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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시대, 살아남는 자의 조건
[마음을 흔든 책] 구본권 ‘로봇시대, 인간의 일’
2018년 04월 29일 (일) 18:38:06 윤종훈 기자 yoonjh2377@gmail.com

“2050년엔 인공지능·로봇이 일자리 100% 대체” 

지난해 4월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조너선 워첼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 소장이 ‘4차산업혁명 시대’를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보도한 신문기사의 제목이다. ‘똑똑한 기계’가 인간이 설 자리를 점점 없애고 있다는 소식은 이제 조금도 낯설지 않다. 바둑의 대가 이세돌 9단을 4대 1로 이긴 ‘알파고’의 충격 이후, 무인자동차와 자동번역기, 로보어드바이저(금융투자자문), 로봇 기자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과 로봇의 진격 소식은 날마다 기세를 더하고 있다.

알파고 이후 ‘인간이 설 자리’를 묻다

   
▲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4대 1로 압승하면서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 Flickr

구본권 <한겨레신문>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이 쓴 <로봇시대, 인간의 일>은 이런 상황에서 인간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미래에 대처해야 할 것인지를 묻는다. 책은 인공지능의 특징은 무엇인지, 생각과 감정을 가진 로봇이 출현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지식이 공유되는 사회에서 교육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담담하게 정리해 준다. 그러고 나서 질문에 답을 주는 대신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라’고 주문한다.

최근 중국 등에서 생산공정 노동력 대부분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스마트공장’이 늘어나고 있다. 로봇은 궂은일을 시켜도 불평하지 않고, 노조를 만들어 임금인상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화장실도 안 가고 1년 365일 24시간 일할 수 있다. 인간 노동력이 기계로 대체되는 현상은 제조업에 그치지 않는다. 1950년 이전만 해도 항공기 조종실에는 다섯 명의 기술전문가가 탑승했지만, 지금은 한두 명씩 남은 조종사 자리마저 ‘오토 파일럿’이 위협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사라지는 일자리와 커지는 불평등에 대처하기 위해 기본소득제와 같은 복지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노동이 자존감과 정신건강에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면 기본소득 보장 같은 금전적 수단만으로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결국 모든 직업이 자동화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평생직업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그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현명한 직업관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적극적으로 최신 기술을 수용하고, 평생학습자로서 유연성을 발휘하며, 동료들이 함께 일하고 싶다고 느끼도록 덕성 있는 사람이 돼야 미래에 살아남는다”고 덧붙인다.

   
▲ <로봇시대, 인간의 일>에서 저자는 적극적으로 최신 기술을 수용하는 유연성, 동료들이 함께 일하고 싶다고 느낄 만한 덕성을 지닌 사람이 돼야 인공지능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어크로스

짧아진 지식의 유효기간, ‘스스로 학습’ 필수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하면 지식의 유효기간은 급격히 짧아지고 대학 등 기존 교육기관들이 새로운 교육 수요에 부응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환경에서는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의 강의를 제공하는 케이무크(K-MOOC)와 테드(TED) 등의 온라인공개강좌가 긴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저자는 “최고의 콘텐츠는 캠퍼스가 아닌 인터넷에 이미 널려 있다”며 “이제는 전문가와 특별한 교육과정을 찾기보다 스스로 학습 동기를 키워서 공개된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 되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외국어를 자동으로 번역해주는 스마트폰 앱(App)이 등장하고, 기계번역의 품질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은 ‘학습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게 만든다. 이제 어떤 기능을 외부에 의존하고 어떤 기능은 내가 직접 배우고 몸에 지녀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스마트폰 검색을 통해 엄청난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는 우리는 과거 영국의 왕도 활용할 수 없었던 지적인 힘을 갖게 된 셈이다. 문제는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이 공통된 자산을 보유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계 처리와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인간 고유의 사고력과 통찰력이 중요해진다”고 지적했다.

   
▲ 애플의 스마트 시계. 무한대의 정보검색과 소통이 실시간으로 가능한 세상에서는 인간 고유의 사고력과 통찰력이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 Pixabay

로봇과 인공지능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것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에게는 늘 새로운 위기가 닥쳤다. 그때마다 놀라운 적응력을 발휘해 살아남은 사람이 있고, 도태된 사람이 있다. 로봇시대, 인공지능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현대의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기술의 변화는 막을 수 없고, 거대한 변화의 조류에 떠밀려 좌초하는 사람과 그 물결을 타고 살아남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생존자는 더 나은 직업을 가질 것이고, 늘어난 여가를 통해 ‘자아실현’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로봇과 인공지능의 파고에서 살아남는 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저자가 책 곳곳에 흩어놓은 단서를 모아보자면 결국 ‘기계와 차별화할 수 있는 인간다움’일 것이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호기심, 질문할 수 있는 능력, 통찰력, 그리고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학습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로봇과 인공지능은 나의 훌륭한 조수가 돼 주지 않을까? 결국 로봇과 인공지능도 호기심을 가진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니 말이다.


편집 : 박진홍 기자

[윤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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