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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에 쫓기던 MBC, MB를 쫓다
[미디어비평] 최승호 체제 MBC의 과제
2018년 04월 12일 (목) 18:31:13 반수현 PD suhyunban53@gmail.com

<공범자들>을 연출한 최승호, 그는 이제 MBC의 수장이 되어 <뉴스데스크>를 연출한다. <공범자들>과 <뉴스데스크>는 한 사안을 공통으로 다룬다. 그것은 MB다. 스토리텔링에서 <뉴스데스크>와 <공범자들>은 닮았다. 스토리는 도입, 전개, 클라이맥스, 정리에 따라 전개된다.

우선 도입에서는 인물이 등장하고 그가 속한 시간과 장소가 드러난다. 이 정보는 작품 전체를 암시한다. <공범자들> 도입은 다음 내레이션으로 집약된다. “새로운 권력이 등장했다. 그는 언론에 대해 전임자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언론인들은 미처 그것을 알지 못했다.” MB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전개는 인물이 주변과 외적으로 갈등하는 국면이다. 그 갈등은 인물 내면에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공범자들> 전개는 ‘점령’이란 키워드로 요약된다. “마침내 권력은 KBS를 점령할 디데이를 잡았다.” “그렇게 권력은 MBC마저 점령했다.” 영화는 MB와 그에게 점령된 두 공영방송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설정한다.

갈등이 격화하면 절정의 위기를 맞는다. 클라이맥스다. 어떤 인물은 승리하고 다른 인물은 파멸한다. “방송의 미래를 망친 책임자. 그를 기다린다.” “언론을 망가뜨리고 급기야 나라까지 망가뜨린 사람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최승호가 MB와 마주하는 장면이다.

   
▲ <공범자들>에서 쫓기듯 MB를 인터뷰하던 최승호, 그가 이끄는 MBC는 이제 MB를 쫓는다. ⓒ 영화 <공범자들>

정리 부분에서는 갈등이 해소되고 작품 전체 의미가 제시된다. 영화 말미에 MBC 해직 기자인 이용마가 말한다. “저는 기록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봐요. 적어도 암흑의 시기에 침묵하지 않았어요.”

<뉴스데스크>도 한 시간의 러닝타임을 갖는 ‘독립 프로그램’이다. <뉴스데스크>는 하나의 작품이며 그 작품은 특정한 세상을 만들어낸다. 기자가 창조해낸 새로운 현실로 관객들을 초청하는 것이다. 그날 뉴스 꼭지 수는 사안의 중요성을 반영한다. 뉴스 꼭지가 배열되는 순서는 극적인 구성에 따른다. 어떤 뉴스가 먼저 나오는가에 따라 뒤따르는 뉴스의 의미가 달라진다. 프라이밍 효과다. 결국 <뉴스데스크>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행위는 뉴스 꼭지들을 의도된 순서로 조합해 어떤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뉴스데스크>의 스토리텔링은 어떨까?

MB가 검찰에 출석한 3월 14일 <뉴스데스크> 도입 리포트는 ‘MB 퇴임 5년 만에 검찰 소환’이다. 인물이 등장하고 시공간이 제시된다. 전개는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조사, 모르쇠와 책임회피만’ 리포트다. 이 리포트에서 갈등 관계가 드러난다. 대통령님으로 불리는 피의자와 검사님으로 불리는 수사진이 혐의를 놓고 팽팽한 긴장을 창출한다. 클라이맥스는 ‘검찰, 이미 MB 주범 지목. 구속영장 청구 불가피’다. 모든 의혹의 정점에서 MB를 발견하는 극적 순간이다. 정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MB의 말말말’이다. 이제까지 벌어진 일에 의미가 부여된다.

MB가 구속된 3월 23일 <뉴스데스크> 도입 리포트는 ‘MB, 13제곱미터 독방서 생활’이다. 새로운 시공간에 들어선 인물을 소개한다. 전개는 ‘이명박, 가족·측근에 미안하다, 국민에 사과는 없었다’ 리포트다. MB와 국민을 대립 관계로 설정한다. 클라이맥스는 “거짓 위에 쌓은 성은 무너졌다”이다. MB의 파멸을 집약한 말이다. 정리는 클로징 멘트가 맡았다. “오랜 세월 동안 다스는 누구 거냐며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 끈질기게 목소리를 높인 많은 사람들도 있다.”

공영방송의 범주에서 KBS <뉴스9> 스토리텔링도 비교해볼 만하다. 3월 14일 <뉴스9> 도입 리포트는 ‘이명박, 피의자 신분 검찰 출석’이다. 전개는 ‘MB-검찰 마라톤 공방’ 리포트다. 클라이맥스는 ‘일부만 인정돼도 중형 불가피’, ‘구속영장 청구에 무게’다. 정리는 ‘시작과 끝 모두 다스, 10년 만에 뒤집힌 결론’이다.

3월 23일 <뉴스9> 도입 리포트는 ‘길고 긴 MB 구치소 첫날’이다. 전개는 ‘모든 것 내 탓, MB 442자 입장문’이다. <뉴스데스크>가 MB와 국민 사이 갈등을 강조했다면 <뉴스9>은 MB의 내적 갈등에 힘을 실었다. 이어 클라이맥스는 ‘MB 호칭은 수인번호 716번’으로, 피의자로 전락한 MB의 상황을 압축했다. 정리는 ‘MB 구속으로 첫 관문 통과, 이례적 영장 발부 사유 의미는?’이다.

이처럼 뉴스 꼭지의 순서를 정해 한 편의 극으로 구성해내는 데 MBC와 KBS는 유사해 보인다. 뉴스 분량도 크게 다르지 않다. MB가 검찰에 출석한 날부터 구속된 날까지 열흘간 보도를 보면 그렇다. 열흘 동안 <뉴스데스크>는 전체 방송시간 중 23%를 MB 보도에 내줬다. 총 287꼭지 중 64꼭지다. 같은 기간 <뉴스9>은 전체 방송시간 중 19%를 MB 보도에 내줬다. 총 298꼭지 중 50꼭지다.

   
▲ <뉴스데스크>와 <뉴스9>의 전체 뉴스 중 MB 관련 뉴스의 비율. ⓒ 반수현

다만 <뉴스데스크>는 <뉴스9>보다 MB 관련 뉴스를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다뤘다. <뉴스데스크>는 5년 전 파업에 참여했던 박성호 기자와 손정은 아나운서가 진행한다. <뉴스9>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기용된 황상무 앵커가 여전히 진행한다. 비판에 온도 차가 있다. 두 언론에 사장이 임명된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MBC는 최승호 체제로 이미 새 판을 짰고 KBS는 막 새로운 수장을 맞아들였다.

약간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MBC와 KBS는 공적 소유라는 점이 같다. 정치적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번에는 달랐다. 이전 정권과 달리 두 공영방송 사장 선출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 시민이 참여했고 방송문화진흥회와 KBS이사회는 방송법에 따라 정치권의 영향을 배제하고 의결했다. 경찰 등 물리적 공권력을 동원해 KBS 정연주 사장을 퇴임하게 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공영방송 사장의 민주적 선출은 한국 언론사에서 의미 있는 성취다. 마르크스의 역사 발전 단계론을 빌리면 지난 10년은 비정상의 테제(正)였다. 현재 국면은 비정상에 대한 안티테제(反)로 볼 수 있다.

안티테제는 비정상에 대응한 대립쌍으로 존재할 뿐 독립적인 지배 담론이 될 수 없다. 정상화한 공영방송은 이제 어떤 진테제(合)를 내세워야 할까? 박성호 앵커의 말에 그 방향이 제시된다. “물론 MBC 안에서는 부당한 보도를 밀어붙인 세력과 그에 맞선 기자들도 있지만 냉정히 말해 시청자들께 그런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공영방송이 더 이상 좌우나 여야 프레임에 매몰돼선 안 된다는 절박한 인식이다.

절박해야 한다. 미디어 생태계가 급박하게 변화했다. 스마트폰 대중화는 콘텐츠를 보거나 만들고 공유하는 일을 혁신했다. 지상파 방송은 더 이상 콘텐츠 제작과 송출을 독점할 수 없다. 넘쳐나는 콘텐츠와 그것을 실어 나르는 새로운 플랫폼들 앞에서, 차별화한 정체성을 갖지 못한 공영방송은 수많은 채널 중 하나일 뿐이다. TV를 거의 보지 않는 젊은 이용자들에게도 공영방송의 가치를 설득하려면 지상파 위주의 공영방송 개념만 붙들 수 없다. 미디어 시장의 판이 커지고 수많은 플레이어가 뛰어든 만큼 이에 맞춰 공영방송 개념을 확장하고 재규정해야 한다. 지금부터 할 일은 이런 상황까지 포괄해 공영방송 정체성을 새롭게 스토리텔링 하는 것이다.


편집 : 박지영 기자

[반수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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