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순수 문학의 축제, 제6회 민송백일장
제6회 민송백일장이 오는 22일 세명대학교 학술관에서 열린다. 민송백일장은 세명대학교 설립자인 민송 권영우 박사의 10주기를 기념해 2016년 시작된 현장 글짓기 대회다. 해가 떠 있는 동안 지은 글로 겨루는 백일장(白日場)의 형식을 그대로 살려, 현장에서 공개된 제시어에 맞춰 즉석에서 적어낸 원고로 글솜씨를 평가받는다. 백일장은 운문(시)과 산문(수필) 2개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되며 전국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일반 시민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총상금은 900만 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4년간 중단되었던 민송백일장은 작년 5월 다시 열려 학생과 시민 등 54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당시 제시어는 ‘우리 동네’였다. 코로나19 이전에 열린 역대 백일장의 제시어는 ‘나무’(2016년), ‘먼지’(2017년), ‘노래’(2018년), ‘아버지’(2019년) 등이다. 올해 제시어는 백일장이 열리는 22일 오전 10시 현장에서 공개된다.
제시어에 관해 민송백일장 운영위원장인 김기태 세명대학교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는 “실질적인 체험에 바탕을 두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는 제시어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을 대신 써주는 생성형 AI가 등장한 가운데 사람이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제시어를 마련해,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진정한 글쓰기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제시어가 공개되면, 참가자는 2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 동안 세명대학교 캠퍼스 어디건 편한 곳에 자리 잡고 운문 혹은 산문을 작성하면 된다. 글은 반드시 원고지에 펜으로 적어야 한다. 원고를 마감한 후에는 세명대학교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고 문학 행사를 즐기며 시상식을 기다릴 수 있다.
글은 중등부, 고등부, 대학·일반부와 운문·산문으로 나누어 평가받는다. 심사위원은 부문별로 장원, 금상, 은상, 동상, 단체상을 선정한다. 수상자는 세명대 총장 상장과 소정의 상금(장원 50만 원, 금상 30만 원, 은상 20만 원, 동상 10만 원, 단체상 50만 원)을 받게 된다.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정모 작가의 ‘북콘서트’가 오후 3시부터 세명대학교 학술관 제1컨퍼런스홀에서 열린다. 이정모 작가는 생화학과를 전공한 과학자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을 역임했으며, <JTBC> ‘차이나는 클라스’, <EBS> ‘클래스e’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 등이 있다. 시인과 소설가를 위주로 초청하던 민송백일장 북콘서트에서 과학 작가를 초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모 작가를 초청한 배경으로 김기태 교수는 “글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과학 글쓰기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펜보다 키보드를 더 자주 사용하는 디지털 시대에 손으로 적는 글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김 교수는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엉망이었던 어떤 노년 여성 참가자의 원고를 떠올리며 “현장에서 쓴 글에는 고쳐지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백일장에 참가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김 교수는 “펜으로 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 모두 참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열린 제5회 민송백일장에서 ‘장원 급제’의 영광은 대제중학교 이○건(중등부 운문), 풍무고등학교 박○민(고등부 운문), 고양일고등학교 권○민(고등부 산문), 강원도 영월군 이○주(대학·일반부 운문)에게 돌아갔다. 중등부 산문과 대학·일반부 산문 부문에선 장원이 없었다. 그 외에 금상 5명, 은상 10명, 동상 16명이 선정되었고, 단체상은 고양예술고등학교, 대제중학교, 세명고등학교, 성희여자고등학교, 안양예술고등학교가 수상했다.
올해의 장원을 꿈꾸는 이들은 4월 22일부터 5월 22일 오전 10시까지 사전 접수를 해야 한다. 제6회 민송백일장 참가 신청은 여기에서 할 수 있다. 당일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