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제천뉴스저널 주은철 편집국장

“독자가 자신이 아는 거리와 가게 이야기를 읽게 하자.” 영국 틴들 뉴스페이퍼 그룹 레이 틴들(91) 전 회장의 말이다. 틴들 그룹은 200여개 지역신문들을 거느린 영국 10위권 미디어 그룹이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서구의 많은 신문방송이 폐업, 감원 등 소용돌이를 겪었지만 이 회사는 인위적 감원 없이 오히려 성장세를 보여 주목받았다. 틴들 전 회장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웃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세세히 알려준다면 독자는 신문을 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구 의원 재판, 아파트 택배 등 ‘우리 동네’ 소식  

인터넷 신문인 <제천뉴스저널>의 주은철(53) 편집국장은 충청북도 제천에서 레이 틴들의 저널리즘(언론관)을 실천하는 언론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창간된 <제천뉴스저널>은 인구 13만 명인 작은 도시 제천의 골목골목 이야기를 세세하게 다룬다. 지역 국회의원인 권석창(51·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0대 총선에서 불법으로 당원을 모집한 혐의 등으로 의원직 상실형(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은 뒤 항소심에서 다투고 있는 상황을 이 매체만큼 자세히 전하는 신문은 없다. 시내 한 아파트단지에서 택배 도난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등의 ‘생활밀착형 뉴스’도 풍성하다. 지난 5월 17일 제천시 신월동 세명대 인근 카페에서 주 편집국장을 만나고 지난 1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했다.

▲ 세명대 부근의 한 카페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하는 주은철 <제천뉴스저널> 편집국장. ⓒ 최지영

“권석창 의원이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을 때였어요. 많은 독자들이 그의 모습을 보고 싶어 했어요. 아침 10시부터 청주지방검찰청 제천지청 앞에서 대기했습니다. 언제 나올지 몰라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죠. KBS, MBC 취재진도 기다리다 지쳐 돌아갔습니다. 밤 11시가 넘어서 권 의원이 나오더군요. 사진을 찍어 바로 기사를 올렸습니다. 새벽인데도 순식간에 수백 명이 기사를 클릭했어요. 지역 언론으로서 많은 책임감을 느끼게 된 계기였습니다.”

단순히 뉴스를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감시하는 저널리즘을 추구한다는 뜻에서 신문 이름에 ‘뉴스저널’을 붙였다는 주 국장은 “지역 권력자들을 감시하는 데 힘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석창 의원 외에도 시장, 시의원 등 정치인과 공무원들에 대해 ‘성역 없는 감시와 견제’를 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 주은철 국장이 지난 9월 6일 청주지방검찰청 제천지청에서 13시간 넘게 대기한 끝에 찍은 권석창 의원의 조사 후 모습. ⓒ 제천뉴스저널

주 국장은 <제천뉴스저널>이 기성 언론과 세 가지 점에 다르다고 강조했다. 첫째, 정부 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내는 보도자료는 특별한 경우 외엔 다루지 않고 발로 뛰는 현장취재와 자체 기획기사를 주로 쓴다. 둘째, 기사를 가리는 ‘팝업’ 광고와 여성의 노출 등 선정적인 사진은 취급하지 않는다. 셋째, <네이버> 등 포털에 의존하지 않는다. <제천뉴스저널>은 인터넷 검색창에 이름을 넣고 링크를 눌러야만 찾아볼 수 있다.

‘포털 식민지’를 거부하는 인터넷 신문 

“지금 대한민국 언론은 포털 식민지 시대에 살고 있어요.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도 다음과 네이버가 안 실어주면 힘을 못 쓰죠. 언론은 비참함을 느껴야 합니다. 우리는 ‘양질의 기사를 생산해 자체 홈페이지를 직접 검색해서 들어오는 독자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자생력을 키워야 지역 인터넷 언론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 거죠.”

▲ 지난달 12일 금품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최상귀 제천시의원에 대한 제천뉴스저널 기사. 지역 독자들을 위해 권력 감시 보도에도 열심이다. ⓒ 제천뉴스저널 기사 갈무리

초창기엔 독자가 30~50명 안팎이었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고 이런 원칙들을 지켜나갔다고 말했다. 하루에 14시간 이상 취재와 기사 쓰기에 공을 들이고, 다른 매체에서 보기 어려운 자체 기사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금은 기사당 평균 조회수가 3천~4천 건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주 국장은 “13만여 명인 제천 인구를 생각할 때 오직 검색해서 들어오는 독자 수가 3천~4천 명인 건 우리에게 자긍심”이라고 말했다.

주 국장은 지역 언론의 미래는 지역에 집중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 메이저리그 야구에서 시카고 컵스가 우승했을 때, (미국 10대 신문 중 하나인) 시카고트리뷴은 이 소식을 한 달 동안 도배했어요. 세계적 지역 언론도 지역 이슈 중심으로 나갑니다. 지역의 이슈, 시민의 관심에 따라 언론이 나아가는 건 당연합니다. 지역 언론의 미래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부산·대구·광주 등 지역언론 체인망 구축도 기대  

주 국장은 대학 시절 학내신문 기자로 잠깐 활동한 일이 있으나 졸업 후엔 사업을 하느라 언론과 무관하게 살았다고 한다. 다만 대학 시절 서울대 학보에서 5·18 민주화운동 5주년 기사를 본 후 ‘진실을 밝히는 언론’에 대한 선망이 늘 마음속에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그가 하던 청소년수련원 사업이 타격을 받자 ‘더 늦기 전에 고향 제천에서 풀뿌리 언론을 만들어 보자’는 결심을 실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지역 이슈 중심으로 <제천뉴스저널>을 이끌어 가면서, 지역 언론의 체인망을 구축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 주은철 국장은 앞으로도 시민들의 삶의 질 등 지역 이슈 중심으로 신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최지영

“제천의 수돗물 등 시민들의 삶의 질 문제, 정치개혁문제, 도시디자인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철저히 지역 이슈 중심으로 지역과 같이 가는 기사를 쓸 생각이에요. 나아가 부산저널, 대구저널, 광주저널, 대전저널 등 전국적인 지역 언론의 체인망도 만들고 싶습니다.” 


편집 : 송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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