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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백팩’ 그리도 찬양할 뉴스냐
[미디어비평] 재벌 홍보실 된 한국 언론
2018년 07월 29일 (일) 21:24:48 고하늘 PD gosky0729@naver.com

지난 5월 7일 <경향신문>은 ‘‘최태원 백팩’ 홈쇼핑 방송서 완판⋯사회적기업 모어댄 생산’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모어댄에서 만든 ‘컨티뉴 백팩’이 SK스토아라는 홈쇼핑 채널 방송을 통해 완판됐다는 내용이다. 이 백팩을 만든 모어댄은 SK이노베이션이 창업자금 1억 원을 지원한 기업이다.

   
▲ 5월 7일 <경향신문>은 ''최태원 백팩' 홈쇼핑 방송서 완판⋯사회적기업 모어댄 생산'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 경향신문 누리집

이 기사는 ‘올 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글로벌 지속가능발전 포럼’에서 이 가방을 직접 소개하며 주목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기사는 이어 ‘지난 3월에는 김동연 부총리가 ‘SK그룹과의 혁신성장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SK그룹이 추진 중인 사회적기업 후원에 대한 지지와 함께 현장에서 컨티뉴 백팩을 직접 구매하기도 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일부 언론, 최태원 회장 향해 칭찬 일색

<네이버>에서 ‘최태원 백팩’을 열쇳말로 검색해보면 <아시아투데이>는 지난 2월 8일 ‘최태원 SK 회장 “가난•불평등 해소, 사회적 가치 실현이 답”’이라는 기사에서 최 회장을 ‘사회적기업과 가치 추구의 전도사’로 묘사했다. <뉴스핌>도 ‘“이게 방탄소년단 백팩”⋯사회적기업 전도사 나선 최태원 SK 회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파이낸셜뉴스>는 사설 면까지 할애해 그의 행보를 집중 조명하며 SK를 ‘착한 기업’으로 소개했다. <중앙일보>는 ‘공유(共有), 그 ‘유쾌한 반란’’이라는 칼럼에서 ‘최태원 SK 회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거나 ’개안(開眼)이 돋보인다’고 찬양했다. 일부 언론은 그를 기업가치를 사회와 공유하며 공유 미덕을 실천하는 ‘소통하는 CEO’, ‘사회적기업 전도사’, ‘기업시민’이라고 화려하게 수식했다.

SK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한국을 대표하는 10대 재벌기업으로서 옳은 행동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SK의 노력은 다른 기업에도 모범이 될 만하다.

‘최태원 백팩’ 보도는 2월부터 꾸준히 이어졌지만, 홈쇼핑 채널 방송을 통한 ‘완판’을 계기로 5월에 집중되었다. 이때는 6월 실시될 5G 주파수 경매일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SK 계열인 SKT는 차세대 이동통신사업 선점을 위해 5G 주파수 경매를 놓고 KT•LGU+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6월 27일 일몰되는 유료방송 합산 규제도 문제였다. ‘한 사업자가 CATV•위성방송•IPTV 등 유료방송 전체 점유율 33%를 초과할 수 없다’는 방송법 조항은 한시적 일몰 규제였다. 이 규제가 일몰되면 KT가 주도하는 <KT스카이라이프>와 <올레TV> 연합군이 유료방송시장을 독과점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시점이었다. KT는 당시 31% 가까운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으나 법 규제 때문에 시장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도 SK는 5G 주파수 경매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 했다.

SK는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그룹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산하 ‘사회공헌위원회’를 활용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최태원 회장은 라오스 댐 사고와 관련, 주한 라오스 대사를 만나 구호기금 112억 원을 전달했다. 그전에 이미 SK는 사회공헌위원회를 현지에 파견했다. 식료품과 의료품 등 구호 물품도 지원했다.

사회공헌위원회는 SK그룹이라는 기업과 회장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언론이 이를 통해 기획된 이미지로 그를 ‘프레이밍’ 하면 뉴스를 접하는 수용자들은 편향된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언론이 감춘 최태원 회장의 다른 얼굴

최 회장은 2003년 2월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아 형 집행을 면했다. 2014년 2월에는 SK그룹 계열사 출자금 횡령 혐의로 징역 4년 형을 확정받았으나, 2015년 8월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그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도 연루됐다.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판결에서 “최 회장은 2016년 2월 16일 단독면담에서 동생 최재원 SK 부회장의 가석방, 헬로비전 합병 등에 대해 얘기했고 가이드러너 사업 등의 협조를 구했다”며 “피고인은 SK 현안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어 대가관계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적시했다.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르면, 특정재산범죄 가중처벌, 재산 국외 도피죄, 수재죄, 사금융 알선 등 죄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일정 기간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그러나 최 회장은 실형을 받고도 경영 일선에 복귀했으며, 일부 언론은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홍보용 기사를 쏟아냈다.

   
▲ 자본권력을 비판하는 감시견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 flickr

한국 언론의 광고 물량은 삼성•LG•현대차와 더불어 SK가 좌우한다. 광고나 협찬 등 대기업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경영하기 힘든 것이 언론의 현실이다. 기업에 쓴소리를 해야 할 언론은 자본에 종속되어 홍보실로 전락한다. 한국 언론은 정치 권력은 비판하지만 자본 권력은 비판하지 못한다. 촘스키는 언론이 ‘잘 짜인 선전시스템’이고, 이를 통해 자본 권력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했다.

특히 자본에 대한 언론의 감시견 기능이 중요한 때다.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자사가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의 백팩을 메고 호탕하게 웃는 최 회장의 모습이 단순한 이미지 메이킹인지 비리경영인에서 환골탈태한 모습인지 언론은 집요하게 추적해야 한다.


편집: 김태형 기자

[고하늘 기자]
단비뉴스 시사현안팀, 지역농촌부 고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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