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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과 노래방에 가기 싫은 이유
[글케치북] ‘느슨한 연대감’
2019년 07월 20일 (토) 14:20:23 임세웅 기자 sewoongim@naver.com
   
▲ 임세웅 기자

‘ㅋㄴㄱ?’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놀고 싶을 때면, 나는 ‘코노톡’에 이런 메시지를 날린다. ‘코노톡’은 ‘코인노래방 카카오톡방’의 준말이다. 이 톡방에는 나 같은 친구들 여섯이 있다. ‘ㅋㄴㄱ?’는 ‘코인노래방 고?’의 준말이다. 메시지를 본 친구들은 가고 싶으면 ‘ㅇㅇ’을, 싫으면 ‘ㄴㄴ’을 친다. 대개 둘 정도가 ‘ㅇㅇ’을 친다. 모두가 ‘ㄴㄴ’을 치면 어쩌냐고? 그럼 혼자 가면 된다. 나는 ‘혼코노’도 즐길 정도로 노래 부르는 게 좋다. 비싼 돈 내고 가는 노래방보다 싼 코인노래방이 좋다.

“노래방 가지?” 학기 말 교수님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 가면 2차로 노래방에 가곤 한다. 내 돈 안 드는 건 좋지만,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 우선 노래 장르를 선택할 권한이 나에겐 없다. 나는 ‘7080 노래’ 역시 섭렵했으니 적당히 분위기를 맞추지만, 장르 선택 권한은 역시 최고권력자인 교수님한테 있다. 좋아하는 가요나 랩으로 장르 전환을 시도했다가 분위기가 싸해지고서야 이를 깨달았다. “당신은 날 울리는 땡벌~!” 교수님이 좋아하는 트로트를 부르며 탬버린을 열정적으로 흔들어 재끼고서야 분위기가 풀렸다.

노래방은 수직적 권력 관계가 작동하는 공간이다. 그 공간의 최고권력자는 공간을 통제한다. 노래의 장르, 노래방에 머무는 시간, 탬버린의 강약, 음료수 한 캔까지 그의 입김을 탄다. ‘코노톡’ 멤버들이 가는 코인노래방은 수평적이다. 가기 싫으면 가지 않아도 된다.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부른다. 절로 흥이 나 어깨춤을 추거나 제스처를 취해도 눈치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서로 취향을 존중하고, 공유하며, 즐긴다.

   
▲ 노래방은 수직적 권력 관계가 작동하는 공간이다. 그 공간의 최고권력자는 공간을 통제한다. ⓒ pixabay

현대사회는 개인행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권력공동체와 같은 것이 액체처럼 녹으며 개인 사이 유대감까지 녹인다. 바우만은 이를 ‘현대의 유동성’이라 했다.  하위징아는 ‘인간의 본질은 유희’라 했다. 유희하는 과정에서 서로 관계를 맺어나간다. 유희는 서로 평등하면 더 재미있다. 수직적 권력관계가 ‘녹아내렸을’ 때 놀이는 더욱 재미있고, 유대감도 공유된다. 나는 ‘코노톡’을 3년째 유지하고 있다. 그 톡의 유대감은 분명히 존재한다.

누군가는 “같이 가자”고 했을 때 “ㄴㄴ”을 치는 멤버의 행동을 보고 그게 무슨 유대감이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는 수직적 관계에서 형성되는 유대감에 익숙해져 수평적 관계에서 생기는 유대감을 느끼지 못한 탓이다. 놀이하며 발생하는 유대감은 싫어도 함께 단체행동을 하는 ‘끈끈한 유대감’이 아니라, 서로의 의사를 존중하며 함께하는 ‘느슨한 유대감’이다.

부하직원에게 술을 권하거나 회식을 강권하는 게 전근대적 행위가 되어버린 ‘탈권위 시대’에 느슨한 연대감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잘 모르겠다고? 나와’ 코인노래방에 한번 가 보면 된다. 코인노래방에 가고 싶으면 언제든 내게 연락하라. ‘ㅋㄴㄱ?’ 그 한마디로 우리의 느슨한 연대가 시작할 것이다.


편집 : 신수용 기자

[임세웅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 시사현안팀 임세웅입니다.
벽처럼 단단한 시민들의 생각에, 사회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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