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요 칼럼]

▲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우리나라는 어느덧 봉건제 신분사회와 유사한 신분제 저성장 사회가 되고 말았다. 고도성장의 과실이 넓게 분배되던 시대는 갔다. 지금은 저성장으로 인한 한정된 과실을 불공정하게 나누어 갖는 구조가 고착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과실의 많은 부분을 기존의 소수 특권계층이 가져가고, 다수가 나머지를 나누어 갖는다.

불편한 진실은 이것이 세대적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70년대 이전에 태어난 윗세대는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많은 기회와 부를 얻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러했듯이 이들은 부의 분배가 소수에게 집중되도록 시스템을 갖추어 나갔다. 고도성장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현재와 같은 저성장과 구조화된 특권사회 속에서 기회와 부를 얻는다는 것은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버렸다. 금수저·은수저·흙수저론은 이들의 현실 진단 키워드다.

▲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 계급론. ⓒ 픽사베이

젊은이들은 윗세대보다 ‘스펙’이 좋다

7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는 윗세대에 비해 훨씬 교육을 많이 받아 ‘스펙’이 좋다. 창의적이고 글로벌하며 지식정보화에도 익숙하다. 이들의 대학 진학률은 1990년 33% 정도에서 2000년대 80%대로 진입했다.

이들은 1989년 ‘해외여행자유화’ 조치로 개방된 글로벌 시대를 살아온 세대다. 윗세대에 비해 외국어도 잘 한다. 해외에 나가도 겁내지 않고 무턱대고 외국에 열등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윗세대들은 ‘해외여행’이 불가능했다. 이념적 자유분방함, 국부 유출 등을 우려한 정부가 이를 통제헸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여유도 없었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윗세대는 외국 문화에 대한 열등감을 내재화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주의 하에서 성장기를 보낸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민주주의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제도다. 권위주의에 대한 반감은 그들에게 민주주의만큼이나 자연스럽다.

젊은이들은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이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없는 이들의 일상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이 세대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적합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과 자산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지식정보 콘텐츠라는 ‘상품’을 생산하는 중요한 생산수단이다. 마르크스적인 관점에서 이들은 지식정보 콘텐츠라는 상품을 생산하는 ‘생산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윤을 창출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들은 ‘기술적 부르주아지 계급’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적 부르주아지 계급으로 이들이 보여주는 특징은 이들의 일상적 행위가 놀이와 결합된다는 점이다. plabor(play+labor), funsumption(fun+consumption), playtics(play+politics) 등의 신조어들은 노동이나 소비, 정치가 놀이와 결합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 인터넷, 스마트폰, SNS라는 신무기를 가진 젊은 세대. ⓒ 픽사베이

젊은이들은 지구적인 규모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들은 노동과 놀이가 구분되기 어려운 노동환경을 추구한다. 노는 것이 노동인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대량소비보다 자신의 정체성과 결합된 질적 소비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지루하고 권위적인 정치는 정치참여, 패러디와 풍자, 문화제 같은 형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출판기념회보다 북 콘서트를 좋아하며, 좌담회보다 토크 콘서트를, 데모보다 촛불문화제를 좋아한다.

이들은 삶의 대부분을 스크린과 함께 보낸다. 페이퍼 매체는 스크린 매체로 대체되었다. 노동, 소비, 휴식, 생활정보, 정치참여 등등 우리의 활동은 이제 인터넷, SNS,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에 페이퍼 매체가 그랬듯이 뉴미디어는 이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핵심적인 동력이 되었다. 이 수단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젊은 세대들이다. 이들은 인터넷, SNS, 스마트폰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적인 규모로 정치와 사회, 문화 영역의 패러다임을 바꾸어가고 있다. 구세대의 트렌드는 신속하게 신세대의 트렌드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아직까지 88만원 세대다

그들이 아직 대체시키지 못한 영역이 경제 영역이다. 금수저·은수저·흙수저론은 봉건적 신분제사회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들은 88만원 세대다. 더구나 부와 지위가 세습되는 구조가 저성장 시대를 맞이한 우리 사회에서 고착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IT계의 거물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에릭 슈미트는 모두 1955년생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그들이 거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이 점을 꼽았다. 1975년 개인컴퓨터가 갓 출시될 시기에 그들은 20대였다. 운 좋게도 개인컴퓨터 이전의 구식 고물 컴퓨터를 가지고 놀면서 자랐던 그들이 개인컴퓨터 혁명을 준비하고 주도하기에 딱 적절한 나이였다. 글래드웰에 따르면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1만시간의 법칙’을 믿고 지켰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노력이 사회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는 시대를 만난 덕분이라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경제적 세습구조를 변화시킬 것이다

뛰어난 스펙과 민주주적인 속성, 놀이와 결합된 부르주아지적인 특성, 이들을 구현하는 마당으로 스크린을 가지고 있지만 젊은이들은 경제적인 면에서만은 88만원 세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특권구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은 반시장적이지는 않지만 반봉건적이고, 민주적이지만 특권사회적 구질서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기술적 부르주아지로서 생산수단을 가진 계층인 젊은 세대들은 경제적 세습구조를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인터넷, 스마트폰, SNS라는 신무기를 가진 젊은 세대가 경제적 특권구조를 서서히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 사회는 갈림길에 서 있다.


편집 : 안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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