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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자는 좋은 기사로 말한다”
[여론광장] ‘갑질 타파’ 토크콘서트
2018년 12월 19일 (수) 16:20:50 임지윤 최준혁 기자 dlawldbs20@naver.com

"불가능한 것을 모두 제거하고 나면 아무리 믿기 힘들어도 진실만 남는다."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 셜록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한 말이다. 진실을 파헤치기는 너무도 어렵지만 못할 건 아니라는 뜻이다. 소설 속 ‘셜록’처럼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힘쓰는 기자가 있다. 10년간 <오마이뉴스>에서 기자로 활동하다가 작년부터 진실탐사그룹 <셜록> 대표로 활동 중인 박상규 기자가 바로 그다.

   
▲ 영국 드라마 ‘셜록’ 중 주인공 셜록이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왓슨에게 진실이 뭔지 얘기하는 장면. © 영국 드라마 '셜록'

18일 오후 7시,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오마이뉴스> 주최로 ‘양진호 폭행’ 사건을 최초 보도한 진실탐사그룹 <셜록> 박상규 대표의 ‘갑질 타파’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 낸 뒤 그의 선택

“저는 기자로서, 2015년 백수가 되고 믿었던 건 저 하나였습니다. 좋은 기사는 통할 것이고 좋은 기사를 쓰면 세상이 날 굶겨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버텼죠.”

박상규 대표는 ‘양진호 폭행’ 사건을 보도하기 전까지 자신이 살면서 가장 잘한 선택 4가지를 말했다. 첫 번째는 2014년 자신이 다니던 언론사인 <오마이뉴스>에 사직서를 낸 것, 두 번째는 ‘좋은 기사는 통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좋은 기사를 쓰려고 노력한 것, 세 번째는 사직서를 낸 뒤에도 월급을 계속 줄 테니 원하는 기사를 쓰라는 <오마이뉴스> 오연호 사장의 제안을 뿌리친 것, 네 번째는 백수가 된 뒤 전남 구례에서 고사리를 뜯어 먹고 살며 조금씩 모은 돈으로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재심이 필요한 세 사건을 2년 동안 심층 취재한 것이다.

   
▲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양진호 폭행’ 사건을 최초 보도한 진실탐사그룹 <셜록> 박상규 대표가 ‘갑질 타파'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 임지윤

박 대표가 취재한 세 사건은 아버지 살해 혐의로 18년째 수감돼있는 무기수 김신혜씨 사건, 영화 <재심>을 통해 알려진 2000년 ‘약촌오거리 택시강도 살인사건’, 1999년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이 그것이다. 그는 “뒤의 두 사건 같은 경우에는 진범이 당시에 잡혔음에도 검사가 진범을 풀어줘서 죄 없는 사람들을 감옥에 가뒀다”며 “박준영 변호사와 끈질긴 취재 끝에 그 두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됐던 이들은 최근 무죄판결을 받았고 무기수 김신혜씨는 대법원에서 재심 결정을 해 재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박 대표는 “자신이 취재했던 세 사건의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 공통점은 세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전부 가난한 사람들이고 상대적으로 저학력이며 자신이나 가족 중 장애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에서 가해자로 몰린 사람 중에는 신체장애를 가진 부모를 부양하는 지적장애인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분은 사건 당시 세 사람 중 유일하게 자신이 할머니를 죽이지 않았고 빨리 집에 가서 장애인 부모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얘기를 검찰에 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박 대표는 “그 기록 바로 밑에는 괄호치고 ‘어디가 좀 모자란 듯 횡설수설함’이라고 적혀있었다”며 검찰의 불합리하고 인권 탄압적인 수사 과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 영화 ‘마더’에서 아들 대신 붙잡힌 장애인에게 “너 엄마 없니”라고 묻는 장면이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회적 약자들은 부모가 없어서 일방적 피해자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를 지적했다. © 영화 '마더'

세 사건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이분들 모두 엄마가 없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엄마가 없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를 예로 들었다. 영화 ‘마더’에는 엄마가 자기 아들이 실제 범인이란 걸 알지만 새로운 범인이 잡혔다는 얘기를 경찰에게서 듣게 되고, 아들 대신 수감하게 된 장애인을 만난다. 그리고 그에게 “너 엄마 없니”라며 한마디 묻는다. 박 대표는 “실제 대한민국의 많은 사회적 약자들은 부모가 없는 경우가 많고, 많은 사건들은 국가기관이 아닌 가족들, 특히 부모가 나서서 자식 문제를 합의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약자들은 자신을 위해 싸워줄 사람이 없다”며 “세 사건에서 자신이 만난 당사자들도 그러했다”고 말했다.

그가 본 ‘불합리한 대한민국’

박상규 대표는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에서 가해자로 지목됐던 강인구씨와 9개월간 인터뷰를 하며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취재 도중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냐”는 그의 질문에 강인구씨는 “경찰서에 끌려와서 내가 할머니를 안 죽였는데 자꾸 나보고 죽였다며 두들겨 팼을 때”라고 대답했다. 또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냐”는 질문에는 “살면서 행복한 순간이 딱 한 번 있었는데, 어릴 적 엄마가 자신에게 심부름시켜서 가까운 슈퍼에서 약을 엄청 사 왔는데 그걸 먹고 자기를 끌어안고 잔 날”이라고 대답했다. 강인구씨의 어머니는 그렇게 다음 날 그의 곁을 떠나갔다. 마지막 질문으로 “당신을 위해서 울어주는 사람이 있냐”고 하자 강인구씨는 “딱 한 명 있었다”고 대답했다. 자신이 살인누명을 쓰고 1년째 생활할 때, 진범 3명이 잡혀서 자신과 대면했는데 당시 사건을 담당한 최 모 검사가 책상을 딱 내리치며 자신에게 할머니 죽였는지 물어서 죽였다고 대답하며 미안하다고 벌 받겠다 하자 앞에 있던 진범 중 한 명이 펑펑 울었다는 것이다.

   
▲ 박 대표는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에 얽힌 피해 할머니 아들, 진범, 그리고 누명을 쓰고 감방 생활을 했던 강인구씨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 사회 진짜 나쁜 놈이 누구냐”고 되물었다. © 임지윤

박 대표는 “강인구씨가 무죄 판결을 받고 세상에 나온 뒤 작년 11월 결혼을 했다”며 당시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에는 강인구씨와 함께 찍은 두 남성이 더 등장하는데, 바로 사건의 진범과 피해 할머니 아들이었다. 청중들은 사진을 보고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박 대표는 “피해 할머니의 아드님은 자신의 어머니가 끔찍한 강도 사건으로 돌아가셨지만 그것보다 더 안타까운 게 죄 없는 3명이 살인 누명을 쓴 것이었다”고 말했다며 아들이 먼저 자신에게 “그들의 누명을 벗겨주기만 하면 용서하겠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그 옆에 있는 진범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죄를 모두 자백했고, 피해 할머니 묘에 가서 죄송하다고 참배를 했다며 “그런 화해와 용서가 서로 손을 잡는, 그런 있을 수 없는 그림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삼례 3인조와 진범 3인조를 대질시키고 결국 진범은 풀어주고 죄 없는 이들을 감옥에 가둔 최 모 검사는 현재 한국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변호사로 일하며 월급을 1억 넘게 받고 있다”며 “아직 한마디 사과도 없고, 오히려 최근에 삼례 3인조와 박준영 변호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가운데 과연 누가 진짜 나쁜 놈인지 우리는 헷갈리게 된다”며 “국가가 사법고시를 합격한 이들에게 5급 공무원 자격을 주고 연봉을 많이 주는 이유는 양승태처럼 마음대로 재판거래 하라는 것이 아니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라는 거다”라고 책임 없는 권력을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갑질 타파’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박 대표의 특강을 듣고 있는 이원찬(27)씨 등 대구시민들. © 임지윤

‘양진호 보복’ 두렵지만

박 대표는 얼마 전 양진호씨 가족을 인터뷰할 때 그의 가족에게서 들은 얘기를 전했다.

“양진호의 인생은 딱 두 글자로 요약되는데 그게 ‘보복’입니다. 양진호는 5년이든, 10년이든 감방에 갔다 오면 너에게 분명히 보복할 거고 너뿐만 아니라 기자에게도(누구인지 불명확) 보복할 거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마음대로 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해요. 처음에 이 얘기를 듣고 너무 놀라고 두려웠지만 시민들의 힘을 믿습니다. 시민들의 후원을 등에 업고 저는 <셜록>을 통해 계속해서 ‘좋은 보도’를 이어갈 겁니다.”

   
▲ 박 대표의 특강이 끝나고 기자들과 대구·경북 시민들이 둥글게 앉아 ‘갑질 없는 다과회’ 시간을 가졌다. © 임지윤

이날 콘서트 뒤에는 <단비뉴스> <오마이뉴스> <뉴스민> <더 타임즈> 등 여러 매체의 기자들과 대구·경북 시민 30여 명이 모여 한 해를 돌아보고 얘기를 나누는 소규모 송년회 시간을 가졌다. <오마이뉴스> 조정훈 기자는 “매년 연말에 이와 같은 송년회를 준비하는데, 올해는 박상규 기자를 초청해 시민들과 함께 사회적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준비해봤다”며 “앞으로 갑질 없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오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행사에 참여한 대구시민 이원찬(27) 씨는 “사회복지를 전공해서 관련 정책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런 쪽에 관심을 가질수록 ‘인권’이나 ‘사회문제’에 더욱 민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오늘 이 자리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보수·진보의 기울어진 언론 지형과 극성스런 가짜뉴스 등으로 건전한 여론형성이 힘든 사회입니다. 제대로 이슈화가 안 되니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갈등이 잠복하는, 이른바 ‘Non-issue, Non-decision Society’가 바로 한국입니다. 주요 정책이나 법을 결정할 때 공론화 또는 숙의 과정이 한국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학계 또는 소수자의 건강한 목소리조차 기성 언론은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단비뉴스>가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여론광장]을 개설합니다. (편집자)

편집 : 윤종훈 기자

[임지윤 기자]
미디어콘텐츠부, 환경부, 전략기획부, 시사현안팀 임지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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