장명준(25·인덕대 휴학생)씨 얘기다. 지난 5월 7일 서울 동대문역 부근의 한 카페에서 ‘바가지 머리’에 검정 뿔테 안경 차림의 장 씨를 만났다.

방송 공채 기다리다 SNS에 먼저 도전

▲ 서울 동대문역 부근의 한 카페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영상 크리에이터 장명준씨. ⓒ 황진우

“방송공채가 많이 없어지다 보니 학교 선배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개그맨이 되려는 꿈을 안고 인덕대 방송연예과에 입학했던 장 씨는 최근 몇 년간 각 방송사가 프로그램 축소와 함께 개그맨 공채를 거의 하지 않으면서 장래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군 전역 후인 2016년 4월부터 같은 과 동기생 박민규(25·인덕대 휴학생) 씨와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하나인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만들어 영상서비스를 시작했다. ‘돌잼’과 ‘싱호형’ ‘보물섬’ 등의 이름으로 먼저 활약하고 있던 학교 선배들이 용기를 주었다. 장씨는 “처음엔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지 막막했는데 먼저 시작한 선배가 아이디어 등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일단 시작은 했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둘이서 섭외, 제작, 편집을 다 하기도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돈이 없었다. 영상 하나를 만들 때 평균 2만~3만 원의 제작비가 들고, 출연자를 부르거나 장비를 빌리는 경우 2배 이상이 든다. 초창기엔 시간제 일을 해서 제작비를 번 뒤 영상을 찍었다. 지난해 2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에 광고가 붙어, 요즘은 조회 수에 따라 수익을 얻는다. ‘별풍선’이 있는 <아프리카TV>의 비제이(BJ)들처럼 후원금을 받진 않는다. 장 씨는 “영상에 필요한 의상이나 소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대여하고 있다”며 “제작 과정은 힘들지만 구독자들이 웃어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는 창작 과정  

장씨가 만든 영상에는 영화 패러디(흉내 내기)가 많고,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한 번은 경험했을 법한 상황들이 많이 등장한다. 기획을 위해 동료 박 씨와 함께 아이디어 회의를 거듭한다. 일단 회의에서 결정된 영상은 둘이 먼저 찍어보고, 학과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그런 다음 알맞은 소품 등을 구해 영상을 손본다. 이렇게 만든 작품 중 특히 반응이 좋은 것은 인기 영화를 패러디하는 경우인데, 최근에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나온 캐릭터 분장을 하고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 영상으로 ‘대박’을 쳤다.

▲ 장명준씨가 친구 박민규씨와 운영하는 '더블비’의 페이스북 페이지. 가장 인기 있었던 영상은 조회 수 486만과 공유 2만2천 회를 기록했다. ⓒ ‘더블비’ 페이스북 페이지

“구독자의 제보가 좋은 아이디어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하면하지’라는 콘텐츠를 운영했는데, 구독자의 의견을 받아 영상을 제작하는 거였죠. 서로 소통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웃음을 주니 일거양득이었습니다. 구독자들도 ‘재미있다, 신선하다’는 반응이었고요.”

장 씨는 SNS의 장점인 ‘쌍방향 소통’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아이디어가 딱히 떠오르지 않을 때, 구독자의 제보를 활용해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그는 “우리가 살면서 모든 경험을 해볼 수 없기 때문에 제보를 받는 게 도움이 된다”며 “제보는 저희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니까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웃음 가득한 대한민국’을 만들고파

“저희로 인해 웃음 가득한 대한민국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장씨가 개그맨이 되고 싶어 하는 것도, 페이스북에 열심히 영상을 올리는 것도 목적은 하나다. 대중에게 웃음을 주는 것, 대한민국을 활짝 웃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크리에이터가 되어 더 많은 사람을 웃기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영상에 달리는 악플(악성 댓글)도 사람들의 관심이라는 면에서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재미없다’는 혹평은 물론이고 욕설을 담은 댓글도 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달아주시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는 장차 페이스북을 넘어 인터넷 생방송도 하고 싶고, 지상파 등 TV 방송에도 꼭 출연하고 싶다는 포부를 털어놓았다. 개그맨 강호동을 존경하는데, 그의 진행방식과 유머 그리고 출연자를 대하는 모습이 자신이 추구하는 것과 아주 비슷하기 때문이란다.

서울 노원구에서 태어난 장 씨는 어린 시절부터 사람을 웃기는 게 좋아 개그맨을 꿈꾸었고, 영상 제작은 유튜브에서 배웠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방송 개그맨으로 활동하면서 영상 크리에이터로서도 더욱 성장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 ‘더블비’의 멤버 박민규(왼쪽)씨와 함께 한 장명준씨. ⓒ 황진우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고요? 그냥 해 보세요”

그는 자신처럼 크리에이터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그냥 해보라’고 조언했다. 자기도 나이키 광고의 ‘JUST DO IT(그냥 하자)' 문구처럼 그냥 해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생각만 해서는 안 됩니다. 직접 실행해 보고 반응을 봐야 구독자들이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어요.”

한 조사에서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1위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나올 정도로 1인 미디어의 인기가 높아진 시대, 급변하는 시장에서는 ‘일단 부닥쳐 봐야 한다’가 그의 신념이다. 다만 기본적으로 영상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자기가 만들려는 콘텐츠에 대해 공부를 충분히 해야 한다는 것은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정치색이 강한 것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자극적 소재는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모든 사람의 웃음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소재를 정할 때도 신중해야 합니다. 저희가 자극적인 소재를 활용하지 않고 유명한 영화 패러디를 많이 이용하는 이유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웃음 포인트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더블비’ 영상을 계속 제작하면서 학교 선후배들과의 합동 작품도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올해 안에 100만 팔로워를 확보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요즘 길거리에서 알아봐 주는 사람들도 늘고 고깃집에 가면 서비스로 음료를 주는 경우도 있다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UC07XDVmRQ


편집 : 반수현 PD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