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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퇴·삭발 불사하고 ‘인권’ 찾아 전진
[단비인터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김정민
2018년 07월 29일 (일) 19:23:42 박지영 기자 bing831@naver.com

“우리가 이렇게 간절하다는 것을, 참정권이 단순히 정치의 문제일 뿐 아니라 인권과 생존권의 문제라는 것을 시민사회와 국회, 정부 등 사회 전반에 알리고 싶었어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회원인 김정민(17)양은 지난 3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머리를 ‘빡빡’ 깎았다.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김윤송(16), 권리모(16)양과 함께 삭발식을 한 것이다. 김양은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서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천막농성도 시작했다. 어깨까지 닿았던 머리카락을 과감히 밀고 5월 3일까지 43일간 농성을 벌인 김양을 지난 5월 25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8세 투표를 허하라’ 청소년 참정권 요구

   
▲ 삭발 후 모자를 선물 받아 외출할 때 쓰고 다닌다는 김정민양. “머리감기가 편해졌다”며 수줍게 웃었다. Ⓒ 박지영

“지금처럼 청소년들이 입시 때문에 고통받고, 청소년 자살률이 아무리 높아도 (정치권은) 다 무시하잖아요. 청소년은 정당 가입도 자기 마음대로 못하고, 심지어 선거운동도 마음대로 못해요. 이런 것들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청소년 참정권 보장이라고 생각해요.”

김양은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이유가 ‘청소년이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라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특히 청소년을 ‘함께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으로 보지 않고 ‘훈육 대상’으로만 보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청소년 인권을 보장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학교에서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학생에게 폭력을 가하고, 취업 청소년들이 노동 현장에서 차별받는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김양이 활동하고 있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시민으로서 촛불혁명에 함께 했던 청소년들이 투표는 물론 정당 가입이나 선거운동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을 바꾸자는 취지로 지난해 9월 300여 단체가 연합해 출범했다. 회원들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한 청소년 참정권 보장과 학생인권법제정, 어린이청소년인권법 제정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양은 지난해 1월부터 청소년 인권단체인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 단체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함께 활동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김양은 특정 직책을 맡고 있진 않지만 지난 4월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직선거법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참정권 보장 하나만으로 청소년의 삶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선거권이 생기면 학생과 어린이의 인권에 대해 더 큰 목소리를 내고 법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시⦁도 교육청별로 시행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법제화하고 가정과 학교에서 청소년들에게 가하는 모든 폭력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핵심적인 주장이다.

김양은 ‘청소년은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는 지적에 대해 “애초에 참정권이 없으니 (청소년들이) 정치에 대해 생각을 잘 안하게 되는 것”이라며 인과관계를 거꾸로 보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삭발과 천막농성 후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만 18세 참정권에 대해 국회에서 찬반을 따지는 분위기였다면 농성이 끝나고 나서는 ‘언제 하느냐’로 분위기가 전환된 것 같다는 얘기다. 유일하게 자유한국당만이 만 19세인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데 아직 반대하고 있다.

   
▲ 지난 3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열린 선거연령 하향 촉구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김정민양이 삭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남소연

청소년은 ‘미완성의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람’

“학생들도 사회 안에서 존재하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학교 시스템은) 각자 삶의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규칙과 규제에만 초점이 가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들은 커서 어른이 될 존재, 어른이 돼야 완성될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람’이에요.”

김양은 서울의 한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다 1학년 1학기인 지난해 3월 자퇴했다. 초중고를 거치며 겪었던 선생님들의 폭언과 정답만을 강요하는 수업방식에 회의감이 컸기 때문이다. 김양은 “중학교 때 한 선생님이 ‘내가 학생을 때려서 죽일 뻔했다. 그러니 내 말을 잘 들어라’고 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들이 학생을 ‘의견이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고 어떤 규칙 속에 집어넣고 생각하는 상황들을 계속 겪으면서 학교라는 시스템에 지쳤다”고 말했다.

김양은 자퇴 후 부모로부터도 독립해, 청소년연대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서울 대학로의 쉐어하우스에 살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이해해 주지 않는 부모와 갈등 끝에 집을 나오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현재 그는 편의점이나 카페 등에서 시간제로 일하며 청소년 인권 활동을 하고 있다. 김양은 “편의점 등에서 일할 때 (나이가 어리다고) 반말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엄청나게 힘들지는 않다”고 말했다.

   
▲ 소외된 이들을 위해 일하는 활동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김정민양. ⓒ 박지영

김양의 꿈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의 인권을 위해 일하는 활동가가 되는 것이다. 그는 “대단한 것을 꿈꾸기보다 계속 이렇게 청소년을 비롯한 사회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도 청소년 참정권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편집: 김태형 기자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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