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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사업장’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여론광장] 천주교개혁연대, 희망원 장애인 인권유린 사태 이후 개혁 모색
2018년 12월 11일 (화) 13:36:40 임지윤 최준혁 기자 dlawldbs20@naver.com

“개인적으로 80년대 가톨릭 창립 운동 이후, 교회에서 민주주의나 정의를 외치는 게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입니다. 이 자리가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참다운 교회로 거듭나는 데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천주교 개혁연대 대표인 김항섭 한신대 교수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제2차 토론회 ‘교회 사업장의 개혁 – 대구대교구 사례를 중심으로’가 지난 8일 오후 2시 대구 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지난 9월에 있었던 천주교개혁연대의 1차토론회 이후 석 달 만이다.

   
▲ ‘천주교개혁연대’ 2차토론회가 대구 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경동현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 김유철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소장. © 최준혁

이날 토론은 ‘장애인 인권유린이 무차별적으로 벌어졌던 대구희망원 사태 이후,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진실된 반성이 있는지’, 그리고 ‘교회 개혁을 위한 쇄신방안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장이 좌장을 맡았고, 경동현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과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소장, 김유철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가 패널로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 청중은 전국 각지에서 가톨릭 신자를 중심으로 70명 정도가 모였다.

‘희망 없음’의 시대, 교회개혁의 희망을 찾아서

   
▲ 경동현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이 ‘교회 사업장의 복음화를 향한 여정’이란 제목으로 첫 발제를 했다. © 최준혁

첫 발제를 한 경동현 연구실장은 희망원 보도 이후 대구대교구의 대처와 교회 사업장 문제의 원인을 지적했다. 그는 “대구대교구가 작년 5월 31일, 교구민에게 공지한 ‘희망원 수탁운영을 마치며’를 보면 희망원 사태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반성, 쇄신안 마련을 약속했지만 불과 1년 사이인 올 4월 ‘부활절 메시지’에서는 어떤 성찰과 반성의 메시지도 없었고, 교구가 ‘시련’을 겪고 있다며 사건을 일단락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상 초유의 비리로 법정구속 사태까지 간 사제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올 초 교구 정기 인사에서 본당주임신부로 발령됐고, 쇄신을 외친 이들은 어둠의 세력으로 분류돼 정직, 대기, 명예훼손 고소 등의 조치를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러한 상황이 사회적 논란거리임에도, 교회에서는 누구 하나 관심 두고 목소리 내는 이들이 없다”며 천주교회 쇄신에 ‘희망’ 있는지 되물었다.

   
▲ ‘천주교 개혁연대’ 2차 토론회에 참석해 발제를 듣고 있는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 © 최준혁

경 소장은 지난해 대구파티마병원의 리베이트 비리와 일반 병원보다 열악한 노사관계를 언급하며 “과거 의료시설과 사회복지 시설이 없었던 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구제 목적으로 세워진 가톨릭계 병원은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CMC)으로 통합해 한국 최대 의료 기관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지만, 규모의 경쟁력일 뿐 정신의 차별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한국천주교회 대표 교구인 서울교구의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이 운영 이념으로 ‘기업 영성’을 내세우며 교육, 의료 사업을 넘어서 평화상조, 미셸푸드, 평화이즈 같은 자회사를 설립해 여행, 건축, 상조, 외식, 전산개발, 레저 사업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행태는 수입사업체 운영을 ‘영성’으로 포장해 작은 규모의 재래상권 폐업을 가져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혁명기의 교회는 당시 제1신분이었던 성직자 그룹이 혁명의 돌풍에서 강제로 재산도 뺏기고 스스로 개혁하려는 과정도 겹치며 조금씩 바뀌어 갔는데, 이처럼 외부 충격과 내부 쇄신이 맞물려야 교회 개혁이 가능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평신도들이 중심에 서서 각성된 성직, 수행자들과 함께 종교의 공공성 회복 운동에 전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의 관점에서 본 복음화 사업장 운영방안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소장이 ‘인권의 관점에서 본 복음화 사업장의 운영방안’란 제목으로 두 번째 발제를 했다. © 최준혁

두 번째 발제는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소장이 희망원 사태를 통해 바라본 ‘교회가 전개하는 사회복지 사업 전반에 담은 고민’을 얘기했다. 그는 “대구 희망원 사태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건 사제가 평신도와 수용자들을 관리하고, 수용자들 사이에 또 등급을 나눠 서로 관리하는 방식인 ‘동장 제도’였다”며 인권보다는 관리의 효율성을 따져 설정한 교회의 수직적 관계 방식을 지적했다. 그는 “어떤 언론에서는 이것을 ‘군사주의 정권의 잔재’라고도 표현한다”며 “이러한 관계 방식은 ‘하느님께서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는 창세기 1장 27절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는 마르코복음 2장 27절의 인권에 대한 복음 말씀을 어기는 것”이라고 했다.

신 소장은 “이러한 교회 사업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제들의 본분 수행’과 ‘평신도 역할 강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제는 제사장으로서 기도 생활과 영적 생활을 좀 더 해야 하는데 사제들이 너무 관리와 경영직에 집중되어 있다”며 “사제뿐 아니라 평신도들, 각자가 하느님의 모상성, 구원의 신비, 영적 능력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교육 기회와 영적 강화 경험이 더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언론에 비친 대구대교구의 명암

   
▲ 김유철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가 ‘언론에 비친 대구대교구의 명암’란 제목으로 세 번째 발제를 했다. © 최준혁

“목이 약한 사람은 목 감기, 코가 약한 사람은 코 감기에 걸려요. 대구대교구가 자꾸 언급되는 이유는 한국 교회 중 가장 약한 곳이기 때문이에요.”

세 번째 발제는 김유철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가 맡았다. 그는 ‘희망원’, ‘팔공산 골프장’, ‘대구가톨릭대 비리’ 등 천주교 대구대교구 문제를 대구MBC, 대구KBS, <매일 신문>, <가톨릭신문> 등 대구지역언론과 가톨릭 언론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2000년부터 올해까지, 18년간 모니터링 결과를 제시했다.

결과는 심각했다. 18년간 대구MBC는 총 141건 중 최근 3년간 94건(67%)을 보도했고, 대구KBS는 총 121건 중 최근 3년간 49건(40%)을 보도했지만, 이상택 신부가 사장으로 있는 <매일신문>은 3년간 고작 15건, <가톨릭신문>은 10건, <가톨릭평화신문>은 6건 보도에 그쳤다. 그는 “가톨릭 언론 중 대안매체인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와 <가톨릭프레스>만이 각각 30건, 47건으로 그런대로 비중 있게 천주교 문제를 지적했다”며 “제가 믿었던 종교가 왜 이렇게 욕을 먹는 건지 화가 났지만 천주교회는 주교회의에서조차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언론이 깨어있어야 하고, 언론이 깨어있으려면 시민이 먼저 깨어있어야 한다”며 “언론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고 민주주의에서 언론과 시민의 역할을 강조했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가려진 죽음 – 대구 희망원, 129명 사망의 진실’을 방영한 2016년 10월 8일, 같은 날짜에 <매일신문>은 ‘생활인 입·퇴소나 외출도 자유로워’란 제목으로 조간 1면에 대구시립희망원 해명 기사를 기자 이름도 밝히지 않고 실었다. © 최준혁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안일한 교회가 되지 말라’고 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이 말을 지금 안 듣고 있어요. 잘못은 할 수 있죠. 잘못하면 고해하고 고쳐나가는 게 우리 교회가 가진 가장 큰 장점 아닌가요? 왜 잘못을 감추려고만 합니까?”

김 대표는 “지금 드러난 한국 천주교회의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한국 교회가 뿌리 깊은 곳에 가진 ‘성직자 중심주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8년 10월 16일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주한 교황청대사인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가 말한 것을 인용하며 “‘성직자 중심주의’는 교회 권위를 잘못된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는 그리스도인의 특징을 무효화할 뿐 아니라 성령께서 사람들 마음에 심어주신 세례의 은총을 축소하고 평가절하하는 시도”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교황님께서 학대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모든 형태의 ‘성직자 중심주의’에 단호히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평신도들이 먼저 ‘성직자 중심주의’를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흡한 변화 속 작은 움직임

   
▲ 자유토론에서 조정희 대구시립희망원노동조합 사무국장이 ‘희망원 사태 이후 변화’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 최준혁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가톨릭계 사업장 소속 노조와 시민단체, 교수, 가톨릭 신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오갔다. 그 중 최근 일련의 천주교 사업장 문제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 본 조정희 대구시립희망원노동조합 사무국장과 송명희 대구 가톨릭대의료원노동조합 분회장의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조정희 사무국장은 “희망원 사태 이후 눈에 띄는 변화가 있냐”는 질문에 “팀장급 이상 많은 기득권자들이 사직했고 생활인들이 이전보다 인권에 대한 인식이 많이 자리잡아 자신들이 당하는 부당함과 불편함을 표현하는 게 나아졌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여전히 사회복지계 안에서 자기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밥그릇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며 “가톨릭이 운영하는 곳이라 기대가 높았지만 신자로서, 사회복지 쪽에서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희망원이 민주화하고 합리적이며 상식적인 조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송명희 분회장은 “노조가 만들어진 뒤 첫 파업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특히 “파업 전에는 가톨릭 신자 직원들에게 ‘가톨릭 회비’를 강제로 거뒀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 조합원 중 절반 이상이 신자라서 파업 당시 대구대교구 앞 집회에는 도저히 못 가겠다고 얘기한 이들이 있었다”며 “대구대교구가 대구 전 지역에서 사업체, 교육, 언론 등에 뿌리내리고 있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 자유토론에서 창원에서 온 한 평신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주교 개혁’에 관한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말하고 있다. © 최준혁

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인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희망원뿐 아니라 그 바로 옆, 대구대교구 선목학원에서 위탁운영하는 대구정신병원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있다”고 말했다. 포항 지곡성당에서 온 한 평신도는 “이런 자리가 탁상공론으로 그쳐선 안 된다”며 “평신도들에게 문제를 알리고 교회개혁에 참여하도록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장은 토론을 마무리하며 “일반인들은 박사나 석사 학위를 따기 전에 박사님, 석사님 안 그런다. 그런데 신학생은 신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학사님이라고 떠받든다. 그런 평신도들의 태도가 바른 교회를 지향하는 태도가 맞냐”고 되물었고, 김유철 대표는 “교구 역사 100주년에 평신도 얘기는 없다”며 “조선의 역사를 공부할 때 ‘태정태세문단세’만 외운다고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주교들 이름만 표시해서 될 게 아니다”고 한국천주교회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천주교개혁연대는 가톨릭평화공동체, 가톨릭공동선연대, 예수일꾼, 우리신학연구소, 정의평화민주가톨릭행동,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이 함께하는 모임으로 2018년 1월 꾸려져 ‘예수의 정신을 바탕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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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안형기 기자

[임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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