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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삼성공화국’ 증명?
[미디어비평] 삼성 이슈 빠진 박근혜 1심 선고 신문 보도
2018년 04월 25일 (수) 21:00:05 양영전 기자 yyj4120@hanmail.net

지난 6일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 판사)는 “피고인 박근혜가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남용하고서도 반성하지 않고 책임을 전가했다”며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시는 대통령이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해서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선고 배경을 밝혔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 적용된 18개 혐의 가운데 16개를 유죄로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 공모해 대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부당하게 지원받은 혐의 대부분은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삼성 뇌물 관련 부분에선 최 씨의 딸인 정유라 씨의 승마용 말 3마리 구매비용 36억원과 코어스포츠 지원금 36억원만 단순 뇌물죄로 봤다. 검찰이 제3자 뇌물죄 혐의를 적용한 ▲미르·K스포츠재단 204억원 지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원 지원에 대해선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의 1심에서 이목이 쏠린 건 검찰이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한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증명돼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검찰 측이 ‘대가’라고 주장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포괄적 경영권 승계 작업’을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이 즉각 항소 의지를 밝히면서 2심의 최대 쟁점은 삼성의 ‘부정한 청탁’ 존재 여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1심 선고 다음 날인 7일치 주요 일간지 보도를 보면 <한겨레> 정도만 이 사안을 다뤘을 뿐 나머지 신문들은 의제 설정을 아예 외면했다. 해당 현안 자체가 언론사의 최대 광고주인 ‘삼성’에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역시 우리는 ‘삼성공화국’에서 살고 있다는 푸념이 나온다.

한겨레 ‘삼성… 제3자뇌물 면죄부’ 의제 설정

   
▲ 지난 4월 7일 <한겨레> 4면. © 양영전

7일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경향신문>을 보면,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220억원에 대해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은 점을 심도 있게 다룬 언론은 한겨레 뿐이었다. 그 외에는 단순 스트레이트로 법원의 판결 내용을 전하면서 사실 관계 정도만 언급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피고인 이재용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 지배력 확보를 위해 이뤄졌음이 인정된다”며 “그와 같은 목적 아래 추진된 일련의 개별 현안들(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은 충분히 특검이 전제로 하고 있는 승계 작업의 성격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에선 경영권 승계 작업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았다. 이처럼 판결이 엇갈리며 논란이 됐던 사안인 만큼 언론에서 이에 대한 의제를 다뤄줘야 하지만, 대부분 신문이 이를 다루지 않았다.

<한겨레>는 지난 7일치 4면에서 ‘“승계 청탁 없었다” 삼성만 제3자뇌물 면죄부…2심 최대쟁점’ 제목의 기사에서 “롯데·SK ‘부정한 청탁’은 인정”하면서 “삼성엔 다른 잣대로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특검이 ‘부정한 청탁’을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2심 재판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언론의 돈줄 ‘삼성’

삼성은 우리나라에서 대언론 광고비 집행 금액이 가장 많은 기업이다. 갈수록 떨어지는 신문구독률로 광고 유치에 비상이 걸린 신문사들이 ‘삼성’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다는 건 ‘밥줄’을 건드리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 3월15일 JTBC 썰전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는 “언론사가 삼성으로부터 광고를 받지 못하면 경영이 힘들기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 삼성 비판 기사를 검열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방송에선 삼성을 비판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KBS ‘추적60분’, MBC ‘스트레이트’ 등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이른바 ‘장충기 문자’ 등 삼성과 관련한 굵직한 이슈를 내보냈다. ‘정상화’라는 기치를 내건 두 공영방송사의 최근 행보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 주목해볼 대목이다.

‘삼성공화국’에 살고 있다는 누리꾼들의 한탄에 대해 언론들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자본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언론이 삼성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는 언론이 되려면 삼성을 불편하게 해야 한다.


편집 : 이창우 기자

[양영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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