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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대물림’ 피할 수 없는 ‘겨우 살이’
[단비현장] 기초생활수급자 밀착 취재
2019년 07월 01일 (월) 11:29:36 강도림 기자 kangdl0314@naver.com
우리 사회는 한계상황에 처해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을 위해 여러 가지 복지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소득 인정액이 중위소득 30~50% 이하로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최저생계비를 지급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우리는 그들에게 최저생계비만 지급하면 그뿐이란 듯, 실제로 그들이 얼마만큼 생계비를 받아 어떻게 살아나가는지, 다른 어려움은 없는지 등에 관심이 없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어떻게 살고 있고 그들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밀착 취재했다. (편집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25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서민주택가에 있는 장형주(가명∙47) 씨 연립주택 1층 집안은 열기로 후끈했다. 작은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지만 금세 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장 씨는 3층 연립주택의 반지하 위층 40평방미터 남짓 되는 방 세칸짜리 집에서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들(20)과 고등학교 1학년생 딸(16)과 함께 살고 있다. 한 부모 세대 가장인 장 씨는 밖에서 일해서 돈을 벌고 싶지만 하루 종일 아들을 돌봐야 하는 터라 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장 씨가 사는 서울 강서구 연립주택. 그는 이곳에서 월 114만원의 최저생계비를 지원받아 백혈병을 앓는 아들과 고등학교 1학년생 딸 등 세 식구가 살고 있다. © 강도림

장 씨는 남편과 함께 2000년대 초 이태원에서 가게를 열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망하고 빚만 떠안게 되었다. 아들이 백혈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장 씨 남편은 막대한 빚만 남긴 채 장 씨와 어린 자녀들을 두고 가출했다. 아직까지 연락이 끊긴 상태다. 백혈병 진단을 받을 당시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었고, 딸은 유치원생이었다.

최저생계비 114만원 받아 세 식구가 한 달 살아 

장 씨는 가게가 망한 뒤 잠실 등지 지하방에서 살다가 화곡동으로 이사를 와서 기초수급대상자로 등록하고 최저생계비를 받아 여태 살고 있다. 그가 정부로부터 받는 기초생활수급비는 한 달에 114만원이다. 거기에 아들 의료급여비가 10만원 나오고 주거급여비가 11만3910원 나온다. 이게 장 씨의 한 달 수입이다. 이 돈으로 백혈병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들과 딸까지 세 식구가 살아야 한다.

주거 문제는 다행히 지금 살고 있는 집이 LH매입임대주택이라 LH전세지원금 중 5%인 자기부담금 542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월세로 매달 11만원을 내고 산다. 한 달 수입 중 주거급여비로 받은 돈은 고스란히 월세로 나가는 것이다.

장 씨는 한 달 수입 124만원을 지출하는 우선 순위가 있다. 맨 먼저 아들의 병원비와 약값을 빼놓고 다음으로 딸의 학비와 교통비를 먼저 지출한다. 아들은 지금 병원비는 많이 들어가지 않지만 약값 등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있고, 딸이 고1이라 학비와 부교재비 등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고 딸이 등하교 하는 것과 자기가 아들 데리고 병원 다니는 데 들어가는 교통비가 30만원 정도 된다.

전기료 수도료 등 공과금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30만원 정도인데 이 돈으로 세 식구가 한 달을 먹고 산다. 주식인 쌀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게 동사무소에서 20kg들이 한 포대 2만원에 판매하는 것을 사다 먹는다. 한 달에 한 포대 반 정도 먹는다.

한 달 식비 30만원, 반찬은 김치와 나물뿐

쌀 사고 나면 남는 돈이 부식 값인데 이게 하루 만원이 채 안된다. 그러다 보니 이들 가족의 기본식단은 김치에 나물 한두 가지가 전부다. 김치도 배추나 고춧가루가 비싸다 보니 한 포기씩 담가 조금씩 아껴 먹는다. 고기는 큰 맘 먹고 한 달에 두 번 정도 사다 먹는다. 소고기는 비싸서 엄두도 못 내고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가끔 사다 먹는다.

“닭 같은 거는 가장 작은 것 한 마리가 3500원이니까 그거 사서 닭볶음탕 해주고… 대패 삼겹살은 한 묶음에 5500원이니까 그런 거 사다 먹기도 하고 그래요.”

단백질 섭취는 고기 대신 주로 달걀로 한다. 달걀 한 판을 한 달에 3번 정도 사는데, 평소 5천원에 팔던 달걀 한 판이 3천9백원에 세일할 때가 있다. 그럴 때 3판 정도 사다 놓는다. 평소 식탁에는 밥과 김치, 나물 2종류, 콩나물국이 주로 올라온다. 콩나물은 1천원으로 꽤 많은 양을 살 수 있어서 장 씨의 주된 요리 재료다. 요즘은 오이 5개에 2천원에 팔리고 있어서 자주 먹는 반찬 중 하나가 됐다. 고기 대신 계란 프라이를 해서 아이들에게 비벼주거나 김치볶음밥을 해 먹기도 한다.

장 씨 일가족은 이처럼 아슬아슬하게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지만 늘 조마조마하다. 백혈병 아들이 병세라도 악화하면 큰 돈이 들어갈 텐데 어디서 그 돈을 구해야 하나,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불안감과 미안함이 머리 한 구석을 꽉 채우고 있다. 공부를 잘해온 딸 아이가 학원도 제대로 못 가고 뒤처지지나 않을까, 혹시 학업이 끊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불안감과 함께 가슴을 짓누른다.

성인되자 줄어든 의료비 지원, 아들 병 조마조마

백혈병 진단을 받을 당시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1학기까지만 학교에 다니고 2012년 즈음까지 3년여를 항암치료에 매달렸다. 몇 년간 학교를 떠나 있던 아들은 친구도와 수업이 그리워 2016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2년반 만에 백혈병이 재발해 한 학기 만에 학교를 그만둔 뒤 지금까지 등교를 못하고 있다.

   
▲ '우리 아들'이라는 팻말 뒤 방에서 아들은 거의 하루 종일 누워 보낸다. 벌레 때문에 한여름에도 모기장을 쳐 놓는다. 더위를 물리쳐주는 건 작은 선풍기 한 대뿐이다. © 강도림

“백혈병은 완치 자체가 없다고 해요. 5년 동안 재발 안 하면 넘어가는 거래요. 그런데 10년 만에 재발하는 경우도 있고, 재발 안 하면 생존이 조금 더 길어진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혈액암이라 위암처럼 떼낼 수도 없으니까…”

아들의 백혈병 치료는 아직 진행중이다. 이 치료는 언제까지 지속돼야 하는지 의사조차 답을 주지 않는다. 아들은 어제 병원에 갔다 왔고 다음 날 아침 11시까지 다시 병원에 가 검사결과를 듣기로 했다. 이렇게 두 달에 한 번씩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다. 항암치료가 끝나고 1년이 지나면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는 혈소판 수치가 2만 이상일 때만 해당된다. 혈소판 수치가 1만5천 아래로 떨어지면 백혈병의 재발을 의미한다. 아들은 여전히 1만5천 정도밖에 안 된다. 이런 예측 불허 상황이 장 씨를 불안하게 한다. 지난 몇 달 간 갑자기 열이 올라 119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몇 번 있었다. 장 씨는 “아들이 언제 또 어떻게 실려갈지 몰라 불안하다”고 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장 씨는 그동안 아들 진료비로 연간 2천만원에서 3천만원까지 지원을 받았다. 이 진료비는 보건소에서 병원에 지급보증하는 형태로 지원받은 것이라 그대로 병원비로 다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아들이 만 18세 이상이 되면서부터 지원금이 연간 120만원으로 깎여버렸다. 장 씨는 “성인이 되면 근로능력이 있다고 보고 지원금을 줄이는 것 같다”면서 “병 때문에 공부도 못하고 있는데 일을 해서 돈 벌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원금이 줄어 들어 그것만으로는 진료비와 약값을 감당할 수 없다. 연간 지원금 이상 의료비는 결국 생활비에서 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큰 돈이라도 들어가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는 것이다.

아들 위해 이사 가려 해도 보증금 540만원이 발목

장 씨가 이런 불안감 속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이사다. 백혈병 아들을 위해 깨끗한 집으로 이사 가는 것이 꿈이다. 곰팡이 청소를 한 지 하루 지나면 다시 피어나는 상황이라 장 씨는 직접 페인트를 사 거실 한 쪽을 일정 기간이 지날 때마다 칠한다. 모든 방, 부엌, 화장실, 신발장이 곰팡이로 가득한 집 안에서 그가 페인트를 칠하는 곳은 거실뿐이다. 다른 곳은 엄두가 안 나서 장 씨 방은 장롱으로 그냥 가려놨다.

딸 방은 햇빛이 전혀 들지 않아 한낮에도 어둡다. 아들 방은 집에서 그나마 가장 햇볕이 잘 들어오는 곳인데 이름 모를 벌레들이 속출한다. 몸이 아파 하루 종일 거의 누워 있어야 하는 아들에게는 고통이다. 벌레가 가만히 있는 그를 물기 일쑤다. 결국 한여름에도 모기장을 친다. 아들 방에 선풍기는 필수다. 가게 할 때 갖고 있다가 이사 올 때 가져온 에어컨은 처음 이사 와서 멋모르고 켰다가 한 달 30만원 전기료가 나온 뒤로, 켜 본 기억이 없다.

   
▲ 장 씨 집 가전제품들은 오래된 구형들이다. 에어컨은 30만원의 '전기료 폭탄'을 맞은 뒤 사용한 적이 없다. © 강도림
   
▲ 장 씨네 안방에 곰팡이가 피어 있지만 거실 한 쪽만 페인트 칠을 직접 새로 했다. © 강도림

장 씨의 이사를 가로 막는 것은 LH 보증금, 540만원이다. 살고 있는 LH 매입임대주택의 계약 만료일은 9월 30일이다. 장 씨는 서울보다 훨씬 싼 집이 많은 지방으로 내려가려 했다. 그곳에서는 7천만원 정도면 서울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고 쾌적한 집들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LH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데, 또 다른 LH 입주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결국 장 씨는 SH 즉시임대제를 신청해 선정됐다.

기쁨도 잠시, LH와 맺은 계약을 종결하려면 LH 전세지원금 중 5%인 자기부담금 542만원을 내야 한다. 그런데 이 돈은 아들 병원비로 다 써버린 상태다. SH 집을 구하기 이전에, LH와 맺은 계약이 종료되는 9월 30일까지 540만원을 구하지 못하면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한 달 다닌 딸 학원비 60만원은 12개월 할부 

“딸 친구 부모님한테 빌려서 학원에 딱 한 달 보냈어요. 수학, 영어 과목 1개월치를 12개월 할부로요. 총 60만원이었어요. 또 다니려면 또 빌려야 되는데 무리지요…”

장 씨가 얼마 되지 않는 수입 중에서 가장 늘리고 싶은 지출은 식비보다 딸 학원비다. 그의 딸은 중학생 때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힘든 집안 상황에서도 공부를 잘해왔다. 학원 한 번 안 다니고 이뤄낸 성과였다. 담임 선생은 그런 딸에게 외국어고등학교를 권했다. 하지만 비싼 외고 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 대학진학률이 좋은 사립고로 진학했다.

외고 못지 않게 경쟁이 치열한 학교에서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딸은 시험기간에는 새벽 3시에 자서 6시에 일어난다. 그런 딸에게 부족한 것은 잠보다 학교 부교재 등 책값이다. 학교에서는 한 과목당 최대 7개 부교재를 사서 공부하라고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장 씨는 공부를 잘하고 있는 딸이 공부하는 데 필요한 것을 지원해 주지 못해 뒤떨어질까 걱정이다.

장 씨는 딸을 학원에 보내는 게 꿈이다. 딸 학교는 4시에 수업이 끝난다. 딸 친구들은 학교 수업 뒤에도 밤 12시 너머까지 학원에서 강의를 듣는다. 딸은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워하면서 초조해 한다. 하지만 엄마에게는 “학원이 필요 없다”는 말만 할 뿐이다. 친구들이 학원에 가면 독서실에 가거나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게 딸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들 병 돌보느라 제대로 못 챙겨준 딸

“아들한테는 11년 동안 최선을 다했어요. 딸한테는 저 오빠 병구완해준다고 해준 것이 없어 너무 미안해요. 오빠 한창 치료받으러 다닐 때 외할머니한테 맡겨놓고. 해준 게 아무 것도 없어서…”

   
▲ 장 씨 집안에는 아들이 백혈병을 앓기 시작한 2008년부터 함께한 거북이가 있다. 거북이도 아들처럼 여러 고비를 넘겼다. © 강도림

빈혈이 있는 딸은 얼마 전 학교에서 쓰러졌다. 장 씨는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제서야 딸은 다른 애들이 비타민을 먹더라는 말을 꺼냈다. 약국에 간 장씨는 3만원 정도 하는 비타민들 속에서 가장 싼 만원짜리 비타민을 사 딸에게 건넸다. 

“저번에 비 많이 오는 날 같이 걷는데 딸 신발 바닥이 다 젖더라고요. 야 너 신발에 비가 많이 들어간다 했는데, ‘어, 엄마 비가 많이 와서 그래’라는 거예요. 집에 와서 딸 신발을 빨아 주는데 밑창에 구멍이 막… 근데 애가 말을 안 해…”

엄마 생일에는 다이소에 가서 2천원짜리 립스틱을 사 선물하고, 급식에 요플레가 나오면 오빠 준다고 집에 가져오는 딸이다. 딸이 중학생일 때 엄마는 몇 정거장 떨어진 학교에 버스 타고 가라고 버스비를 따로 챙겨줬다. 하지만 딸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몇 정거장 떨어진 중학교까지 늘 걸어갔다. 장 씨는 딸이 너무 일찍 어른이 된 거 같아 미안할 따름이다.

장 씨는 딸이 학원에 못 가더라도 제발 대학에 진학해서 가난만은 대물림 받지 않기를 기원한다. 지긋지긋한 가난은 자기 대에서 끝내고 자식들만큼은 가난에서 벗어나 잘 살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하지만 장 씨는 불안하기만 하다. 다른 집 애들이 하는 것을 하나도 제대로 못해 주고 있어 딸이 이 집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해서다.

장 씨 가족처럼 한계상황에 처해 있는 가정의 자녀들을 위해 주거비 등을 지원하고 있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조윤영 복지사업본부장은 “나라에서 최저생계비 지원을 해주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론 기초생활수급자의 생활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복지사각지대에 놓이는 사람이 없도록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 지원금으로는 겨우 생계만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자녀들이 차별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지원제도를 만들어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을 막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편집 : 황진우 기자

[강도림 기자]
단비뉴스 환경부 강도림입니다.
강자에겐 강하게, 약자에겐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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