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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인권과 주민생존, 투트랙으로 풀어야
[위수지역] ② 정부·지자체가 근본대책 만들어라
2018년 04월 06일 (금) 00:08:02 유선희 이창우 기자 choms335@gmail.com

지난 3월 25일 일요일 오후 4시. 강원도 양구군 중앙로 센트럴 모텔. 카운터 안쪽에서 TV를 보고 있던 주인 안명순(66·여)씨는 ‘위수지역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고 하자 취재진을 객실로 안내했다. 방으로 들어서자 맵싸한 담배 냄새가 풍겨 왔다. 객실은 다소 좁고 낡긴 했지만 깨끗이 청소된 상태였다. 침대 위에 걸터앉은 안 씨는 “우리 시설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 강원도 양구읍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안명순씨가 <단비뉴스> 취재진에게 “위수지역을 풀면 지역 상권이 다 죽을 것”이라며 현지 사정을 설명하고 있다. ⓒ 유선희

접경지역은 군인 외에는 부가가치 없는 도시

“대도시 숙박업소는 보통 저녁부터 손님을 받아요. 그런데 여기는 군대가 있는 특수한 지역이에요. 군인들은 아침 청소가 끝난 오후 1시면 숙박하러 옵니다. 그래서 숙박비를 ‘대실+숙박’으로 받는 거죠. 다음 날 일찍 퇴실해도 갈 데가 없으니까 추가 요금을 더 받고 오후 5시까지 머무르게 해요. 인원이 더 오면 추가 요금을 받지만, 저는 그런 경우도 눈감아줘요. 지금도 특실 201호는 4명 요금을 냈지만 8명이 방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1973년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는 안 씨는 17년째 모텔을 운영하고 있다. 모텔의 주말 숙박비는 일반실 6만 원, 특실 7만 원이다. 군인과 면회객들이 정오가 지나면 입실하기 때문에 대실료 2만 원까지 추가한 금액이다. 외출·외박 나온 병사들이 위수지역에 묶여 달리 갈 곳이 없어 모텔에서 종일 지내는 ‘특수성’을 감안해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구군은 농사짓는 곳을 빼고는 장사를 해서 먹고 살아요. 공장도 없고 큰 대학도 없고, 먹고살 만한 일이 없거든요. 군에서 유치한 스포츠 경기 관람객 말고는 군인들 상대로 장사하는 것이 전부예요.” 외출·외박 나오는 군인들과 면회오는 부모님, 친구 등을 상대로 한 숙박업소 및 식당, 노래방, PC방 등이 지역 경제의 기반인데, 군인들이 위수지역 밖으로 나가 버리면 지역 상권이 다 죽는다는 것이다.

안 씨는 “군인들이 외박을 많이 나오는 주말에 손님이 많은데, 요즘은 그마저도 방이 다 차지 않는다”며 “위수지역 논란까지 불거지니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 양구 읍내에는 5층 이상 건물이 없다. 주민들은 “군사시설 보호구역 등 규제로 묶여 지역 전체가 정체되어있다”며 “경제를 활성화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유선희

중앙로에서 청산부동산을 운영하는 김유수(65·남)씨는 “군내 대부분 지역이 ‘군사시설 보호구역’에 묶여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며 “위수지역까지 풀어 버리면 지역경제는 파탄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도제한에 걸려 5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고 부동산 거래도 안 되고 땅값도 안 오른다”며 “외부에서 투자를 하려 해도 아무런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양구군은 군 면적(700.84㎢)의 절반이 넘는 땅(399.65㎢)이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에서는 조그만 농가 주택을 지으려 해도 군부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세부기준이 명확지 않고, 절차도 까다롭다. 2015년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안에 따르면 2010년부터 5년간 접수된 군사 보호구역 관련 민원은 2만 건이 넘었다.

   
▲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접경지역 주민들의 민원 내용 중 일부. 지역민이 "군부대에서 이행하기 힘든 조건을 제시해 민원 해결이 지연되고 있다"고 호소하는 내용이다. ⓒ 2015년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안 '군사시설 보호구역 내 주민 권익 보호 강화', 유선희

언제까지 군인을 볼모로 잡을 수는 없어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정이 딱하기는 하다. 접경지역 주민들과 지자체들이 국방부의 위수지역 해제 방침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언제까지 군인들을 볼모로 잡아 접경지역 경제를 유지할 수는 없다. 이를 알면서도 여야 정치권과 정부·지자체는 정치적 민감성을 의식한 듯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정의당 강원도당 윤민섭 사무처장은 “위수지역을 풀면 접경지역 상권이 죽는다는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위수지역 문제는 그것대로 처리하고, 지역상권 문제는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수지역을 풀지 않으면 지자체나 정부가 근본 대책을 찾을 고민을 하지 않고, 지역은 지역대로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정체가 지속될 뿐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군인 의존형 경제구조에서 탈피해 제조업유치·농촌진흥화 등 지역 차원에서 독자적인 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위수지역이 해제돼도 군인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먹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나 시설 등을 만들어 주는 것도 한 방안이 되겠지요.”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강원도 산하 연구기관의 ㄱ씨는 “위수지역 해제는 지역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며 해제 반대 입장을 먼저 밝혔다. 접경지역 경제를 살릴 근본적인 대안과 함께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접경지역 종합 10개년 계획(2003~2012년)’, ‘접경지역 발전 종합 계획(2011~2030년)’이 만들어져 시행 중이지만 지속적인 지원이 따르지 않아 유명무실화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군인 인권침해 해소를 위해 위수지역을 해제한다면 법적·제도적 구속력이 있는 강력한 접경지역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또 대책의 내용에는 서비스 산업을 포함하는 지역산업 진흥책이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국방부가 2월 21일 배포한 위수지역 관련 보도자료(위)와 3월 8일 이후 국방부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수정된 보도자료(아래). ⓒ 국방부, 이창우

이런 대안들이 제시되는데도 국방부는 후속대책도 없이 해제 발표를 했다가 혼선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21일 국방부가 처음 배포한 ‘군 적폐청산 위원회 3차 권고안 발표’ 보도자료 내용에는 ‘군인의 외출 외박구역 제한 제도 폐지’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보도가 나간 뒤 접경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국방부는 지난달 8일 홈페이지에 게시된 보도자료를 ‘폐지’에서 ‘폐지 검토’로 바꿨다. 그러는 동안 지역주민들과 군인들, 지자체 사이 갈등만 더욱 커졌다.

군 인권센터 관계자는 “국방부가 사전에 유관부처 및 지자체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위수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며 “지방정부는 위수지역 해제를 무작정 반대할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대안을 고민하고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런 대책과 함께 위수지역은 빠른 시일 안에 풀어 군인들의 인권침해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수지역은 군 부대가 담당하는 작전지역 또는 관할지역을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외출⋅외박 때 병사들이 벗어나면 안 되는 지리적 범위로 인식된다. 2월 21일 위수지역 해제 문제가 다시 떠올랐다. 국방부가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위수지역 폐지를 발표하면서다. 접경지역 주민과 지자체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국방부는 뒤로 물러섰다. <단비뉴스>는 이해당사자인 병사들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위수지역 문제의 본질과 해법을 심층 취재해 두 차례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

편집 : 임형준 기자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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