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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건물 화석연료 제로’ 각국 전진 중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㊺ 효율화 현황과 과제 (중)
2019년 01월 04일 (금) 21:39:48 임지윤 윤종훈 기자 yoonjh2377@gmail.com

‘첨단 단열공법 등으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을 가리키는 ‘패시브하우스’는 1988년 스웨덴 룬드대학의 보 아담슨(Bo Adamson) 교수와 독일 주거환경연구원 볼프강 페이스트(Wolfgang Feist) 박사가 만든 개념이다. 그들은 독일 헤센주의 지원을 받아 1990년 다름슈타트(Darmstadt)에 바닥면적 156제곱미터(m²)의 3층짜리 주거용 패시브하우스를 세계 최초로 지었다. 이 건물에 4가구가 입주했다. 특수한 단열 설비 때문에 당시 건축비는 일반 건물에 비해 40% 정도 더 들었다고 한다.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세계 최초 패시브하우스 탄생

   
▲ 보 아담슨과 볼프강 페이스트 박사가 1990년 독일의 다름슈타트에 지은 세계 최초의 패시브하우스. 3층으로 된 이 건물에 4가구가 입주했다. ⓒ Passive House Plus

페이스트 박사는 이어 1996년 독일 패시브하우스 연구소(Passivhaus-Institut)를 설립, 에너지효율화건물의 기준을 만들었다. 이 기준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서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195개국이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한 후 각국은 2020년 이후 적용될 ‘신 기후체제’를 위해 법과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건축물 부문에서는 패시브하우스와 액티브하우스(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건물), 이 둘을 결합한 제로에너지하우스(단열과 재생에너지 활용으로 화석연료 소비를 없앤 건물)를 확대하는 방향이다. 그런데 일부 유럽 국가들은 파리기후협약 훨씬 이전부터 이미 건축물 에너지효율화에 앞장 서 왔다.

세계 최초로 패시브하우스를 건설한 독일이 가장 선구적이다. 독일 정부는 건물 부문이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40%를 차지한다는 점을 중시, 일찌감치 패시브하우스 보급 확대 정책을 폈다. 2001년부터 에너지효율화를 위해 건물을 개보수할 경우 비용의 20~50%를 세액공제하거나 보조금을 주는 등 다양한 세제·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시는 첨단 단열공법을 적용한 건물만 건축허가를 내주는 ‘패시브하우스 기준법’을 지난 2007년 대규모 공공건물부터 시행했다. 2009년에는 주택을 포함한 모든 건축물로 확대했다. ‘친환경 도시’로 유명한 독일 남부 프라이부르크(Freiburg)시는 1996년 이후 여러 차례 입법을 통해 신규주택의 에너지소비량이 평균 독일 주택보다 대폭 낮아지게 하는 내용으로 에너지효율화 건축을 의무화했다. 독일 패시브하우스 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독일 내 패시브하우스는 기존 건축비의 10% 정도 추가 비용으로 건축되며, 에너지 소비의 90% 이상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친환경 ‘텔레토비 마을’ 베드제드

영국에서는 환경 의식이 각별한 공익재단과 민간기업이 패시브하우스 건설에 앞장섰다. 런던 남쪽 써튼(Sutton) 자치구에 지난 2002년 들어선 ‘베드제드(BedZED)’가 대표적이다. 베드제드는 ‘베딩턴 지구 화석연료 제로 개발(Beddington Zero-fossil Energy Development)'의 줄임말로, 영국 최초 친환경 주택단지의 이름이 됐다.

 
영국 최초의 친환경 주택단지 베드제드. 색색의 닭벼슬 모양 환풍구들이 열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자연통풍을 해주고, 지붕과 창문에 설치된 태양광전지판에서 전기를 생산한다. 각 집의 베란다 정원은 이웃집과 구름다리로 연결돼 유대감이 각별한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 제정임

서민을 위한 주택공급에 앞장서 온 공익재단 피바디 트러스트와 사회적기업 바이오 리저널 디벨로프먼트 그룹, 친환경 건축사무소인 빌 던스터는 베딩턴의 오수처리장 부지를 싸게 사들여 연립주택 3동을 지었다. 정남향으로 조성된 이 단지는 우선 닭벼슬처럼 생긴 색색의 환풍구들이 지붕위에서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이 환풍구는 열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건물 내부에 신선한 공기를 순환시키는 기능을 한다. 겨울에는 찬 공기를 어느 정도 데워서 집 안에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영국 사람들은 지붕에 색색의 환풍구가 있는 이 단지가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텔레토비’가 사는 곳 같다며 ‘텔레토비 마을’이란 별명을 붙여 주었다.

베드제드는 주택의 외벽을 두껍게 하는 등 단열을 철저히 하고, 자연 채광을 최대한 활용하며 베란다와 지붕에 식물을 키워 냉난방과 공기정화 효과를 극대화했다. 창문은 모두 3중 유리를 썼고 전등은 절전형 제품으로 설치했다. 화장실 변기와 세면대를 일반 제품보다 작게 해 물 낭비를 최소화한 것도 이채롭다. 변기용 물은 빗물을 받아 재처리해서 쓴다고 한다.

   
▲ 일반 제품보다 약간 작은 변기와 세면기를 설치한 베드제드 주택의 화장실. 빗물을 모아 재처리한 뒤 변기 물로 쓴다. ⓒ 제정임

베드제드는 이렇게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태양광 전기를 생산해 쓰고 있다. 건물 지붕과 창문에 태양광전지판을 설치해 주택에서 쓰는 전기의 상당부분을 충당한다. 베드제드 주택은 난방수요가 일반 주택의 10분의 1, 전력사용량은 절반, 도시가스 사용량은 20%, 상수도 사용량은 30~50% 가량이라고 관리사무소 측이 밝혔다.

독일, 영국을 포함한 유럽연합(EU)은 오는 2020년부터 모든 신축건물의 제로에너지 건설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따라서 베드제드 등 선구적 주거단지의 실험은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할 전망이다.

미국 ‘파리협약 탈퇴’에도 에너지효율화는 진행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선언’으로 전 세계의 공적이 된 미국도 건축물 등의 에너지효율화에 있어서는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오는 2020년부터 신축 주택의 제로에너지빌딩 건설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2030년까지 공공건물의 제로에너지건설을 의무화한다.

   
▲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시에 지난 2011년 건설된 제로에너지주택. 단열설비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며 태양열로 온수를 공급한다. 또 지열설비로 주택의 냉난방을 해결한다. ⓒ solaripedia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앞장서고 있는 미국의 지방정부들은 ‘액티브하우스’를 의무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너지위원회는 오는 2020년부터 신축 주택에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하는 ‘2019년 건물에너지 효율기준’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웃국가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지난 2009년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에 미와 모리씨의 설계로 일본 최초의 패시브하우스를 지었다. 1, 2층 합쳐 약 24평인 이 목조주택은 일본에서 잘 쓰지 않던 단열재와 건물밀폐 등으로 열손실을 최소화했는데, 2010년 독일 패시브하우스 협회 인증에 이어 국제 패시브하우스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 2009년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에 목조 2층으로 지어진 일본 최초의 패시브하우스. 당시 일본 내에서는 ‘기후조건에 맞지 않다’며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으나 국제적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 inhabitat.com

2011년 3월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탈원전’과 ‘에너지효율화’에 대한 각성을 일으키면서 일본의 제로에너지하우스 산업에 전기를 마련했다. 2018년 1월 기준 ‘제로에너지하우스 빌더’로 등록된 업체가 6303개나 될 정도다. 2016년 실적으로 약 3만5천채가 제로에너지하우스 관련 주택으로 공급됐다는 집계가 있다. 물론 이 실적 중 국제적으로 공인되는 패시브하우스 등의 기준에 부합하는 건물은 아직 소수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4년 발표한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오는 2020년까지 신축주택의 ‘표준’을 제로에너지하우스로, 2030년에는 신축주택의 ‘평균’을 제로에너지하우스로 실현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2020년까지 신축 주택의 과반수를, 2030년까지는 대부분을 제로에너지하우스로 건설한다는 뜻이라고 국토교통부는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주택 1채당 75만엔(약 733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해  고성능 단열재, 주택용 축전기 등의 보급을 촉진하고 있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오염, 그리고 후쿠시마 참사가 보여 준 원전재난의 가능성은 ‘더 이상 위험한 에너지에 기댈 수 없다’는 깨달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본격화한 탈핵 논쟁은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에너지체제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기후변화와 원전사고의 재앙을 막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모색하는 심층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① “아이들 미래 위해 원전 말고 안전!”

② '블랙스완' 부인하다 일본도 당했다

③ 생존배낭 챙겨 두고 ‘쿵’ 소리에도 깜짝

④ 동해안 원전에 쓰나미 덮칠 수도

⑤ 100만 명 ‘7시간 내 대피’ 가능할까

⑥ 사고 은폐, 불량부품에 근무 중 마약도

 사용후핵연료 저장건물 테러 무방비

⑧ ‘핵쓰레기통’ 10만년 묻을 땅 찾아야

⑨ “핵재처리는 원전 수백년 더 짓자는 것”

⑩ “내 손으로 원전 짓고 암 환자 됐소”

⑪ 아이 몸에도 삼중수소, 어른은 암 속출

⑫ ‘173등짜리 공기’에 병드는 한국

⑬ 발암 먼지에 사람도 게도 까맣게 '속병'

⑭ 석탄 함정에 빠진 '세계 4대 기후악당' 

⑮ "일본이 당한 재난, 한국에 닥칠 수도"  

⑯ 끔찍한 재앙 후에도 여전한 ‘거짓말’

 '싼 전기 공급' 매달리다 원전·석탄 중독

⑱ "후쿠시마 7년, 일부 마을 오염 더 증가"

⑲ 잇단 참사에도 원전을 더 짓자는 세력

⑳ 그 기사는 돈 받고 쓴 것이었다

㉑ 돈 풀어 '친원전 이데올로기' 주입

㉒ 폭염·혹한···지금은 '기후붕괴 시대'

㉓ '기후 악당' 한국에 '온난화 징벌' 본격화

㉔ '트럼프 암초'에서 파리협정을 구하라

㉕ EU 탄소 40% 줄일 때 한국 83% 증가

㉖ '화석연료 제로' 밀어붙이는 '주민의 힘'

㉗ ‘말뫼의 눈물’ 딛고 첨단 친환경 도시로

㉘ 100% 에너지자립 마을, 실업률은 0%

㉙ 태양광·풍력으로 가는 유럽 최강 경제

㉚ 원전대국 프랑스에 태양광전기 수출

㉛ 바닷바람 타고 세계 1등 기업 배출

㉜ 자전거 타는 '날씬이'와 '튼튼이'의 나라

㉝ 태양과 바람의 나라, 어제의 영광이여

㉞ 경제위기, 태양세... 긴 터널 지나 새 출발

㉟ ‘바람은 모두의 것’ 제주 이익공유 첫발

㊱ 무시당한 주민의 분노가 ‘결사반대’로

㊲ 해상풍력, ‘제2 조선업’ 도약 가능할까

㊳ 시민 주도 햇빛발전소, ‘원전 대체’ 시동

㊴ 환경 논란에 중금속 ‘가짜뉴스’도 기승

㊵ “국내 옥상에 원전 44기분 태양광 가능”

㊶ 플라스틱 대신 종이·쌀 빨대 각광

㊷ 인공지능 로봇이 ‘분리수거·계산’ 척척

㊸ 안 쓰고 덜 써야 ‘플라스틱 역습’ 막는다

㊹ ‘열’ 샐 틈 없는 태양광 공동주택 ‘실험 중’

편집 : 조현아 PD

[윤종훈 기자]
단비뉴스 전략기획팀, 기획탐사팀, 환경부 윤종훈입니다.
정보를 캐내는 꾼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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