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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바람의 나라, 어제의 영광이여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㉝ 스페인의 경험 (상)
2018년 11월 04일 (일) 21:43:09 장은미 기자 josinrunmi@naver.com

유럽의 남서쪽, 북대서양과 지중해 사이 이베리아반도에 자리한 스페인은 1년에 300일 이상 쨍쨍한 햇볕이 내리쬐는 곳이다. 연평균 기온은 20도(℃), 여름에는 40도를 훌쩍 넘기는 지역도 있다. 건조해서 목초가 잘 자라지 않는 고원지대가 드넓게 펼쳐져 있고 바람도 많이 분다. 정열과 한(恨)의 춤 플라멩코(Flamenco)와 함께 스페인이 ‘태양과 바람의 나라’로 이름난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이름이 단순히 이런 기후조건 때문에 생긴 것만은 아니다.

유럽의 남서쪽 이베리아반도에 있는 스페인. 바다 건너 아프리카 대륙과 가까운 만큼 덥고 건조한 지역이 많다. ⓒ 구글 지도

햇볕에너지 소금에 저장, 밤에도 전기 만들어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는 ‘집시들의 춤과 노래’에 뿌리를 둔 플라멩코의 발상지다. 동시에 이곳에는 일찌감치 태양에너지 투자에 나선 스페인의 상징적 시설들이 모여 있다. 안달루시아 지방 그라나다 주 그라나다시에서 48킬로미터(km)쯤 떨어진 과딕스 고원의 안다솔 태양열발전소가 그중 하나다.

축구경기장 210개만 한 넓이(2㎢)에 태양열 패널 60만 개를 갖춘 이 발전소는 지난 2009년 완공 후 약 150메가와트(MW) 설비규모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15만 가구의 전기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양이다. 이곳은 특히 낮에 남아도는 태양열 에너지를 소금(용융염) 저장고에 모아 두었다가 햇볕이 없는 밤에도 전기를 만드는 축열식 발전소로 유명하다. 녹는점이 매우 높은 소금의 성질을 이용해 열을 저장했다가 두 소금저장고의 온도 차이를 활용해 전기를 만든다. 에이씨에스 그룹(ACS Group) 등 스페인·독일 4개 회사가 합작 운영하고 있다.

   
▲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그라나다시 외곽 과딕스 고원에 있는 안다솔 태양열 발전소. 낮에 모은 태양열에너지를 소금에 저장하는 회색 건물 2개가 가운데 둥그렇게 보이고 뒤편으로 멀리 풍력발전기들이 돌아가고 있다. ⓒ 제정임

안다솔 발전소와 뒤편 산지 사이의 빈 땅에는 수십 대의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사막처럼 메말라 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산업시설이 들어서기에도 외진 고원이 태양열과 풍력을 결합한 에너지 생산기지가 된 것이다. 단위면적당 1580킬로와트시(KWh)의 태양광이 내리쬐는 스페인의 기후조건은 유럽 평균이 1096KWh인 것을 고려할 때 단연 우월하다.

   
▲ 안다솔 발전소의 태양열 집열 장치. 파란 거울 모양의 패널로 태양열에너지를 모은 뒤 가운데 긴 관을 통과하는 액체에 실어 증기터빈으로 보내 전기를 만든다. ⓒ 제정임

세계 최초 태양열 타워 상용화, 미주와 중동에도 진출

안다솔에서 서쪽으로 350여km를 달리면 역시 안달루시아에 속하는 세비야주 산루카르 라 마요르시의 태양열 탑(solar tower)을 만난다. 지난 2007년 아벵고아(Abengoa)사가 건설한 산루카르 발전소의 피에스텐(PS10)과 피에스투엔티(PS20)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솔라타워들이다. 햇빛을 모으는 거대한 타워의 높이는 PS10이 115미터(m), PS20는 165m나 된다.

이 두 개 타워를 둘러싼 높이 10m의 반사판 1900여 개가 낮 시간 내내 햇빛을 모아 일제히 탑 꼭대기로 쏘아 준다. 그러면 유리판이 열을 모아 물이나 기름을 끓이고, 이때 발생하는 증기압력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집열판 역할을 하는 반사거울은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자동으로 돌아간다.

회사 홈페이지 등의 설명에 따르면 이 발전소는 낮에 모아둔 태양 복사열로 물과 수증기를 압축해 탱크에 저장하고, 밤에는 탱크 밸브를 열어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만든다. 두 솔라타워를 포함한 산루카르 발전소의 설비용량은 300MW로, 세비야의 18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산루카르 발전소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아벵고아는 미국의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멕시코 등에 차례로 진출해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갔다. 산루카르 등 대형 발전소 건설에 힘입어 스페인의 태양에너지 설비량은 2009년 3386MW로 독일의 9785MW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 아벵고아가 스페인 세비야주 산루카르 라 마요르시에 건설한 산루카르 발전소의 솔라타워 PS20. 반사거울이 햇빛을 모아 타워 상단의 유리판에 쏘아주어 전기를 만든다. ⓒ Abengoa sola

스페인에서는 태양열뿐 아니라 풍력 회사들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에 힘입어 쑥쑥 성장했다. 이베르드롤라(Iberdrola), 악시오나(Acciona), 가메사(Gamesa) 등이 대표적인 회사다. 2008년 무렵에는 풍력 관련 기업이 600여 개가 될 정도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다.

2009년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스페인 마드리드 무역관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은 2008년 기준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계 3위의 풍력 발전 설비량을 기록했다. 1위 미국은 2만5170MW, 2위 독일은 2만3903MW, 3위 스페인은 1만6133MW였다. 이같은 스페인의 풍력발전 설비량은 원전 16기 설비량과 맞먹는 것이었다. 풍력발전설비가 가장 많이 들어선 곳은 남부에 있는 카스티야-라만차 자치주로 2009년 누적 설치량이 3415MW, 풍력단지 수는 107개였다. 2014년에는 풍력 발전이 전체 전기생산량의 21%로 원전(20%)에 앞서기도 했다.

   
▲ 에너지기업 악시오나가 스페인의 한 지역에 건설한 풍력단지 모습. 이 회사는 2008년 우리나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맹동산에 1.5㎿급 풍력발전기 41대를 세우기도 했다. ⓒ Acciona

한때 세계 2위·3위 태양광·풍력 지금은 10위·5위로

이렇게 세계 정상에서 경쟁하던 스페인의 태양에너지와 풍력산업이 요즘은 영 예전 같지 않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 국제에너지기구(IEA), 세계풍력협회(GWEC) 등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스페인의 태양광 설비용량은 세계 10위로, 풍력은 5위로 떨어졌다.

   
▲ 2017년 스페인의 풍력과 태양광(열) 설비량 국제 순위. 풍력은 5위, 태양광(열)은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 global wind energy council, statista, 장은미

스페인의 태양에너지와 풍력산업을 이끌던 대기업들도 줄줄이 비보를 전하고 있다. 세계 80국에 직원 2만4000여 명을 두고 연 71억5000만 유로(약 9조 원)의 매출을 올리던 아벵고아는 2015년 11월 유동성 위기를 맞아 스페인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뉴욕타임스>는 아벵고아가 국제유가 하락과 정부 인센티브 삭감에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류재원(53) KOTRA 마드리드 무역관장은 지난 10월 9일 <단비뉴스> 이메일인터뷰에서 “아벵고아는 2017년 3월 구조조정을 완료했고 현재 건전성을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아벵고아에서 지난 5월까지 프로젝트 예산관리를 맡았던 김원모(42) 씨는 지난 8월 19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큰 회사라 살리려는 정부 의지가 강했지만 법정관리 중에 직원이 1만2000여 명으로 줄어드는 등 많은 고통을 겪었다”고 전했다.

한때 풍력발전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다퉜던 악시오나도 지금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풍력터빈 제조사로 2015년 세계 5위를 기록했던 가메사는 경영난 끝에 2017년 지분 59%를 독일 지멘스에 넘기고 ‘지멘스-가메사’로 합병됐다. 스페인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스페인 하편에 계속)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그라나다시의 전형적인 동굴(cave) 무대에서 공연하는 플라멩코 가무단. 가난한 유랑민인 집시의 애환을 담은 플라멩코는 기타 연주와 노래, 춤 등으로 구성된다. ⓒ 제정임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오염, 그리고 후쿠시마 참사가 보여 준 원전재난의 가능성은 ‘더 이상 위험한 에너지에 기댈 수 없다’는 깨달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본격화한 탈핵 논쟁은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에너지체제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기후변화와 원전사고의 재앙을 막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모색하는 심층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① “아이들 미래 위해 원전 말고 안전!”

② '블랙스완' 부인하다 일본도 당했다

③ 생존배낭 챙겨 두고 ‘쿵’ 소리에도 깜짝

④ 동해안 원전에 쓰나미 덮칠 수도

⑤ 100만 명 ‘7시간 내 대피’ 가능할까

⑥ 사고 은폐, 불량부품에 근무 중 마약도

 사용후핵연료 저장건물 테러 무방비

⑧ ‘핵쓰레기통’ 10만년 묻을 땅 찾아야

⑨ “핵재처리는 원전 수백년 더 짓자는 것”

⑩ “내 손으로 원전 짓고 암 환자 됐소”

⑪ 아이 몸에도 삼중수소, 어른은 암 속출

⑫ ‘173등짜리 공기’에 병드는 한국

⑬ 발암 먼지에 사람도 게도 까맣게 '속병'

⑭ 석탄 함정에 빠진 '세계 4대 기후악당' 

⑮ "일본이 당한 재난, 한국에 닥칠 수도"  

⑯ 끔찍한 재앙 후에도 여전한 ‘거짓말’

 '싼 전기 공급' 매달리다 원전·석탄 중독

⑱ "후쿠시마 7년, 일부 마을 오염 더 증가"

⑲ 잇단 참사에도 원전을 더 짓자는 세력

⑳ 그 기사는 돈 받고 쓴 것이었다

㉑ 돈 풀어 '친원전 이데올로기' 주입

㉒ 폭염·혹한···지금은 '기후붕괴 시대'

㉓ '기후 악당' 한국에 '온난화 징벌' 본격화

㉔ '트럼프 암초'에서 파리협정을 구하라

㉕ EU 탄소 40% 줄일 때 한국 83% 증가

㉖ '화석연료 제로' 밀어붙이는 '주민의 힘'

㉗ ‘말뫼의 눈물’ 딛고 첨단 친환경 도시로

㉘ 100% 에너지자립 마을, 실업률은 0%

㉙ 태양광·풍력으로 가는 유럽 최강 경제

㉚ 원전대국 프랑스에 태양광전기 수출

㉛ 바닷바람 타고 세계 1등 기업 배출

㉜ 자전거 타는 '날씬이'와 '튼튼이'의 나라

편집 : 이민호 기자

[장은미 기자]
단비뉴스 환경부 장은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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