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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대신 종이·쌀 빨대 각광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㊶ 재활용 현황과 과제 (상)
2018년 12월 13일 (목) 23:33:24 장은미 홍석희 기자 josinrunmi@naver.com

13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범계역 부근의 스타벅스 범계로데오점. 1, 2층 100석 규모 매장이 젊은 회사원과 대학생 등으로 거의 꽉 찬 가운데, 유리컵에 담긴 음료를 하얀 빨대로 마시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지난달 26일부터 국내 스타벅스 매장 1230여곳에서 초록색 플라스틱빨대를 밀어내고 등장한 종이빨대다. 예전엔 용기 반환대에 플라스틱 빨대와 막대(스틱)가 한 다발씩 꽂혀 있었지만 이젠 사라졌고, 손님이 요청하면 개별 포장된 종이빨대를 하나씩 나눠주고 있다.

연간 ‘지구 한바퀴’ 분량 빨대를 종이성분으로 교체

찬음료를 마시던 박진우(29·경기도 안양시)씨는 "처음엔 종이가 닿는 느낌이 이상했지만 계속 먹다보니 플라스틱과 큰 차이가 없다"며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하니, 다른 카페도 종이빨대로 바꾸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스타벅스에 새로 등장한 종이빨대로 음료를 마시는 회사원 박진우씨. “사용하는 데 별 불편이 없다”며 친환경 종이빨대가 다른 카페로도 확산하기를 희망했다. ⓒ 홍석희

국내 커피전문점 매출 1위인 스타벅스가 지난해 국내 매장에서 사용한 플라스틱 빨대는 약 1억8천만개로, 21센티미터(㎝) 길이를 이어붙이면 약 3만7800킬로미터(km)가 된다. 지구 한바퀴(약 4만km) 길이와 거의 맞먹는다. 하지만 이젠 자연 분해되는 종이를 원료로 써서, ‘썩지 않는 환경 골칫덩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그만큼 줄이게 됐다. 스타벅스는 또 얼음이 들어가는 음료를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컵 뚜껑을 도입했고, 음료를 젓는 플라스틱 막대도 나무재질로 바꿨다.

스타벅스 코리아 사회공헌팀 하지은 파트너는 13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지난 7월 ‘그리너 (Greener) 스타벅스 코리아’ 캠페인을 시작한 후 개인용기 음료 할인, 종이 대신 전자영수증 발급, 비닐 대신 친환경 포장재 도입, 커피찌꺼기 퇴비 활용 등 친환경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마다 10월 말부터 내놓던 크리스마스용 붉은 종이컵도 올해부터는 재활용이 가능한 흰색 종이컵에 빨간 컵홀더를 끼우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빨대와 막대가 꽂혀 있던 원통(왼쪽 상단)이 텅 비어있는 스타벅스의 반환대, 빨대를 대체하는 컵 뚜껑, 나무막대, 그리고 1회용품 사용자제 안내문 옆에 놓인 종이빨대. ⓒ 홍석희

쌀로 만든 빨대와 숟가락·포크에 관심 급증

석유화학 제품인 플라스틱, 비닐 등을 줄임으로써 기후변화 원인인 탄소배출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친환경 대체상품을 개발·사용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쌀빨대’를 개발한 중소기업 연지곤지의 김광필(42) 대표는 요즘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다. 지난달 10일 ‘서울 카페쇼’가 한창인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단비뉴스>와 만난 그는 “해외에서 해조류로 컵을 만드는 것을 보고 ‘그럼 빨대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제품 개발을 시작했고 약 1년 8개월 만에 완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달 3억5000개 정도의 쌀빨대를 만들어 호텔과 카페 등에 납품하고 있는데 내년 초까지 월 10억개 이상 생산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플라스틱빨대가 개당 5~15원인데 종이빨대는 대략 3~5배, 쌀빨대는 10배 가량인 50원이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도 친환경 식품소재를 쓰겠다는 구매처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쌀 빨대는 쌀 70퍼센트(%)와 태국산 타피오카(식용녹말) 30%를 섞어 만든다. 밀봉 상태에서 보관하면 유통기한이 1년 정도지만 습기에 약하고 갈라지는 문제가 있어 1년 내내 고른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베트남에 공장을 두고 있다. 쌀빨대의 장점은 약 2시간에서 10시간이면 자연 분해가 된다는 점이다. 식품위생관리체제인 해썹(HACCP) 인증도 받았다. 김 대표는 “앞으로 빨대 생산량을 늘리면서 컵, 숟가락, 포크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서울 카페쇼’에 쌀빨대를 홍보하고 있는 연지곤지 김광필 대표. “현재 유명 호텔과 개인 카페 등에 납품하고 있으며 외국 기업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장은미

(주)하이그린도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피엘에이(PLA)를 주원료로 빨대와 숟가락 등을 만들어 오설록 카페, 닥터로빈 등에 납품하고 있다. PLA는 1년 정도면 자연분해가 된다. 김범래(36) 대표는 “얼마 전 플라스틱 빨대를 잔뜩 삼키고 고통당하던 거북이 모습이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도운 것 같다”며 “기업들도 소비자의 인식변화를 바탕으로 친환경 활동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달 10일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카페쇼’에서 ㈜하이그린의 정태호 과장이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PLA 제품을 관람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장은미

한국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 세계 1위

“지난 60년간 플라스틱 사용량은 20배 증가했고 대한민국의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1위입니다. 플라스틱은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세플라스틱 관리 및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이사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킬로그램(kg)으로, 미국(93.8㎏), 프랑스(65.9kg), 일본(65.8㎏), 중국(57.9㎏) 등 주요국보다 월등히 높다.

이렇게 쓰고 버린 플라스틱을 수거해 중국으로 ‘수출’했던 국내 재활용업체들은 중국이 올 들어 24종의 고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자 지난 4월 ‘수거 거부’를 선언했다. 그래서 일어난 것이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다. 이 사건은 1회용품 등을 ‘쉽게 쓰고 버리는’ 우리 현실에 대한 반성을 불렀다. 환경부 추정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연간 1회용 컵 사용량은 257억개로 하루 약 7000만개 수준이다. 비닐봉지는 연간 약 216억개다.

   
▲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약 132㎏으로 세계 1위다. 충북 제천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고객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 포장지 등이 비치돼 있다. ⓒ 장은미

정부 ‘자원순환기본계획’ 수립, 기업도 전환 시급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10개 부처는 지난 9월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을 발표하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언했다. 2016년 기준 국내총생산량(GDP) 10억원 당 95.5톤(t)인 폐기물 발생량을 2027년까지 76.4t으로 20%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70% 수준인 실질 재활용률을 82%까지 높이기로 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전완 행정사무관은 지난 10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 계획은 자원의 효율적 이용, 폐기물의 발생 억제 및 순환이용 촉진에 대한 10년 단위(2018~2027)의 국가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 계획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생산단계에서 폐기물 자체를 원천적으로 줄이고 재활용이 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것이다.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에 분담금을 더 물리고,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통해 자원순환형 소재나 디자인 개발을 지원하는 정책이 포함됐다.

이런 정책에 많은 기업들이 적극 호응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롯데칠성, 빙그레, 엘지(LG)생활건강, 씨제이(CJ)제일제당 등은 올해 중 자사의 일부 형광색 페트병 제품을 재활용이 가능한 무색으로 교체한다고 밝혔다. 코카콜라와 애경도 2019년까지 무색 제품으로 전환 완료할 예정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지난 10월 25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유색 용기인) 마운틴듀, 트로피카나 용기를 무색으로 전환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외선에 변질 우려가 있는 맥주용기는 갈색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친환경 제품 제조업체들은 정부 정책에 특히 반색하고 있다. 친환경 종이컵 생산업체 리페이퍼 손은혜 마케팅팀장은 지난 10월 25일 <단비뉴스> 이메일 인터뷰에서 “분리수거 대란 이전에는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식이 낮아 시장진입이 쉽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많은 식음료업체 및 포장재업체에서 문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 코팅성분 때문에 재활용이 어려운 다른 종이컵과 달리 ‘100% 재원료화가 가능한 종이컵’임을 강조하는 리페이퍼의 친환경 인증 제품. Ⓒ ㈜리페이퍼

반면 일회용 플라스틱 및 비닐 제조업계는 빠른 속도로 전환되는 정책에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나근대(72) 전무는 지난달 2일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현재 플라스틱에 대한 시장수요가 20~30% 정도 줄어 재고가 쌓이고, 영세한 플라스틱 생산업체들은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며 위기감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전완 사무관은 “기존 업계에서는 어려움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10년의 장기적 방향을 제시한 것이므로 업체들이 잘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43) 소장은 “기존업체에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 관련 산업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대부분의 일회용품 제조업체는 중소기업이라 기술력이 낮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 스스로도 친환경 제품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친환경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방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오염, 그리고 후쿠시마 참사가 보여 준 원전재난의 가능성은 ‘더 이상 위험한 에너지에 기댈 수 없다’는 깨달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본격화한 탈핵 논쟁은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에너지체제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기후변화와 원전사고의 재앙을 막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모색하는 심층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① “아이들 미래 위해 원전 말고 안전!”

② '블랙스완' 부인하다 일본도 당했다

③ 생존배낭 챙겨 두고 ‘쿵’ 소리에도 깜짝

④ 동해안 원전에 쓰나미 덮칠 수도

⑤ 100만 명 ‘7시간 내 대피’ 가능할까

⑥ 사고 은폐, 불량부품에 근무 중 마약도

 사용후핵연료 저장건물 테러 무방비

⑧ ‘핵쓰레기통’ 10만년 묻을 땅 찾아야

⑨ “핵재처리는 원전 수백년 더 짓자는 것”

⑩ “내 손으로 원전 짓고 암 환자 됐소”

⑪ 아이 몸에도 삼중수소, 어른은 암 속출

⑫ ‘173등짜리 공기’에 병드는 한국

⑬ 발암 먼지에 사람도 게도 까맣게 '속병'

⑭ 석탄 함정에 빠진 '세계 4대 기후악당' 

⑮ "일본이 당한 재난, 한국에 닥칠 수도"  

⑯ 끔찍한 재앙 후에도 여전한 ‘거짓말’

 '싼 전기 공급' 매달리다 원전·석탄 중독

⑱ "후쿠시마 7년, 일부 마을 오염 더 증가"

⑲ 잇단 참사에도 원전을 더 짓자는 세력

⑳ 그 기사는 돈 받고 쓴 것이었다

㉑ 돈 풀어 '친원전 이데올로기' 주입

㉒ 폭염·혹한···지금은 '기후붕괴 시대'

㉓ '기후 악당' 한국에 '온난화 징벌' 본격화

㉔ '트럼프 암초'에서 파리협정을 구하라

㉕ EU 탄소 40% 줄일 때 한국 83% 증가

㉖ '화석연료 제로' 밀어붙이는 '주민의 힘'

㉗ ‘말뫼의 눈물’ 딛고 첨단 친환경 도시로

㉘ 100% 에너지자립 마을, 실업률은 0%

㉙ 태양광·풍력으로 가는 유럽 최강 경제

㉚ 원전대국 프랑스에 태양광전기 수출

㉛ 바닷바람 타고 세계 1등 기업 배출

㉜ 자전거 타는 '날씬이'와 '튼튼이'의 나라

㉝ 태양과 바람의 나라, 어제의 영광이여

㉞ 경제위기, 태양세... 긴 터널 지나 새 출발

㉟ ‘바람은 모두의 것’ 제주 이익공유 첫발

㊱ 무시당한 주민의 분노가 ‘결사반대’로

㊲ 해상풍력, ‘제2 조선업’ 도약 가능할까

㊳ 시민 주도 햇빛발전소, ‘원전 대체’ 시동

㊴ 환경 논란에 중금속 ‘가짜뉴스’도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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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장은미 기자

[장은미 기자]
단비뉴스 환경부 장은미입니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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