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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 칼럼 > 초심, 문재인 대통령 취임 두 달
     
세상은 말합니다, 왜 더 노력하지 않냐고
[제언의 편지] 고하늘 기자
2017년 07월 19일 (수) 10:39:50 고하늘 PD gosky0729@naver.com
   
▲ 고하늘 기자

문재인 대통령께.

장마가 지나고 무더위가 찾아왔습니다. 계절은 어김없는데 세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에 사는 28살 청년 고하늘입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저는 새벽 6시에 일어나 밤 12시까지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교육대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기대보다 낮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기회를 한 번 더 잡고 싶었지만 재수를 하려면 매월 160만 원이 넘는 돈이 필요했고 저는 집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집과 가까운 제주대학교는 국립이라 학비가 저렴했습니다. 2009년에 입학해 군 복무와 휴학 2년을 거쳐 2017년 겨울에 졸업했습니다. 대학 내내 환경미화부터 보안업체, 경마장, 영화관 등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밤새워 과제와 시험공부를 한 덕택에 장학생으로 선정되어 등록금을 마련했습니다.

문제는 졸업 후부터였습니다. 지방대학을 나온 청년에게 취업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습니다. 지방대학 출신과 서울에 있는 대학, 소위 명문대학 출신은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선부터 달랐습니다. 저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상담을 받기 위해 취업전략본부에 찾아갔습니다. 취업전략본부 담당자는 “학생들 눈이 너무 높다”며 “현실적으로 지방대학 학생들이 눈을 낮춰야 취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역대학생들은 취업하기 위해 이루고 싶던 꿈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졸업을 앞둔 대학 동기들 사이에서 지방대학 출신은 대기업 서류도 붙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만연했습니다. 제 대학 동기 재덕(가명)이는 졸업 후 서울에서 4년 동안 언론사 입사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언론홍보학과 생활 내내 성실했고 수석으로 졸업한 친구입니다. 지금 재덕이는 언론사 입사를 포기하고 제주로 돌아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려 합니다. 시험에 떨어질 때마다 출신 대학이 중요하다고 토로하던 친구 모습이 떠오릅니다. 친구는 언론고시생들 사이에 수도권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언론사 입사는 힘들다는 게 정설이라 말합니다. 대기업과 언론사뿐 아니라 기업 대부분이 채용 시 학력을 우선 확인합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6월 28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취업준비생 478명 가운데 422명(88.3%)이 취업을 준비하며 ‘대학 서열화를 실감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출신 대학이 취업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415명(86.8%)이 ‘그렇다.’고 했습니다. 출신 대학이 취업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취업준비생들은 그 이유로 ‘주요 대학 출신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55.9%)’와 ‘4년제 대학 졸업 등 채용공고에 학력 자격요건을 명시하는 기업이 있어서(53.7%)’ 등을 높게 꼽았습니다. 삼수든 사수든 해서라도 서울의 명문대학을 가야 했습니다. 제가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지 못한 게 잘못이었습니다.

   
▲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7월 13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인사담당자 746명 가운데 622명(83.4%)이 ‘학력사항을 확인한다.’고 답했다. ⓒ YTN 뉴스 갈무리

저는 문재인 대통령님이 한 말을 기억합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지역과 학벌이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하고 싶은 일이나 이루고 싶은 꿈이 타인에게 가치판단 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 태어나더라도 평등한 기회를 얻고, 공정한 과정 속에서 정의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님이 약속한 하반기 블라인드 채용제도 실시와 같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청년들이 취업 과정에서 겪은 차별을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러나 면접 방식을 바꾸는 등의 변화는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본질을 해결해야 합니다.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이 지역으로 분산되어야 합니다. 기업 채용에서 지역인재 비율을 더욱 높이고 처우 개선을 통해 지역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해야 합니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서울로 가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도 실력 있는 지역 청년들이 제대로 실력 발휘 한 번 못하고 자신의 꿈을 포기합니다. 청년들의 무한한 가능성이 지방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사장되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에 있는 대학 출신이나 지방대 출신이나 똑같은 출발선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YTN 뉴스 갈무리

취임사에서 약속하신 지역과 학벌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저는 지금까지 취업 못 한 것을 제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대통령님의 공약 실천을 믿고 그만 저 자신을 자책하겠습니다. 더 이상 지역출신이란 이름으로 차별받지 않고,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꿈나무들이 이 땅의 건강한 주인이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메말라 갈라진 땅에 작물이 자라날 수 없듯이 정의롭고 평등하지 못한 사회에 청년이 설 곳은 없습니다. 이 땅의 미래는 없습니다. 지금 청년은 메마른 땅을 적셔 줄 단비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7. 7. 19.
                                                             고하늘 기자 드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어느덧 두 달이 되었다. 촛불 염원은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이었다. 5.18행사장에서 흘린 눈물과 유가족을 포옹하던 일, 의전없이 버스를 타거나 기능직과 식사하고 기자들에게 먼저 질문을 요구하던 초반의 감동은 연이은 인사 실패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여소야대라는 정치상황도 개혁드라이브에 걸림돌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취임 두 달,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단비뉴스 젊은 저널리스트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제언의 편지를 연재한다. (편집자)

편집 : 박진우 기자

[고하늘 기자]
단비뉴스 영상부, 지역농촌부 고하늘입니다.
눈을 감고는 세상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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