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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주민의 발’ 행복택시에 제동거는 것
[단비현장] 제천시 행복택시 동승기
2019년 05월 26일 (일) 11:46:15 강도림 기자 kangdl0314@naver.com

“급할 때 차도 없고 버스는 안오고… 그럴 때 전화 한 통이면 택시가 와서 실어다 주니 너무 좋지요.”

충북 제천시 백운면 덕동리에 사는 이아무개(66·여) 씨는 얼마 전 인천 아들집에 갑자기 갈 일이 생겼다. 반찬을 좀 해달라는 전화가 와서 나가려고 보니 하루 세번 다니는 버스 첫차는 오전 8시10분에 가고 없어 전화로 택시를 불렀다. 다음 버스는 점심 시간 다 돼 오는데 그걸 타고 나가면 인천 가면 날이 저문다.

   
▲ 충북 제천시 백운면 덕동리 어느 집 앞에서 행복택시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 강도림

이 씨가 이날 전화로 부른 택시에 편승해 덕동리 마을로 갔다. 오전 8시 25분에 백운면소재지에서 만난 김아무개(65) 택시기사는 “9시까지 와 달라는 손님이 있는데, 거리가 멀어 지금 출발해야 된다”고 했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30여 분을 파란 들판 사이를 지나 손님 집까지 가는데 차창 밖으로 본 사람은 다섯이 넘지 않았다. 그만큼 사는 사람이 적은 곳이다.

“사람이 정말 없네요?”

“백운면 주민 90%는 알아, 얼굴 딱 보면 어디 가는구나 알아.”

택시요금 1300원 내고 나머지는 이용권으로

그렇게 덕동리 한 농가에 도착했다. “아직 시간이 안 돼서 안 나와 있네.” 갑자기 볼 일이 급해 근처 화장실을 물었다. 김 기사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더니 “여기 아가씨, 화장실 좀 쓰게 해줘”라고 말한 뒤 집으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우물쭈물하자 “여기 시골이야, 그냥 써도 되는 데야”라며 허허 웃었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일을 보고 나오니 김 기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커피 좀 타다 줘.” 아주머니는 커피 두 잔을 타와서 기사와 기자에게 내밀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 장면이 낯설면서도 정겨웠다. 기사와 손님은 택시를 타고 나오면서 이웃집 소식과 동네 이야기를 나누었다.

덕동리서 백운면 소재지까지 12km쯤 타고 와서 이 씨가 낸 택시비는 1300원. 실제 미터기에 찍힌 요금은 1만8600원인데, 나머지 1만7300원은 노란 딱지 한 장으로 대신했다. ‘행복택시 이용권’. 이씨는 면소재지에서 제천 나가는 버스를 타고 제천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인천 가는 버스를 탔다.

   
▲ 행복택시 기사가 손님한테 받은 이용권을 보여주고 있다. ⓒ 강도림

이 씨는 행복택시를 자주 이용한다. 하루 세 번밖에 없는 버스 시간이 맞지 않을 때나 급할 때 택시를 불러 탄다. 제천시내 병원에 물리치료 예약이 돼 있는 날이나 면소재지에 있는 마트나 미장원 갈 때, 가끔 동네 주민들과 면소재지서 회식을 할 때 행복택시를 불러 탄다.

농어촌 대중교통 소외지역 주민의 통행권 보장을 위해 지자체들이 시행중인 ‘행복택시’ 가 주민들의 호응 속에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충청북도는 지난 2015년부터 시내버스가 운행되지 않거나 운행회수가 적은 시골마을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행복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도내 280개 마을을 대상으로 462대를 운행했고, 이 중 제천시는 19개 마을에 8대를 운행해 작년 한 해 1만5600여명이 행복택시를 이용했다. 제천시는 지난 1월에 추가 모집을 해서 행복택시 11대를 운행중이다.

노인들 병원 가고 나들이 하는 데 도움

행복택시는 도가 정한 기준에 따라 운행지역을 선정하고 그 지역 주민에게 일정 수 이용권을 지급한다. 충북도는 버스 정류장에서 700m 이상 떨어진 곳의 5세대 10명 이상이 사는 마을로, 그 면에 사는 개인 택시사업자가 있는 곳은 어디든 행복택시 운행을 지원하고 있다. 행복택시 운행지역에는 주민들에게 이용권을 지급하는데, 차가 없이 두사람이 사는 가구는 한 사람당 한 달에 12장씩 24장을 지급하고, 차가 있고 두 사람이 사는 가구는 한 사람당 5장씩 10장을 준다. 차가 없고 혼자 사는 사람은 한 달에 8장을 주고 차를 갖고 있으면서 혼자 사는 사람은 이용권을 주지 않는다.

주민들은 외출할 때 행복택시를 부르거나 미리 예약을 하고 이용하는데 본인은 버스 요금에 상당하는 1300원을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 요금은 이용권을 낸다. 행복택시를 타고 나온 이 씨는 “우리는 둘이라 한 달에 이용권이 24장 나오는데 아저씨가 병원에 자주 다녀 모자랄 때도 있다”며 “모자랄 때는 양해를 구하고 그 다음 달에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김 씨는 “노인들이 많고 돈은 없고 하다 보니 병원 갈 때 행복택시를 많이 이용한다”며 “동네 사람들이 면소재지서 만나 이용권 한 장으로 같이 들어가기도 하고, 집에 쌀이 떨어졌다며 면소재지 마트에서 사다 달라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2019년 4월 30일 현재 백운면에는 1762가구가 있다. 그 중 60대 이상 가구가 70% 이상인 1250가구나 된다. 운전하기 어렵거나 차가 없고, 병원 출입이 잦은 고령층 인구 밀집 지역이라 전화 한 통으로 외출할 수 있는 행복택시는 이들에게 긴요한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택시기사도 월 100만원 추가 수입

 “행복택시 가는 곳은 길이 다 나빠.”

그만큼 외진 곳까지 행복택시가 운행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날 김 기사가 “여기까지만 버스가 들어 온다”고 한 곳 안쪽으로는 바로 옆에 낭떠러지가 있는 좁고 가파른 비포장 도로가 이어졌다. 행복택시 기사의 자격 1순위는 해당 면 거주자다. 김 씨도 백운면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만큼 백운면 지리에 익숙해서 어느 동네든 네비게이션 없이 찾아간다. 동시에 늦은 시간이나 쉬는 날이라도 백운면에 있으니까 주민들이 급하게 부를 때 바로 찾아갈 수가 있다.

   
▲ 행복택시가 다니는 길은 외진 곳이 대부분이어서 비포장도로가 많다. ⓒ 강도림

행복택시 기사는 일반 승객 대상으로 영업을 하면서 행복택시 콜이 오면 그리로 달려 간다. 하지만 제천 인근 큰 도시로 가는 승객을 태우고 갈 경우 콜에 응할 수 없어 백운면에 지정돼 있는 네 대의 다른 행복택시 중 한 대를 부르라고 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보통은 주민들이 급할 때가 아니면 미리 예약을 해놓고 이용한다.

   
▲ 행복택시에 동승하고 찍은 사진. 덕동리의 한 손님을 태우러 가는 길 역시 비포장도로다. ⓒ 강도림

행복택시는 주민은 물론 택시기사에게도 도움을 주는 제도다. 행복택시 기사들은 한 달에 한 번 영수증과 이용권을 정리해 면사무소에 제출하면, 제천시 교통과에서 기사 통장으로 주민들이 덜 낸 택시비를 입금해 준다.

제천시가 작년 한 해 행복택시 운행지원금으로 지급한 돈은 9100만원이다. 작년에 운행한 제천시 행복택시 8대가 한 대당 평균 1137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한 달 평균 95만원 정도를 받은 셈이다. 일반 승객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입에 한 달 평균 100만원 가까운 추가 수입이 생기니 택시 기사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버스정류장 700m 이상 지역’ 제한 개선돼야

“그게 웃기는 것이 정류장이랑 가까우면 안 되는 거야.”(백운면 주민)

덕동리 콜 고객을 면소재지까지 태워준 김 기사는 “오늘(금요일) 따라 콜이 많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평소에도 휴일 다음 날 병원 가는 사람이 많아 월요일이 가장 바쁘다고 한다. 그렇게 면사무소 근처 김 기사만의 정류장인 행복택시정류장에서 콜을 기다렸다. 얼마 뒤 할머니 한 사람이 오더니 기사에게 손짓을 하고 자연스레 택시에 올라탔다. 할머니 역시 김 씨의 이웃이자 오래 된 손님이었다. 할머니는 아들이 농사짓는 밭에 일손을 보태러 간다고 했다. 밭에 도착하자 미터기에 5천원이 찍혔다. 이용권을 내시나 하고 할머니 손을 쳐다보자 김 기사가 말했다. “이 분은 아니야.” 할머니는 현금을 내고 택시에서 내렸다.

그 할머니는 행복택시를 이용하지 못하는 일반 택시 이용자였다. 할머니 집이 도가 정해 놓은 행복택시 이용 대상인 ‘버스정류장과 700m 밖’에 있는 집이 아니어서 이용권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같은 동네 안에서도 어떤 집은 행복택시를 이용할 수 있고 어떤 집은 안 된다.

   
▲ 행복택시 운행지역은 산골 동네가 많다. 버스가 다니지 않거나 운행회수가 적은 지역은 벽지 버스 운행지원금 대신 행복택시 지원금을 늘리는 것이 주민 통행권 보장에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 강도림

버스가 자주 오는 동네라면 버스 타러 나오는데 거리가 먼 집에만 행복택시 이용권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버스가 하루 3번 다니는 동네에서 어떤 집은 정류장에서 700m가 넘는다고 이용권을 주고 그 거리 안에 있는 집은 이용권을 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백운면 소재지에서 만난 주민 ㅂ아무개(80) 씨는 “버스는 첫 차가 너무 이르고 낮 차 타고 가려면 시간이 안 맞아 외출할 때 불편이 많다”며 “그런데도 정류장에서 가깝다고 택시 이용권을 주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충북도는 행복택시 예산 제약 때문에 ‘버스정류장 700m 바깥’으로 제한을 해놓았다고 하지만 다른 지자체들은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제주도 행복택시는 만 70세 이상 노인들로 제한하고, 1회 최대 7000원(호출비 1000원 포함)까지만 지원한다.

강원도 태백시도 처음에는 ‘희망택시’ 이용 대상을 버스 정류장과 1km 이상 떨어진 가구만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같은 마을 주민이더라도 거리에 따라 이용 가능 여부가 갈리는 문제가 발생하자, 태백시는 개별 가구가 아닌 마을 단위로 대상지역을 지정하는 것으로 규정을 바꿔 시행하고 있다. 충북도도 예산 제약으로 전면 시행이 어려워 대상지역을 선별해 시행하는 것이라면 대상지역 선정 기준을 연령이나 몸이 불편한 점 등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벽지버스 지원 대신 행복택시 늘려야

제천시 모든 면에서 행복택시가 운행되지 않고 있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있다. 지금 제천시 송학면과 백운면은 행복택시 도입 초기부터 운행이 되고, 수산면은 지난 3월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반면 봉양읍, 금성면, 청풍면, 한수면 등은 행복택시 수요는 있지만 상주하는 개인택시 사업자가 없어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굳이 같은 면 거주 개인택시 업자가 아니라도 인근 지역이나 제천시내 개인택시라도 희망자가 있으면 운행조건을 붙여서 운행지역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행복택시로 지정된 택시들이 일반영업을 하는 시간에는 행복택시 콜이 와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어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제천시에서 만난 행복택시 이용자 김아무개(74) 씨는 ”아주 차 맞추기가 힘들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며 “30분 전화를 걸어도 안 될 땐 ‘화딱지’가 난다”고 했다. 그 때문에 평소 일반인 이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모범택시를 대상으로 행복택시를 지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행복택시를 타고 취재를 하면서 수많은 버스 정류장을 지나쳤다. 하지만 하루 3번 오는버스 정류장에는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찾을 수 없었다. 시간에 맞춰 버스가 와도 타는 사람이 별로 없다. 제천시에는 제천운수와 제천교통, 두 시내버스 회사가 있다. 제천시는 매년 이들 업체에 벽지노선 손실보상금, 시내버스 재정지원금 등 5개 항목 명목으로 20억씩, 총 40억원을 지원한다. 반면 작년 제천시 행복택시 예산은 9천100만원 정도 집행됐고 올해는 예산 1억원이 책정됐다.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지도 않고 필요한 시간에는 이용할 수 없는 시내버스를 줄이거나 없애고, 그 지원금을 행복택시 예산으로 전환해 행복택시 운행지역을 늘려 주는 것이 대중교통 소외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통행권을 보장해 주는 방안이란 생각이 들었다.


편집 : 박지영 기자

[강도림 기자]
단비뉴스 환경부 강도림입니다.
강자에겐 강하게, 약자에겐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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