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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아시아 인 아시아 - 가깝고 먼 북소리’
2019년 07월 03일 (수) 20:12:23 권영지 기자 kjih0130@hanmail.net

벚꽃이 흩날리던 봄은 속절없이 가버리고 여름이 왔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올해도 중반이다. 대다수 월급쟁이 서민들은 일과 생활의 균형,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가 활동이라고는 주말 저녁 영화 한 편 보는 게 고작이다.

그 사이 경남도립미술관의 ‘아시아 인 아시아 – 가깝고도 먼 북소리’ 1차 전시가 5월 12일 끝났다. 1차 전시를 놓친 분들을 위해 흥미로운 작품들을 뽑아 소개하려 한다. ‘asia in Asia’는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아시아 속 아시아’다. 전시 안내 책자는 전시 주제를 이렇게 설명한다.

   
▲ 경남도립미술관 올해 1차 전시 <아시아 인 아시아 - 가깝고 먼 북소리> 안내 책자. ⓒ 권영지

삶의 현장, 아시아 속 아시아

‘아시아로 일컬어지는 대부분 나라는 지난 100년 동안 식민지와 해방, 국가폭력과 민주화운동 등 압축적인 근대화를 거쳤다. 이러한 ‘아시아성’은 아시아를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역사를 성급하게 간과하는 일반화의 오류로 비판받기도 한다. 그래서 본 전시는 아시아라는 껍질 속에 존재하는 진짜 아시아, 우리가 사는 실제 장소인 아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 탕탕파 ‘창원 타이완 시장 가판’. ⓒ 권영지
   
▲ 탕탕파 ‘창원 타이완 시장 가판’. 손님들에게 팔 물고기가 진열되어 있다. ⓒ 권영지
   
▲ 탕탕파 ‘창원 타이완 시장 가판’. 손님들에게 팔 물고기가 진열되어 있다. ⓒ 권영지

서양과 동양의 통섭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자 시장 가판이 펼쳐져 있었다. ‘미술관 안에서 장이 열렸나?’ 그 순간 전시된 야채와 고기들이 가짜라는 것을 알아챘다. ‘유치원 애들이 와서 만들었나?’ 실은 대만 작가의 작품이었다. 작품을 만든 작가 탕탕파(Tang Tang Fa)는 현대미술이 예술의 경계를 끊임없이 허물고 탐구하다 오히려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 난해하거나 지루해져 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작가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누구나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시장 가판’이라는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다. 지식인이 아닌 일반인 누구나 예술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느끼길 바라는 것이 작가의 의도다. 익숙한 듯 신선한 탕탕파의 작품을 지나 전시장 내부로 들어섰다.

   
▲ 양마오린의 작품. 동양의 불상과 서구 만화 캐릭터를 접목했다. ⓒ 권영지
   
▲ 양마오린의 작품. 부처로 변한 피터팬이 곤충을 타고 있는 조각들. ⓒ 권영지

“와 이게 뭐야? 이상해.”

눈앞에 늘어선 작품들을 보자마자 튀어나온 말이다. 작품은 절에 가면 볼 수 있는 불상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대만 작가인 양마오린의 작품이다. ‘불교 문화를 보여주는 작품인가?’ 작품에 좀 더 다가가자 불상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작가는 동양에서 신성시하는 불상과 서구의 만화 캐릭터를 접목하여 대만 사회의 고유성이 상실되고 다문화해가는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그의 작품은 지금 우리가 얼마나 문화적 혼재 속에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의 설명을 보며 ‘다양한 문화가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게 나쁜 걸까? 꼭 혼재라고 표현해야 하나?’ 그러면서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까’ 하고 넘어간다.

해운대 엘시티와 소유심리

미술관 영상실로 들어가자 어두 컴컴해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함께 간 일행을 찾아 팔을 휘저으며 조금씩 걸음을 내디뎌야 했다. 짙은 어둠에 공포감을 느끼기 시작하던 찰나, 영상이 시작됐다.

   
▲ 조형섭의 ‘지금 여기, 어느 곳도 아닌’. 엘시티 건축현장 앞을 맴도는 청년. ⓒ 경남도립미술관

영상은 조형섭 작가의 작품 ‘지금 여기, 어느 곳도 아닌’이다. 작가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를 집중 조명한다. ‘부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제 바다뿐만이 아니다. 고층 빌딩, 그중에서도 엘시티는 부산의 또 다른 풍경을 담당한다. 영상은 엘시티가 쌓여 올라가는 건축 과정을 보여준다. 그 앞을 한 청년이 몸을 풀고 달리는 척 제자리에 머문다. ‘저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저 앞에서 뛰는 걸까?’ 건설중인 아파트 앞을 달리는 청년의 모습이 ‘언젠가 저기 들어가리라’는 그만의 다짐을 몸짓으로 나타내는 듯했다. 모종의 소유 심리다. 작가의 초점은 다시 해운대로 향한다.

   
▲ 조형섭의 ‘지금 여기, 어느 곳도 아닌’ 속 부산 해운대 백사장_4채널 영상. ⓒ 권영지

해운대의 밤하늘은 매일 밤 싸구려 폭죽으로 얼룩진다. 해운대에서 불꽃놀이는 불법이다. ‘참 많이도 터트린다’는 생각이 들 때쯤 폭죽을 스쿠터에 가득 실은 남자가 엘시티 앞을 지나친다. 순간 화려한 고층빌딩과 스쿠터를 타고 그 앞을 지나가는 남자가 대비된다.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고층 아파트는 도시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도시의 또 다른 경계다. 그 경계 안쪽으로 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노동을 하지만 기약 없는 행위의 연속일 뿐이다. 뭔지 모를 씁쓸함을 느낀 채 영상실을 나온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발견한 사진의 의미

   
▲ 박진영의 ‘산요 선풍기’ ⓒ 권영지

미술관 벽에 푸른색의 낡은 선풍기 사진이 걸려있다. 사진이 의미하는 바가 궁금해 계속 들여다본다. 그래도 모르겠다. 작품의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해보는 것이 전시를 즐기는 방법의 하나지만 전혀 감이 오지 않을 때는 작품설명을 보고 작품을 이해하는 것도 괜찮다. 박진영 작가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을 TV로 목격했다. 지진 몇 시간 뒤 동북지역을 강타한 거대한 쓰나미는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더 충격적이고 상상을 뛰어넘었다.

   
▲ 박진영이 미야기현에서 주운 사진. 기자의 손 3분의 1 크기다. ⓒ 권영지
   
▲ 박진영이 미야기현에서 주운 사진. 5명의 청년이 자전거를 탄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권영지
   
▲ 박진영이 미야기현에서 주운 카네코라는 인물의 가족 앨범 ⓒ 권영지

 “생사를 알 방법이 없는 가족들, 떠내려간 집과 자동차,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예물 시계… 그런 것들을 제쳐두고 지금 가장 찾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족 앨범’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대지진 사흘 뒤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현장(지바 북부에서 이바라키 북부)을 찾았다. 그는 답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곳곳의 땅바닥에 흩어져 있거나 바람에 날리는 주인 없는 사진들이었다고 말한다. 그 사진들은 잔해더미와 진흙에 묻혀 찢어지고 훼손돼 있었고, 심한 악취와 함께 버려져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재난 현장에서 처참한 환경의 감상이나 그에 따른 인간적인 번뇌를 느끼기보다 우리의 삶 속에서 사진이라는 의미를 되짚고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현장에서 ‘카네코 마리’라는 인물의 앨범을 주웠다. 그를 만나기 위해 생사를 수소문해보았지만 찾기 어려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복구사업이 진행되면서 무너진 잔해들과 함께 주인 없는 사진들이 불태워졌다. 작가는 잔해들 속에서 뒹굴고 있는 사진들을 수습했다. 도시와 함께 버려진 사진들이지만 잔해더미와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 장웨이의 ‘인공극장’. 왼쪽부터 차례로 마오쩌둥, 안창호, 노무현. ⓒ 권영지

어떻게 살 것인가?

전시장을 천천히 둘러보다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춘다. 마오쩌둥과 안창호, 노무현의 사진이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예상치 못한 이들의 조합에 한참을 사진 앞에 머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 사진이 걸려있는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작품 해석을 보고 입이 떡 벌어진다. 사진들은 일반인들의 얼굴을 가져와 만든 합성작품이었다.

장웨이의 작품 ‘인공극장’은 1천여명 일반인 얼굴 데이터베이스에서 눈, 코, 입, 피부, 머리카락 같은 몸의 일부를 가져와 컴퓨터로 합성하여 유명인의 외형을 만들어냈다. 익숙한 얼굴들을 보며 한 치의 의심도 가지지 않았기에 그 사실이 더욱 파격적으로 느껴진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으며 누구나 보통 인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 앞에 선 사람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자기에게 던지게 된다.

전시장을 나오며 가슴을 ‘둥둥-‘ 울리는 북소리를 느낀다. 사진과 영상으로 던진 작가들의 메시지가 마음을 두드린다. 북소리는 개인이나 사회를 각성시키려는 소리다. ‘둥둥-‘ 하고 내려치는 북소리는 위험을 알리기도 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어느 날 귓가에 들리는 북소리는 어떤 경고음이 된다. 멀리서 들리는 아련한 북소리는 실상 내가 사는 가까운 곳의 피부에 와 닿는, 나와 직접 연관된 일들의 알람일지도 모른다.

경남도립미술관의 2차전시는 5월 30일부터 다른 작품으로 시작된다. 모두가 피로사회를 살아가고 있지만 ‘급할수록 천천히 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또는 혼자, 가까운 곳에서 하는 전시를 찾아 가보자. 일상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 : 이신의 PD

[권영지 기자]
단비뉴스 지역농촌부 권영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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