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기립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25일 흑인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은 경기장에서 국민의례를 거부한 채 앉아 있었다. 비난과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당당히 입을 열었다. “저는 흑인과 유색인종을 탄압하는 국가의 깃발에 자부심을 표할 수 없습니다.” 이 퍼포먼스는 인종차별을 드러냈다. 어떤 차별인가? 2014년 7월 17일 개비담배를 팔다가 경찰의 체포과정에서 목이 졸려 사망한 에릭 가너(그가 죽기 전 마지막에 한 말, “나는 숨을 쉴 수가 없다”는 흑인인권운동의 구호가 된다), 11월 22일 장난감 총을 들고 있다
첫 번째 '씬'인 대통령의 90초짜리 자백을 보며 영화 <자백>이 떠올랐다. 뉴스타파의 최승호PD가 만든 <자백>에서 검찰과 국정원은 유우성을 간첩으로 만드는 시나리오를 짠다. 주인공은 동생 유가려. 오빠가 간첩이라는 강요된 자백을 통해 반공영화가 세상에 나온다. 그러나 자백은 뒤집히고 영화는 예상치 못한 결론으로 나아간다. 반전을 만든 주인공은 기자와 변호인. 그들은 중국 공안까지 찾아가 증거조작을 밝혀낸다. 대통령의 자백도 마찬가지다. JTBC, TV조선, 한겨례 등은 90초짜리 자백이 거짓이라고 몰아붙였다.‘픽미(pick me
노벨문학상 영화 <트럼보>는 미국 작가 트럼보의 일대기를 다룬다. 1940년대 인기 있는 작가였던 트럼보는 공산주의자였다. 그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영화인들의 파업에 힘을 보탰고, 공산주의자로 몰려 고통당하는 동료들을 도왔다. 하지만 매카시즘 광풍을 피하지 못해 감옥에 갇힌다. 출소 후에는 작가 일을 할 수 없었다. 블랙리스트 때문이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던 그는 11개 가명으로 작품을 쓴다. 황색물도 마다치 않았다. 그의 작품은 점차 유명해졌고, 더 나은 극을 만들 여유도 생겼다. 그
“주권자 국민이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은 선거일 때 뿐이고 선거가 끝난 다음에는 노예가 된다.” 국민이 투표 날 하루만 ‘갑’이 되는 상황을 비판한 루소의 말이다. 이를 국회의원에게 적용해보자. “국민의 대표자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며 갑이 되는 것은 국정감사일 때 뿐이고 국감이 끝난 다음에는 을이 된다.” 한국에서 의회가 조사권을 갖고 행정부를 감사할 수 있는 시기는 1년에 20일 뿐이다. 국회의원이 국감기간에 ‘갑질’을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의회의 힘이 약해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국정감사 방식도 꼴불견 국감을 만드는데 한 몫
“프랑스 공산당은 계급투쟁과 적대, 혁명 같은 분열의 수사법을 내세우지만, 그것이 실제로 목표로 삼는 것은 혁명이 아니라 공산당 및 그것과 연루된 사람들의 현실적인 이익이었다.” 조르주 라보가 1981년 <공산당은 무엇에 봉사하는가?>는 책에서 발표한 논란의 테제다. 공산당에 소속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반발과 달리 발리바르는 이를 긍정적으로 봤다. 공산당이 현실적인 이익으로 타협해왔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서유럽 복지국가가 건설될 수 있었다는 것을 그 이유로 꼽았다. 조르주 라보는 혁명을 외치는 공산당마저도 제도 정치 안에서 타
기민도(이하 민도): 지난해 9월 28일 ‘30년 된 고물차, 질주 면허 받다’로 시작한 '원전재앙은 막자' 시리즈가 지난 16일 ‘지구가 망하면 일자리도 없다’까지 약 6개월간 16회의 대장정을 이어왔습니다. 취재에 참여했던 기자들의 좌담회를 통해 그 성과와 의의를 짚어보고 시리즈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먼저 원전 시리즈가 어떻게 기획됐는지부터 얘기해 볼까요.배지열(이하 지열): 작년 이맘때쯤이었어요. <단비뉴스> 환경팀이 2015학년도 첫모임을 했거든요. 그때 박장군 기자의 경험담이 인상적이어서, 모두들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
미국 메인주의 위스카셋 지역에 있는 양키 원전(Maine Yankee)은 1972년 가동을 시작한 뒤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1997년부터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즉시해체’ 방식으로 8년만인 2005년 폐로가 일단 끝나 원전 일대에 푸른 녹지가 조성됐다. 하지만 원전 터에는 아직 64개의 저장용기 속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가 쌓여있다.미국 정부가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원전운영사는 이 폐기물 관리에 연간 1000만 달러(약 120억 원)를 쓰고 있다. 회사 측은 미국 정부에 비용청구 소송을 내 일
"해체 작업이 더 위험하다 카던데..."부산 장안군 장안읍의 길천마을은 고리원전 1, 2호기에서 불과 1킬로미터(km) 떨어진 곳에 있다. 지난 6일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마을로 달리자 10여 분 동안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나지막한 슬레이트 지붕들이 맞닿은 어촌 주택과 카페, 식당이 보이고 해안선 쪽으로 둥근 지붕을 인 기둥 모양의 고리 1~4호기가 나타났다. 마을 어귀에서 옷 수선을 하는 70대의 김모(여)씨는 지난해 가동중단 결정이 내려진 고리 1호기가 안전하게 폐로 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다."언제부터 해체할 지도 모르
외박은 평등하지 않았다. 나의 외박은 ‘신고제’였으나, 누나의 외박은 단 한 번도 승인된 적 없는 ‘허가제’였다. 위험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럼 나는 내 놓은 자식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외박권’을 누리기 위해 반항심을 구겨 넣었다. 잠들기 직전에 이불 위로 고개만 내놓고 나누는 친구와의 대화에는 낭만이 있었다. 어차피 다음 날 다시 올 친구 집, 외박이 효율적이라 생각했다. 누나는 학창시절, 낭만적이고 편리한 외박을 누리지 못했다.영화 <카트>를 보면서 <외박>을 떠올렸다. 김미례 감독의 독립다큐 <외박>에는 <카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