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추천 좋은 기사] 제33회 한국PD대상 TV 지역 특집 부문 수상작 - MBC 3개 지역사 공동 제작 '친애하는 나의 도시'

지역 청년의 이야기는 방송에 잘 등장하지 않는다. 지역 소식을 다루는 지역 방송도 마찬가지다. 특산물, 관광지, 축제와 같이 여행상품으로 지역을 소개할 뿐, 그곳에 사는 청년의 이야기는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지역 방송에 근무하는 젊은 PD들은 궁금했다. ‘지역의 청년들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지난 2020년 12월, <광주MBC>, <여수MBC>, <MBC경남> 세 방송사의 PD가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친애하는 나의 도시’가 탄생했다.

‘친애하는 나의 도시’는 엄연히 존재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지역 청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최선영 광주MBC PD를 비롯해 남현철 여수MBC PD, 양정헌 MBC경남 PD가 지역에 자리 잡은 청년을 취재했다. 곧이어 지역의 내밀한 일상을 하나의 여행 경로로 설계하고 소개해 줄 세 명의 청년을 섭외했다. 이들이 만든 경로는 지역에 초대된 단 한 명의 게스트에게 전달된다. 게스트는 여행 경로를 따라가며 지역의 일상적인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친애하는 나의 도시’는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이 아닌 도시들을 배경으로 정했다. 2020년 12월 12일부터 26일까지 매주 1회씩 방영됐으며 1부 광주를 시작으로 순천, 진주 순으로 3부작이 제작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제33회 한국PD대상’ TV 지역 특집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제34회 전국 MBC TV 계열사 작품 경연대회’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친애하는 나의 도시’ 1부 광주 편의 타이틀 장면. 광주M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친애하는 나의 도시’ 1부 광주 편의 타이틀 장면. 광주M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위기 속 뭉친 지역 방송사

지역의 인구 유출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2019년 광주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인구는 7367명이고, 그 가운데 20대는 64.9%였다. 또한, 2017년 경남발전연구원에서 발표한 ‘경남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5년 이내 경남을 떠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청년이 33.4%였다. 특히 프로그램이 방영된 2020년 말의 경우,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었다. 지역을 떠나는 청년은 늘어나는데, 지역을 찾는 이들은 전염병으로 인해 더 줄어들고 있었다.

‘친애하는 나의 도시’를 제작한 젊은 PD들은 지역 인구 문제에 대한 새로운 출구를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개별 방송사 한 곳의 역량만으론 불가능했다.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난 진정한 의미의 공동 기획이 필요했다. 지역 방송사가 협업하는 기존의 방식은 하나의 큰 주제 아래 각자의 지역을 맡아 촬영만 하는 것에 그쳤다. 제작진은 기획 단계부터 함께 궁리했다. 전체 프로그램의 ‘톤 앤 매너’도 일관성을 유지하려 애썼다. 촬영 방식, 음악, 색감 등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를 통일시켰다. 소속 지역사는 달라도 제작진은 하나의 제작사처럼 움직였다. 여러 도시를 함께 찾아가 기획, 촬영, 포스트 프로덕션에 참여했다. 덕분에 ‘친애하는 나의 도시’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서 일관성과 정체성을 지켜낼 수 있었다.

‘친애하는 나의 도시’ 광주 편에서 호스트 청년 셋이 모여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광주M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친애하는 나의 도시’ 광주 편에서 호스트 청년 셋이 모여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광주M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지역의 일상을 전국에 보여주다

프로그램에는 지역을 설명해 줄 세 청년이 스토리텔러로 나온다. 이들은 각자 사진, 디자인, 음악을 향한 꿈을 가진 청년이다. 삭막하고 빨랐던 서울에서 벗어나 각자의 꿈을 더 잘 실현하기 위해 지역에 돌아온 청년이다. 세 명의 스토리텔러가 계획한 지역의 여행 경로는 지역을 살아보지 못한 서울의 게스트에게 전달됐다. 1부 광주에서는 변영주 영화감독이, 2부 순천에선 싱어송라이터 요조가, 3부 진주에선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가 출연했다.

1부 광주 편에선 5·18 민주광장이 먼저 소개된다. 역사의 현장에서 일상을 누리는 광주 시민들이 등장한다. 이후 지역의 정서를 간직한 극장과 서점을 찾아 광주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광주에서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가는 동명동의 청년들을 찾아 청년들이 왜 광주로 왔는지, 이곳에서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인지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다.

2부 순천 편에선 ‘그곳 사람들’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했다. 특히 순천에 자리 잡은 청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각자의 이유로 순천에 모인 청년들이 카페, 게스트하우스, 서점 등 다양한 공간을 운영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한편, 그로 인해 지역에서 맺게 된 지역 청년들만의 특별한 관계를 이야기한다. 지역의 느슨한 관계망을 통해 청년들은 외롭게 서 있는 존재가 아닌, 비로소 함께하는 순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전한다.

마지막 3부 진주 편에선 스토리텔러들이 찾은 진주의 또 다른 청년 3명이 등장했다. 각각 금속공예, 공연기획, 의류 디자인과 관련한 일을 하는 청년들이었다. ‘지역에서 오래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속단하기 쉽지만, 이들은 그런 편견을 뒤집고 있었다. 진주에서 의류 디자이너로 일하는 청년은 프로그램에서 “오히려 진주라서 여유와 자연을 표현하는 게 더 좋았다”며 지역 생활의 장점을 설명했다.

‘친애하는 나의 도시’ 광주 편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변영주 영화감독이 광주극장을 찾아 영화표를 구매하고 있다. 광주M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친애하는 나의 도시’ 광주 편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변영주 영화감독이 광주극장을 찾아 영화표를 구매하고 있다. 광주M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친애하는 나의 도시’ 2부 순천 편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요조가 지역 서점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여수M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친애하는 나의 도시’ 2부 순천 편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요조가 지역 서점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여수M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지역성의 의미를 되짚어보다

지역은 대개 낙후된 공간으로 여겨진다. 경쟁에서 밀린 이들이 사는 곳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최 PD는 이러한 관점을 반박했다. 2021년 2월 <미디어 오늘>에 기고한 칼럼에서 “(지역 청년들에게) 지역은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획일화된 중앙에 대한 대안의 방식이자 가능성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친애하는 나의 도시’는 지역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광주 동명동 식당의 젊은 사장과 진주에 자리 잡은 여러 예술가를 소개한다.

‘친애하는 나의 도시’를 만들며 제작진은 지역 방송의 의미도 되짚어 보았다. 2021년 1월 ‘제34회 전국 MBC TV 계열사 작품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후 광주MBC의 최선영 PD는 “지역에는 지역 MBC가 보지 않으면 어디에도 전해지지 못하는 목소리들이 존재한다. 지역 MBC가 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외되는 목소리가 전국으로 올라올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친애하는 나의 도시’는 지역의 가치에 관한 제작진의 고민도 담았다. 광주M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친애하는 나의 도시’는 지역의 가치에 관한 제작진의 고민도 담았다. 광주M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친애하는 나의 도시’ 1부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친애하는 나의 도시’ 2부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친애하는 나의 도시’ 3부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세상에는 좋은 기사들이 있다. 저널리즘의 이상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기사다. 언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도 여전히 언론에 희망이 있음을 증명하는 기사이기도 하다. 기자는 그런 기사를 꿈꾸고, 독자는 그런 기사를 기다린다. <단비뉴스>는 2000년대 이후 국내외 주요 기자상 수상작을 중심으로 기자와 독자에게 두루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기사를 골라 소개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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