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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되지 않을 자유’를 위하여
[상상사전] ‘단톡’
2019년 05월 04일 (토) 19:49:25 조은비 기자 finestrain@naver.com
   
▲ 조은비 기자

영화 ‘킹스맨’ 속 사람들은 초국적 기업이 제공하는 값싸고 편리한 디지털 칩을 인체에 이식한다. 칩을 이식한 이들은 디지털로 연결돼 생각과 행동을 조종당한다. 이들은 급기야 ‘서로 총으로 쏴서 죽이라’는 악한 세력의 폭력적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마을에는 집단 학살극이 벌어진다. 영화의 내용은 자극적이지만, 디지털 연결에 중독된 인간 사회의 취약성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인간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주체적 판단력마저 디지털 연결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디지털 연결은 때때로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만든다. 연락 문제로 연인과 친구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거나 직장 상사 등과 맺은 공적인 디지털 연결이 갈등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디지털 연결에서 벗어나 고독하고 싶을 때도 연결 가능한 기계를 소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연결 안 됨’의 혐의를 받는다. 바야흐로 ‘단톡 지옥’이라는 유행어가 생기고, ‘연결되지 않을 권리’라는 생소한 권리가 등장했다. 프랑스에서 태동된 이 권리는 휴식 시간에도 업무 연락을 기피할 수 없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인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영화에서처럼, 현실에서도 디지털 연결은 한 끗만 삐끗하면 디지털 지옥이 될 수 있다.

   
▲ 디지털 연결은 때때로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만든다. ⓒ pixabay

디지털 연결 홍수 속에서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일은 시대적 과제가 되었지만, 물질문명 발전 측면에서 디지털 연결은 사실 혁명이다. 이미 전세계인은 유튜브, 아마존 등 거대 디지털 연결 플랫폼 기업의 경제권에 예속돼 있다. 사람들은 개인 욕망에 충실한 영상과 물건을 소품종 소비하면서도, 대량생산 체제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규모의 경제라는 풍요로움을 누린다. 특히 4차산업혁명의 핵심축인 공유경제는 디지털 연결이라는 기술적 조건이 없었다면 탄생하기 힘든 새로운 경제 개념이다. 문제는 최근 이에 따른 사회 문제가 극단적인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 진보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를 똑바로 봐야 할 때다. 카카오택시는 카풀 수요자들을 디지털로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로 이익을 창출하려 했지만, 졸지에 설 자리를 잃은 2만 택시기사들은 차 아닌 거리로 나와 농성을 벌였다. 기술 진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국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절망에 빠진 몇몇은 분신까지 했다. 이들을 설득할 대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연결로 발생하는 외부효과에 올바르게 대처할 지혜를 찾지 못한다면, 디지털 연결의 역습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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