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팩트체크] 웃옷을 입지 않고 공공장소에서 운동하면 처벌받나?
SNS 온라인 커뮤니티
"공공장소에서 운동할 때 상의를 벗으면 위법이다."
출처자료: 운동장에서 상의 탈의하고 운동하면 불법이다?
출처자료: 우리나라 상탈하고 런닝하면 불법임?
출처자료: [일반] 공공장소 러닝중 상탈 가능?
[검증이유]
지난달 여의도공원에 ‘러닝크루 No 4’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설치됐다. 안내문에는 웃옷을 벗고 운동하지 말라는 내용의 문구가 담겼다. 공원뿐만 아니라 도심 거리, 러닝 트랙 등에서도 상의를 벗고 운동하는 사람들을 두고 민원과 논란이 반복된다. ‘위법하다’는 주장과 ‘법적 처벌 근거는 없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네이버 지식인,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등에는 “헬스장·공원 등에서 상의탈의하면 법에 걸리나요?”, “러닝할 때 웃통 벗어도 되나요?” 같은 질문이 꾸준히 올라온다.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사례도 있다. 2023년 래퍼 ‘빅 베이비’는 상의를 벗고 운동하다가 경찰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지난 7월 방송 프로그램 ‘강철부대’ 출연자 홍범석 씨가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상의를 벗고 운동하는 영상을 올려 논란이 됐고, 배우 진태현도 러닝 중 상의를 벗었다가 항의를 받은 적 있다고 지난달 25일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밝혔다.
공공장소 상의 탈의가 실제로 법적 처벌 사안인지, 또 반복되는 민원과 논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팩트체크 요약
- 한강이나 공원, 거리 등에서 웃옷을 벗고 운동하는 사람을 두고 민원과 논란이 반복됨. 지난 9월 여의도공원 관리사무소는 웃옷을 벗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설치하기도 했음.
- 공공장소 상의 탈의와 관련해 주로 거론되는 법적 근거는 경범죄처벌법 ‘과다노출’ 조항과 형법상 공연음란죄임.
- 201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개정된 현행 경범죄처벌법은 노출 부위를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로 한정함. 전문가들은 상의 탈의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 가능성이 적다고 해석함.
- 공연음란죄는 일반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음란한 행위가 입증되어야 함. 성기 노출 사례에서도 무죄가 선고된 판례가 있는 만큼, 상의 탈의 행위가 공연음란죄로 인정될 가능성은 적음.
- KTX 등 기차 안에서 상의를 탈의한 행위는 ‘철도안전법’에 따라 타인에게 명백한 수치심을 일으킨다고 판단되는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음.
- 단비뉴스가 시민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상의 탈의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짐. 미성년자도 있는 공공장소에서 웃옷을 벗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더운 날씨에 운동할 때 상의를 벗는 건 자연스럽다는 의견도 있었음.
- 공공장소에서 웃옷을 벗고 운동하는 행위가 현행법상 명확하게 위법하며 처벌 가능하다는 근거는 없었음. 다만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곧바로 허용되는 것은 아님. 전문가들은 지자체 조례 등 행정적 규제를 통해 공공장소에서의 복장 기준을 구체화하거나, 사회적 논의 절차를 거쳐 수용 가능한 범위를 정하는 방안 등을 제안함. 이와 같은 사항을 종합하여 <단비뉴스>는 ‘공공장소에서 운동할 때 상의를 벗으면 위법이다’는 사실 아님으로 판정함.
[검증방법]
- 2016년 11월 24일에 선고한 2016헌가3 결정문을 확인했다.
- 2024년 2월 15일에 선고한 2023고정1200 판결문을 확인했다.
- 여의도공원 관리사무소 담당자를 인터뷰해 안내문 설치 경위를 물었다.
- 조준수 과천도시공사 관문체육공원 대관 담당자를 인터뷰해 현장 조치의 어려움을 물었다.
- 유은희 ‘제천시육상연맹’ 사무국장을 인터뷰했다.
- 코레일 홍보문화실 담당자를 인터뷰해 철도 내 상의 탈의 관련 조치 근거를 확인했다.
- 김성언 경남대 범죄사회학과 교수를 인터뷰했다.
- 김원태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를 인터뷰했다.
-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를 인터뷰했다.
- 김형규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인터뷰했다.
- 장성원 세명대 법학과 교수를 인터뷰했다.
- 민성욱 법무법인 ‘훈민’ 변호사를 인터뷰했다.
[검증내용]
한강, 공원, 거리 등에서 상의를 벗고 운동하는 사람들을 두고 민원과 논란이 반복된다. 최근에는 여의도공원이 “웃옷 벗기”를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설치하기도 했다. 신상을 이유로 익명을 요청한 여의도공원 관리사무소 담당자는 민원 때문에 안내문을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부터 3개월 동안 서울시 민원 통합 플랫폼 ‘응답소’에 접수된 관련 민원이 4건이고, 현장에서 일하는 경비원과 녹지 관리 근로자 등을 통해 수시로 상의 탈의에 대한 민원이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관문체육공원과 문원체육공원을 관리하는 과천도시공사 누리집에도 매년 문의글이 올라왔다. 지난해 8월 9일, 한 이용자는 자신을 “매주 주말 새벽에 달리기를 하는 동호인”이라고 소개하며, “체육공원 내에서 이해할 수 없는 안내방송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내방송은 민원 때문에 상의를 입고 운동하라는 내용이었다. 과천도시공사 관문체육공원 대관 담당자 조준수 과장은 상의 탈의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민원이 발생해 “상의 탈의하지 말라는 내용의 안내방송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게시자는 ”개인의 자유 침해”라며, “정확한 민원의 기록과 근거”를 요구했다.
올해 여름에도 비슷한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지난 7월 11일, 한 이용자는 상의를 벗은 채 트랙을 달리던 중 직원으로부터 “민원이 들어왔다”며 웃옷을 입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했다. 조 과장은 상의 탈의 관련 민원이 들어와 “현장에서 조치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법률이나 조례상 제재 근거가 없어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민원이 들어오면 상의를 입어 달라고 양해를 구하긴 하지만, 당사자가 거부하면 강제로 제재할 방법이 없어 난처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공사는 상의 탈의 하지 말라는 안내 방송을 중단해 달라는 민원에 대해 “법적 제재 근거가 없는 점을 (현장 근로자에게) 안내하겠다”는 답변을 달았다.
○ 상의 탈의한 채 공개적으로 운동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과천도시공사의 답변처럼, 웃옷을 입지 않고 운동하는 행위는 실제로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없을까? 상의 탈의와 관련해 거론되는 법적 근거는 경범죄처벌법의 과다노출 조항과 형법상 공연음란죄다.
경범죄처벌법의 과다노출 조항은 2016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아 개정됐다. 2015년 한 남성이 아파트 앞 공원에서 상의를 벗고 일광욕을 하다 범칙금을 부과받은 일로 위헌 소송을 냈고, 이듬해 헌재는 조항이 불명확하다며 위헌 판단을 내렸다.
당시 경범죄처벌법 과다노출 조항은 “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공공연하게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헌재는 가려야 할 곳의 범위가 모호해 심판대상 조항의 불명확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판단의 이유를 들었다.
이후 개정된 조항은 노출 부위를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로 한정했다. 노출 부위가 특정된 지금은 단순히 웃옷을 벗는 행위만으로는 과다노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법무법인 훈민의 민성욱 변호사는 “운동 중 상의를 탈의한 행위만으로는 경범죄처벌법에 해당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민 변호사는 운동 중 상의 탈의와 관련해 “만에 하나 기소가 되더라도 무죄가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2016년 위헌 결정으로 개정된 현 경범죄처벌법에 따르면, 신체의 주요한 부위로 성기와 엉덩이를 특정했기 때문이다.
장성원 세명대 법학과 교수도 “운동이나 산책 등 일상에서 상의를 탈의한 행위는 경범죄처벌법 적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성기나 엉덩이에 준하지 않는 신체가 노출된 경우”에는 법을 적용하기 힘들고, “노출 행위로 다른 사람에게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준다는 점에 대하여 행위자가 인식하고 의욕”해야 하는데, 두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즉, 장 교수는 “과다노출 여부를 판단할 경우에 행위자가 노출한 신체 부위뿐만 아니라 노출이 있었던 장소, 노출 경위, 노출이 지속된 시간, 노출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 등을 종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형법상 공연음란죄도 논의 대상이지만, 이 역시 상의 탈의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실제 판례에서는 공연음란죄 적용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피고인이 피해자 앞에서 약 2분간 바지와 팬티를 벗고 성기를 노출했으나, 대구지방법원(2023고정1200)은 “보통 사람의 성적 흥분을 유발하거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았고, 불특정 다수에게 인식될 공연성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성기 노출조차 이런 판단이 내려진 만큼, 단순 상의 탈의가 공연음란죄에 해당할 가능성은 더욱 낮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장성원 세명대 법학과 교수는 공공장소에서의 상의 탈의 행위가 “공연성을 충족하더라도 법이 말하는 음란행위로 보기는 쉽지 않으며, 음란행위를 하겠다는 행위자의 인식과 의사, 즉 고의를 인정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공연음란죄에 규정된 “음란한 행위”란 성욕을 자극 또는 흥분하게 하여 성적 수치심과 성도덕을 침해하는 행위로 정의된다.
○ 남성과 달리, 여성은 상의 탈의하면 처벌되나?
개정된 현 경범죄처벌법에 담기진 않았지만, 헌재는 사회적으로 노출되면 안 되는 신체 부위로 ‘여성의 유방’을 예로 들기도 했다. 성기나 엉덩이와 함께 “시대의 사회 통념상 성도덕 또는 성 풍속을 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018년 여성이 상의를 탈의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페미니즘 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은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앞에서 페이스북의 성차별적 규정에 항의하는 상의 탈의 시위를 했다. 회원들은 몸에 한 글자씩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쓴 채 웃옷을 벗었다. 이들은 ‘내 의지로 보인 가슴 왜 너가 삭제하나’ 등의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기도 했다.
불꽃페미액션은 같은 해 5월 26일 열린 ‘월경 페스티벌’ 행사에서 상의 탈의 행사를 진행하고, 이때 찍은 사진을 사흘 뒤인 29일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페이스북코리아는 해당 사진을 삭제하고, ‘나체 이미지 또는 성적 행위에 관한 페이스북 규정을 위반했다’며 계정 1개월 정지 처분을 내렸다. 불꽃페미액션은 이 조치가 남성의 반라 사진은 그대로 두면서 여성의 나체는 음란물로 규정한 것이라며 페이스북코리아 앞에서 항의하는 차원에서 상의 탈의 시위를 벌인 것이다.
당시 보도를 종합하면, 담당 관할서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공연음란 혐의로 회원들을 입건하지 않았다. 경찰은 상의 탈의 시위를 진행한 날짜와 시간, 장소, 행위자의 노출 부위와 그 방식 등에 대해 판단한 결과 신체 노출이 형사 처분의 대상이 되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상의 탈의 시위가 경범죄처벌법에 속하는 과다노출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시위 직후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해당 콘텐츠를 복원하고 관련 계정에 적용됐던 차단을 해제했다.
김형규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의 탈의와 관련해 남성과 여성의 법 적용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데 우려를 표했다. 김 교수는 “신체 노출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을 차별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남녀에 대한 차별을 둔다면 평등원칙 위반이 되어 위헌”이 될 거라고 말했다.
○ 처벌 근거가 없으면 공공장소에서 상의 탈의해도 된다?
경범죄처벌법이나 공연음란죄로 처벌될 가능성은 적지만, 특정 장소나 상황에 따라 웃옷을 벗은 사람은 제재를 당할 수도 있다. 최근 KTX 실내에서의 상의 탈의가 논란이 됐다. 지난 8월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서 ‘KTX 상의 탈의 빌런’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조선일보>, <한국일보>, <채널A> 등은 게시글에 대한 설명과 네티즌의 의견을 함께 보도했다.
신상을 이유로 익명을 요청한 코레일 홍보문화실 담당자는 민원이나 신고가 없어서 해당 사건에 대한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담당자는 이 사진의 출처가 커뮤니티인 만큼, “사실관계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차 객실 내에서 웃옷을 벗는 행위에 대해 어떻게 조치할지 분명하다고 부연했다.
철도안전법 제47조 1항 5호에 따르면, “철도종사자와 여객 등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한다. 여객운송약관 제20조에 따르면, 철도종사자는 위와 같은 금지 행위를 제지할 수 있으며, 제지를 당한 사람은 철도종사자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 철도에서는 상의 탈의 행위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경우 제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 상의 탈의에 대한 갑론을박, 어떻게 해결할까?
웃옷을 벗어야 참가할 수 있는 체육대회가 있다. 제17회 ‘의림지삼한초록길알몸마라톤대회’는 지난 1월 12일 충북 제천시 의림지 일대에서 열렸다. 대회를 주관한 제천시육상연맹은 남성 참가자는 상의 탈의를 하고, 여성 참가자는 상의 반팔 티셔츠를 입는 등의 복장 규정을 안내했다. 참가자들은 상의를 벗은 채 몸에 문구를 적거나 그림을 그려 넣기도 했다. 3년째 이 대회 개최를 준비한 유은희 사무국장은 상의 탈의와 관련해 “한 번도 민원이나 항의가 접수된 적 없다”며, 오히려 “해마다 참가자 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몸 마라톤 대회’와는 달리, 일상에서 웃옷을 벗고 운동하는 데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배우 진태현은 지난달 25일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웃옷을 벗고 달리다가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함께 영상에 출연한 배우 박시은은 “나라에서 법적으로 제재를 가해달라”며, 상의 탈의 관련 법 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영상의 제목은 ‘박시은 진태현의 러닝 대기획 우리 모두 하나가 됩시다 1편 상의탈의’로, 영상에는 상의 탈의 운동에 대한 두 배우의 의견이 담겼다.
시민들은 공공장소에서의 상의 탈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취재팀은 이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견을 구했고, 연락을 준 이들과 인터뷰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희민(26) 씨는 길거리에서 상의를 벗고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불편하다”고 말했다. 탈의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자신의 의사가 존중 받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 씨는 “어린아이들이 보는 곳에서 그렇게 벗고 다니는 것 자체가 아이들의 교육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며 “풍기 문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24일 밤,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의 한 초등학교 근처에서 상의를 탈의한 중년 남성을 보고 경찰에 민원을 넣은 적도 있다. 이 씨는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옷은 입고 나오셔야죠. 집까지 모셔드려야겠네요”라며 남성을 경찰차에 태워 이동시켰다고 회상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최현영(22) 씨는 “상의 탈의해도 큰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니까 괜찮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최지헌(29) 씨 역시 “상의 탈의하는 분들을 보면 불쾌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씨는 “주변 사람들 대다수는 불쾌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법으로 규제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김한빈(26) 씨도 상의 탈의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했다. 김 씨는 “공공장소에서는 예의를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최소한 반팔이나 민소매 셔츠 정도는 갖춰 입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규제나 법까지는 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지방자치단체 측에서 옷을 입어달라는 경고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에 거주하는 이창헌(22) 씨는 가끔 상의를 벗고 러닝을 한다. 이 씨는 “더워서 (상의를) 벗는 이유가 가장 크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억압적인 면이 많고 덜 자유롭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의를 벗고 뛸 때) 한 번도 제재를 받은 적은 없지만, 누군가 제재하면 당연히 옷을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경우 제재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상의 탈의를 제재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데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김형규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벗고 싶은 사람은 벗을 자유가 있고, 그걸 보기 싫은 사람은 보지 않을 자유도 있다”며, “두 의견의 충돌을 단지 수가 많다는 이유로 법률로 규정하여 금지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상의 탈의가 위법하다고 하려면, 근거 법률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 규정을 만든다면 ‘과잉금지원칙’ 위반에 해당하며, 이는 위헌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과잉금지원칙은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입법은 안 된다는 원칙이다. “김 교수는 윤리·도덕의 문제를 법률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형사처벌이나 민사상 제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도 “법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지 않는다”며, 상의 탈의 관련 제재법을 만들면 “표현의 자유 등을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표현의 자유나 신체의 자유 등 ‘개인의 자유의지’와 타인의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규범적 가치관’이 충돌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진단하며, 관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성언 경남대 범죄사회학 교수도 “법 규범에 의한 강제적인 규제는 오히려 규제의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반발을 유발할 수 있다”며, “가치관은 서서히 변화하는 것이므로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웃옷 벗기가 허용되는 공간이나 장소를 지정”해서 제한적으로 상의 탈의 운동을 허용한다면, 갈등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을 거라 덧붙였다.
김원태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의 과도한 상품화와 개방화에 대한 거부감”과 주로 남성들이 상의를 탈의하는 등 “젠더 불평등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상의 탈의 관련 사회적 논란이 반복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충분한 토론과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자체별로 상의 탈의를 허용하는 기준에 대해 토론하고, 일정한 합의 과정을 거쳐서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주택가 공원에서는 상의 탈의를 전면 금지”하고 “강변 공원에서는 특정한 시간대에만 상의 탈의를 허용”하는 식이다.
[검증결과]
공공장소 상의 탈의와 관련해 주로 거론되는 법적 근거는 경범죄처벌법의 과다노출 조항과 형법상 공연음란죄다. 201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개정된 현행 경범죄처벌법은 노출 부위를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로 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의 탈의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 가능성이 적다고 해석한다.
공연음란죄는 엄격하게 적용되는 판례가 있으며, 일반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음란한 행위’가 입증되어야 한다. 성기 노출 사례에서도 무죄가 선고된 판례가 있는 만큼, 상의 탈의 행위가 공연음란죄로 인정될 가능성은 더욱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상의 탈의 행위 자체에 대한 법적 처벌 근거는 희박하지만, 특정 장소의 법률이나 약관, 또는 행위의 맥락에 따라 제재를 당할 수는 있다. 철도안전법은 “철도종사자와 여객 등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철도종사자의 제지를 따라야 한다. 상의를 탈의한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명백한 수치심을 일으킨다고 판단될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상의 탈의에 대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 제정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전문가들은 법적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법률로 개인의 표현의 자유나 신체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 위반으로 위헌 소지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상의 탈의 논란을 개인의 자유의지와 타인의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충돌하는 현상 혹은 젠더 불평등에 대한 거부감에 의한 현상으로 진단하며, 법적 처벌 대신 서로 배려하며 자제하고 양해하는 방식이나 관용적인 태도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별로 상의 탈의를 허용하는 기준에 대해 토론하고 합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공공장소에서 웃옷을 벗고 운동하는 행위가 현행법상 명확하게 위법하며 처벌 가능하다는 근거는 없었다. 다만, 기차 등 대중교통에서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거나 여객운송 약관 등을 위반할 경우 제재를 받을 수는 있다. 따라서 단비뉴스는 ‘공공장소에서 운동할 때 상의를 벗으면 위법이다’라는 검증문에 대해 ‘사실 아님’으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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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대상의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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