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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보다 더 큰 산사태 날 수도”
[단비인터뷰]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전문위원
2018년 07월 08일 (일) 16:56:02 김태형 기자 akdlf7369@naver.com

“강원도가 복원하겠다고 애초에 약속을 했는데, 지금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복원할 의지가 실제로 있는 건지 의심이 들어요.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 하기 싫어서 빙빙 돌리는 태도 같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스키장 등이 조성된 강원도 정선군과 평창군 일대의 가리왕산이 지난 2월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복원되지 않아 산사태 등의 우려를 낳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빨리 복원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체육계와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왕 만든 스키장을 활용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환경단체가 보는 가리왕산의 문제점을 알아보기 위해 녹색연합의 서재철(50) 자연생태팀 전문위원을 지난 5월 10일 서울 강남역 부근의 한 카페에서 만나고 지난 7일 문자로 추가 인터뷰했다.

   
▲ 지난 5월 10일 서울 강남역 부근의 카페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 김태형

재해 우려 속 축구장 60배 규모 면적 방치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가리왕산은 스키슬로프와 곤돌라, 리프트, 스타트하우스 등을 설치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낸 184만여 제곱미터(㎡)의 산지가 방치되어 있다. 축구장의 약 60배 규모다. 강원도는 스키장을 건설할 당시 “올림픽이 끝나면 반드시 원래대로 돌려놓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 복원 작업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특히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4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선수와 연맹, 정선군민들은 ‘기껏 만들어서 왜 없애느냐, 그대로 두자’고 주장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일부 경기장은 보존해 사용하고, 나머지는 복원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이 복원의지를 의심하게 만든 발언이다.

서 위원에 따르면 강원도는 지난 1월 '가리왕산 생태복원 기본계획'을 산림청에 제출했으나 내용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산림청은 자생 수종에 대한 복원 계획이 부실하고, 스키장을 조성하기 위해 급경사로 깎아놓은 땅을 회복하는 방안 등이 빠졌다는 점 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위원은 “나무를 베어낸 일대에 묘목을 직접 파종해서 여유를 두고 자라게 해야 한다”며 “강원도에서 제대로 할 자신이 없으면 산림청에 가져가 계획을 짜달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장마철을 앞두고 산사태 우려를 낳고 있는 가리왕산의 실태를 보도한 TV뉴스. ⓒ 채널A <뉴스A>

가장 시급하게 지적되는 문제는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다. 지난 3월 산림청의 산사태 시뮬레이션 결과, 시간당 75.2밀리미터(㎜) 이상의 비가 내리면 스키슬로프 최상부와 중간 아래쪽 급경사면에서 토석류(흙과 돌 등이 섞인 물줄기)가 발생해 아래쪽 파크로쉬호텔까지 밀어닥칠 것으로 예측됐다. 서 위원은 2011년 16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우면산 산사태 당시 서초동 래미안아파트의 토석류 피해와 비슷한 입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가리왕산은 우면산보다 종심(산 정상에 산아래까지)이 길고 경사가 훨씬 급해 더 크고 강력한 산사태와 토석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녹색연합의 지적이다. 서 위원은 “강원도가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 유치 운운할 게 아니라 그 일대의 응급 복구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과 기후변화로 위기에 놓인 백두대간

서 위원은 가리왕산처럼 개발로 인한 산지 훼손 뿐 아니라 기후변화 등에 따른 산림생태의 위기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국토의 65%는 산지입니다. 자연이 곧 산이고, 산이 곧 생물다양성이고, 생태입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고산지대의 침엽수가 죽고, 마구잡이 개발로 산허리가 싹둑 잘리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이 2011년부터 백두대간(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을 모니터한 결과, 기후변화로 고산지대의 침엽수가 가장 직접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위원은 “지리산과 설악산의 고산지대부터 침엽수가 죽어 가는데, 그 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가 이제 화두”라고 우려했다. 또 강원도 강릉시와 동해시, 정선군의 경계에 있는 자병산은 라파즈한라시멘트사의 석회석 광산 개발로 산허리가 싹둑 잘린 채 흉물스런 모습이 돼있다. 서 위원은 “개발 사업자들이 생태 복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 서재철 위원이 지난 5월 지리산에서 조사한 침엽수 생태. 구상나무와 같은 고산침엽수들이 기후변화 영향으로 죽어가고 있다. ⓒ 서재철

산을 대하는 등산객의 자세도 달라져야

서 위원은 기후변화 대응, 개발 규제와 함께 산을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산의 면적 대비 이용률이 높아 산이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 생명을 걸고 위로 올라가는 산행 방식 대신 가족끼리 피크닉 가듯 둘레길 등을 걷는 정도로 가볍게 산을 즐기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성이 지금 등산하는 시간과 코스를 1/3 정도로 줄이는 게 건강에도 좋다”며 “지리산, 설악산 등 특정 국립공원에서는 이제 (통행량을 줄이도록) 산행 예약제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96년 녹색연합에서 생태보전 활동을 시작한 서 위원은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과 주요 산림보호구역에 대한 조사 및 지정활동에 참여했으며 98년부터는 비무장지대(DMZ)의 생태환경 조사활동에 참여하고 관련 책도 출간했다. 현재 녹색연합 전문위원으로서 생태팀 활동가들의 백두대간, 야생동물, DMZ 보호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서 위원은 “앞으로 남북교류의 진전과 함께 주요 사업들이 환경적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추진될 우려가 크다“며 “DMZ의 난개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집 : 김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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