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시사맥(脈)] 시극 '파포스'

'이 주의 시사맥(脈)’에서는 단비뉴스 시사현안팀이 매주 최신 이슈를 짧고 깊게 소개합니다.

 

인공지능 시극 '파포스'의 포스터. '파포스'는 지난달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됐다. 출처 리멘워커
인공지능 시극 '파포스'의 포스터. '파포스'는 지난달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됐다. 출처 리멘워커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피그말리온의 신화를 아시나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키프로스 왕 피그말리온은 조각상 갈라테이아와 결혼합니다. 둘 사이에서 탄생한 딸의 이름이 ‘파포스’죠.

최근 국내에서 개막한 어느 공연의 제목도 <파포스>(PAPHOS)입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인공지능(AI) 시인이 쓴 시극입니다. 지난달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했습니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지만 조각상 갈라테이아가 아이를 낳은 것처럼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시 창작을 인공지능이 해냈다는 뜻이 <파포스>라는 제목에 녹아 있습니다.

시극 <파포스>의 극본은 인공지능 시인 ‘시아’가 쓴 20여 편의 시로 구성되었습니다. 시아는 미디어아트 그룹인 슬릿스코프와 카카오브레인이 지난해에 개발한 시 쓰는 인공지능입니다. 카카오브레인의 AI 언어 모델인 ‘KoGPT’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죠. 시아는 인터넷 백과사전과 뉴스 등을 학습하며 한국어를 공부한 뒤, 1만 3000여 편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 시를 읽어 작법을 익혔다고 합니다.

인공지능 시아가 한 편의 작품을 집필하는 데는 30초 안팎의 시간이 걸립니다. 시아가 쓴 시는 이번 달에 <시를 쓰는 이유>라는 제목의 시집으로도 출판될 예정입니다. <파포스>와 <시를 쓰는 이유>를 시작으로 인공지능 문학 시대가 개막할 수 있을까요? 이 주의 시사맥(脈), 시극 <파포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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