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임의 문답쇼, 힘]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인문학은 인간과 기계의 상관성을 해독하는 출발점입니다. 어떤 과학혁명도 인간 삶의 풍요로움과 인간의 고귀한 뜻을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인데, 인간에 대한 해독이 있어야 어떻게 (기술과 인간이) 융합해 나갈 것인가를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기계 연구하는 이과생도 인문학 공부해야” 

박목월 시인의 아들이자 문학평론가, 수필가 등으로 폭넓게 활동해 온 박동규(80) 서울대 명예교수가 22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해 4차산업혁명시대에 더 중요하게 부각되는 인문학의 의미를 설파했다. 박 교수는 “(문학·역사·철학 등) 인문학은 인간이란 무엇이고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야 사람다운 꼴인가를 알 수 있도록 길을 보여 주는 바다 위의 부표와도 같다”며 인공지능 등 기계를 연구하는 사람도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공계생이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 것과 ‘취직에 불리한’ 인문학과들이 대학에서 찬밥 신세가 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며 “이과생도 인문학 개론 정도는 의무적으로 배우고, 관심이 있으면 각론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 인문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하고 있다. ⓒ SBSCNBC

시는 인간을 비추는 거울

박목월 시인이 창간한 시전문지 <심상>을 물려받아 40여 년째 적자를 무릅쓰고 발간하고 있는 박 교수는 이날 ‘시를 읽지 않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그는 “한국시인협회에 등록된 시인이 1만명인데, (그들 중에도) 남의 시는 읽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왜 우리가 꼭 시를 읽어야 하나’ 하는 질문에 “시는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나무, 구름 등 사물을 그려낸 시 속에서 인간은 거울을 들여다보듯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성찰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된다고 설명했다.

▲ 박동규 교수는 시가 인간을 비추는 거울이며, 시를 읽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열린다고 말했다. ⓒ SBSCNBC

그는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 발휘할 수 있는 상상력과 창의성의 사례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을 들기도 했다. 정 회장은 <심상>이 강릉 경포대 등에서 연 ‘해변시인학교’에 우연히 들렀다 인연을 맺은 후 20~30년 간 매해 참석, 장작도 나르고 노래도 하는 등 시인지망생들과 소탈하게 어울렸다고 한다. 정 회장은 1998년 금강산관광을 개척하면서 소 500마리를 몰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역사적 이벤트’를 벌였는데, 박 교수는 “시인학교에 와서 듣는 진실한 말 한마디가 그런 기업가적 창의성의 원천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변학교에 왔을 때 정 회장은 시인을 존경하는 마음이 가득한, 수줍은 청소년 같았다”고 회고했다.

▲ 박 교수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기업가적 창의성과 도전정신의 밑바탕에 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SBSCNBC

행복이란 옆도 보고 아래도 보는 것

서울대 국문과에서 강의하던 젊은 시절, 박 교수는 어릴 적 비슷하게 가난했던 친구가 무역업으로 큰돈을 벌어 으리으리한 집과 차를 자랑하는 것을 본 뒤 “교수 별 것 아니다”며 어머니에게 한탄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 때 박목월 시인이 우연히 얘기를 듣고 “위도 보고, 옆도 보고, 아래도 보면 너도 괜찮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 순간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행복은 돈보다는 삶의 내용으로 판별하는 것이며, 즐거움(즐기는 것)과 보람(바라는 것)이 조화될 수 있도록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는 과정이라는 깨달음이었다. 그는 “행복은 여행을 떠나듯 자신을 바꿔나가는 길”이라며 특히 문학은 삶의 현장 안에서 고민하며 행복을 찾게 해 주는 통로라고 덧붙였다.


경제방송 SBSCNBC는 2월 22일부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2018년 시즌 방송을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금요일자에 방송 영상과 주요 내용을 싣는다. (편집자)

편집 :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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