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시사맥(脈)] 빅테크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SK C&C 판교데이터센터에 불이 났습니다. 그 여파로 네이버와 카카오의 서버 운영이 중단됐습니다. 네이버는 춘천 데이터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다른 데이터센터가 없었던 카카오는 ‘먹통 사태’가 꽤 오래 이어졌습니다.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과 호출 서비스 '카카오택시' 등 여러 사업에 5일 동안 크고 작은 장애가 나타났습니다. 이 사태는 ‘빅테크’ 규제 논의로 번졌습니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 이면에 가려진 안전관리 체제 미비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입니다.
빅테크는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거대 정보기술 기업을 말합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이 대표적입니다. 한국에는 카카오, 네이버, 쿠팡 등이 있습니다. 빅테크는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독과점을 일으켰습니다. 이들 기업은 고객 데이터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영향력을 키웠습니다. 이제 빅테크의 서비스가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박사학위 논문 <아마존, 반독점의 역설>에서 빅테크 기업이 수도·전기 같은 필수 인프라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칸 위원장은 기업집단을 해체하거나 공기업 수준의 규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필수 인프라 기능을 하는 빅테크가 독점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FTC는 빅테크의 인수합병 심사를 강화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플랫폼 반독점 패키지 5대 법안’이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플랫폼 기업이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우대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입니다. 이 법이 제정되면 아마존은 자사 제품을 아마존 사이트에서 팔 수 없습니다.
유럽연합(EU)은 다음 달부터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이 법은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시장 독점력을 완화하기 위해 제정됐습니다. 대상 기업은 인수합병 절차를 당국에 미리 신고해야 합니다. 사업 관련 정보도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이를 어긴 기업은 전 세계에서 얻은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내야 합니다. 중국도 시진핑 주석이 반독점, 개인정보 보호, 국가기밀 보안을 이유로 빅테크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국내에서도 빅테크 규제 논의가 활발해졌습니다. 카카오 같은 인터넷 사업자와 SK C&C 같은 데이터 사업자를 국가 재난관리체계에 포함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 나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제도 정비 필요성을 언급하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에 힘을 실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뱅크 등 핀테크 기업에 관한 전방위 점검을 예고했습니다.
빅테크를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다만 지나친 규제가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만큼, 적절한 규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이 주의 시사맥, 빅테크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