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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삽질’과 ‘그린워싱’에 함께 분노
[단비현장] ‘2019 서울환경영화제’ 뜨거웠던 일주일
2019년 06월 01일 (토) 21:50:23 장은미 윤종훈 김유경 정재원 기자 josinrunmi@naver.com

“내가 무심코 사용한 코카콜라 페트(PET)병 때문에 다른 지역 사람들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로 고통 받고 있었다니 놀랐어요.”

환경교육을 전공하는 대학생 김은빈(21)씨는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서울극장에서 영화 <달콤한 플라스틱 제국>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1초에 4000개씩 플라스틱 병에 든 음료를 팔면서도 겉으로는 친환경을 내세우는 다국적기업 코카콜라의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고발했다.

기후변화와 플라스틱 쓰레기, 먹거리 안전 등 다양한 환경 주제를 다룬 24개국 영화 59편이 지난 23일부터 29일까지 ‘2019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됐다. 환경재단(이사장 최열)이 지난 2004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이 영화제는 시민들의 환경 감수성을 높이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기업이 감추려는 진실 폭로하는 영화들

   
▲ <달콤한 플라스틱 제국>을 통해 다국적기업 코카콜라의 ‘그린워싱’을 고발한 상드린 리고 감독이 지난 25일 영화 상영 후 관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환경재단

<달콤한 플라스틱 제국>의 상드린 리고(41) 감독은 영화 상영 후 관객과 나눈 대화에서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문제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리고 감독 등 취재팀은 코카콜라 관련 책을 쓴 역사가 바트 엘모어 등 여러 전문가의 입을 빌려 이 거대 기업의 위선을 파헤쳤다. 겉으로는 친환경 정책을 표방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정부의 재활용 목표 상향조정을 저지하기 위해 로비를 하는 등 표리부동한 행태를 근거자료와 함께 폭로했다.

영화는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찾아 플라스틱이 가득 쌓인 산과 쓰레기가 널린 해변도 보여준다. 리고 감독은 “중국이 쓰레기 수입 중단을 선언한 이후 플라스틱 재활용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을 탄자니아 사례가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쓰레기 재활용을 전제로 하는) 순환경제는 코카콜라의 허울 좋은 말에 불과하고 탄자니아 등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쓰레기 처리에 매달리는 ‘빈곤경제’가 존재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국민 혈세를 ‘강 망가뜨리기에 쓴 죄’ 물어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실체를 고발한 다큐멘터리(기록) 영화 <삽질>은 지난 26일 전 좌석이 매진되는 뜨거운 관심 속에 상영됐다. <오마이뉴스>에서 4대강 문제를 꾸준히 고발해 온 최병성(56) 목사와 김병기(54) 기자, 김종술(53) 시민기자, 이상돈(68)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등이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T)에 나섰다.

   
▲ 4대강 사업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감독인 김병기 오마이뉴스 기자가 제작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환경재단

감독을 맡은 김병기 기자는 “국민의 혈세를 쓰면서 강을 망가뜨렸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이렇게 기록을 해야 기억할 수 있고 제2, 제3의 삽질을 막을 수 있다”고 제작 취지를 설명했다. 김종술 기자는 지난 11년간 4대강 취재를 위해 매년 330여일씩 강 주변에서 먹고 자며 몰두한 과정을 회고했다. 그는 큰빛이끼벌레가 사는 ‘녹조 강물’을 직접 마셔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금강 물이 2급수라며 먹어도 된다고 했죠. 그래서 마셔봤는데 시큼한 게 시궁창 악취가 났고, 이후 온몸에 두드러기와 붉은 반점이 생겼습니다. 지금까지도 두통에 시달리고 있어요.”

영화를 본 이예림(22·경기도 부천시)씨는 “4대강 사업의 실체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어서 좋았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함께 보고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힘을 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알고 보면 해로운 음식, 의학협회가 버젓이 추천

25일 저녁에 상영된 <우리는 왜 육식을 멈추고 채식을 사랑하게 되었나? (What the health?)>는 의료, 제약, 식품산업의 결탁과 부패를 다룬 영화다. 미국의 킵 안데르센과 키간 쿤 감독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베이컨, 소시지 등 가공육을 담배, 석면과 같은 1군 발암 물질로 지정했는데도 이들 식품이 미국인들 밥상에 여전히 단골로 올라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었다.

이들은 미국 정부와 언론이 ‘운동 부족과 당분 섭취가 당뇨의 원인’이라고 떠든 것과 달리 실제로는 고기 위주의 동물성 식단으로 혈관 내 지방이 쌓이고 당뇨가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낸다. 또 미국의 심장협회, 당뇨협회, 암학회가 축산업과 낙농업계, 제약업계의 후원을 받는 사실도 폭로한다. 해당 협회들은 당뇨병, 심장병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쇠고기 등 붉은 육류와 달걀 등을 추천 식단으로 제시했다.

영화 상영 후 <오보이(Oh Boy)> 김현성(50) 편집장이 육식의 문제점과 채식의 가치에 대해 강연했다. 김 편집장은 “우리가 최종 제품만 보기 때문에 동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죽임을 당하고, 어떻게 포장돼서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지 인식하지 못한다”며 “환경과 우리의 건강, 동물 복지 등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 영화 <우리는 왜 육식을 멈추고 채식을 사랑하게 되었나? (What the health?)> 상영 후 <오보이(Oh Boy)> 김현성 편집장이 육식의 문제점과 채식의 가치에 대해 강연했다. ⓒ 환경재단

관객 원재희(32‧서울 광진구)씨는 “고기를 대량생산하는 과정에서 동물이 무참히 죽고 이를 소비하는 인간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영화를 보고 강연을 들으니 동물도 나도 함께 잘 사는 방법이 뭘까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자바섬 주민의 투쟁 다룬 <진흙>에 대상

29일 열린 영화제 폐막식에서는 주요 부문 시상이 이뤄졌다. 국제경쟁부문 대상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신시아 웨이드, 샤샤 프리들랜더 감독의 <진흙>에 돌아갔다. 이 영화는 가스 채굴회사인 라핀도 때문에 진흙 쓰나미 재해를 겪은 인도네시아 자바섬 주민들이 거대 기업에 맞서 투쟁하는 과정을 그렸다.

사샤 프리들랜더 감독은 “시위 13주년을 맞아 오늘 마을에서 <진흙>이 상영되는데 상까지 받아 더없이 기쁘다”며 “환경과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낙용 심사위원은 “글로벌 기업의 횡포로 터전을 잃어가고 있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국경쟁 대상에는 왕민철 감독의 <동물, 원>이 선정됐다. 영화는 청주 시립동물원을 배경으로 야생에서 분리된 동물들이 열악한 생활공간에서 고통 받고 적응하는 모습을 그렸다. 한국 경쟁 우수상은 김영조 감독의 <펀치볼>이 수상했다. 대인 지뢰 피해자가 없다며 책임을 부인하는 정부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인 지뢰 피해자 3명의 투쟁기를 그렸다. <펀치볼>의 김영조 감독은 “지뢰 문제가 세상에 더 많이 알려져 더 이상 피해가 없도록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펀치볼>로 한국 경쟁 부문 우수상을 차지한 김영조 감독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 환경재단

환경영화제 맹수진(49) 프로그래머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많은 분들이 다양한 환경 영화를 보고 공감해주시니 기분이 좋다”며 “특히 플라스틱 문제를 다룬 <알바트로스>와 <달콤한 플라스틱 제국>에 대한 호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편집 : 최유진 기자

[장은미 기자]
단비뉴스 환경부 장은미입니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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