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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농업은 ‘농부 복지’에 달렸다
[지역·농업이슈] 한국⋅독일 농촌, 무엇이 다른가
2017년 07월 13일 (목) 19:50:36 윤연정 송승현 기자 gorhf011@daum.net

주식이 '쌀'이라는 말은 오래된 얘기다.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약 169.5g. 한 공기를 200g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하루에 밥 한 그릇도 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농촌연구원(KREI) ‘2016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1인이 먹는 쌀은 연간 61.9kg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농가 인구는 256만9천 명으로 이 중 40대 미만 청년 농가 인구는 약 1만호밖에 안 된다. 65세 이상이 40%에 가깝다는 통계는 고령화해가는 우리 농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젊은 농가 인구가 적은 이유는 농업이 그만큼 힘든 일인데 보상은 작기 때문이다. 

   
▲ 가구당 쌀 소비는 줄고 있지만, 기타 곡식 소비는 4년 연속 상승세에 있다. ⓒ flickr

우리는 이때까지 농부 대우에 인색했다. 고려 학자 이규보(李奎報·1168~1241)는 ‘대농부(代農夫)’ 에서 ‘우리가 부귀호사 할 수 있는 것은 다 농부 덕분인데 왜 이리 모질게 농부들을 침탈하냐’고 꾸짖었다. 옛날부터 누구나 농업의 중요성은 알고 있었으나, 정작 농부에 대한 대우와 보상은 나 몰라라 했던 것이다. 쌀을 비롯해 식량자급률이 23.6%밖에 되지 않는 한국에서 농부들은 ‘먹거리’를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식량 없이는 살 수 없는데, 정작 식량을 만들어주는 농부들에 대한 고마움은 어디로 간 것일까?

농부에게 필요한 것, ‘농사 보조’ 그 너머

2010년 이후 귀농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귀농보다는 귀촌 인구 증가가 우세하나,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약 1만2천 명이 농업을 위해 농촌으로 돌아왔다. 지방에서는 ‘귀농·귀촌종합센터’ 등을 설립해 적극적으로 귀농·귀촌 인구를 돕는다. 귀농창업과 주택구매 지원에서 농지 혜택, 농기계류에 대한 세제 지원, 그리고 도시민 농촌유치지원사업과 같은 정책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귀농·귀촌 인구. 2015년 기준 현황 인포그래픽. ⓒ 통계청

정부에서 제공하는 지원 대부분은 농업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제도와 혜택에 치우쳐있다. 이는 농부들의 경제소득과 직결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귀농인들이 역(逆)귀농 하는 이유에는 농업 노동과 소득 문제 버금가게 힘든 부분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귀농인들이 농사를 지으며 농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이유로는 ‘소득 부족’이 38%, ‘농업·노동 부적응’이 18%로 압도적인 56%를 기록했다. 하지만 농부들이 일과와 별개로 삶의 터전에서 누릴 수 있는 복지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웃 갈등과 고립감’, ‘가족 불만’ 그리고 ‘생활불편’까지 모두 더하면 그 비율이 44%나 된다. 농사의 힘듦을 해소해줄 수 있는 다른 생활⋅여가 복지가 부족한 실상을 알 수 있다.

제천 귀농·귀촌 종합지원센터를 담당하고 있는 제천시청 농업정책과 최미경 주무관은 “제천시에서는 ‘여성 농업인 행복 바우처 사업’, ‘농업인 자녀자금지원’, ‘농가 도우미 출산 지원’처럼 다른 복지혜택도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농업인 복지사업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최 주무관에 따르면 2016년 하반기, 제천에 귀농한 인구는 120명이다. 이 중 60대가 37명으로 제일 많았다. 50대에서 70대 이상 귀농인이 86명이고, 30대에서 40대 귀농인은 26명, 30대 미만은 8명뿐이다. 고령 인구가 젊은 인구를 4배 가까이 압도하는 상황에서 농업인 자녀자금지원과 농가 도우미 출산 지원 말고도 실생활에 도움 되는 더 폭넓은 복지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시내 병원 갔다 오면 그날 농사는 끝

복지 문제는 ‘풋내기 농부’와 ‘터줏대감 농부’가 모두 공감하는 내용이다. 송정숙(61·여·충북 단양군)씨는 단양에서 40년간 농사를 지어왔다. 오랜 농사일로 무릎 연골이 닳아 지금은 제천 시내 병원에 다닌다. 송씨는 병원에 가기 위해 아픈 다리를 끌고 매주 버스를 타고 40분을 나가야 한다. 병원에 가도 문제다. 송씨는 “지방에는 정형외과가 많지 않아 진료 대기시간이 3시간을 넘길 때도 있다”며 “병원 가면 그 날 농사는 끝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간단한 감기도 시내 병원을 이용한다. 그가 사는 단양군 어상천에 보건소가 있지만 “있으나 마나”라고 말했다.

“보건소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은 전문 의사들이 아니라서 믿을 수가 없어요. 의대를 갓 나온 초보자들이 군 복무 대신 오는 건데 전문성이 있겠어요. 진료 보러 가도 주사도 안 놔주고 약만 줘요. 그럴 바에는 시내 병원 갔다 오는 게 더 낫죠.” 

   
▲ 송정숙씨가 무릎 연골 치료로 병원을 가는 날이면, 남편 우창기씨 혼자 해질녘까지 일해야 한다. ⓒ 송승현

단양군청 보건행정팀 송인덕 주무관(48)은 “단양군에 보건소는 하나가 있고 읍과 마을마다 진료소나 지소가 배치돼 있다”며, “여기에는 모두 농특법에 따라 의사를 배치하고 의사 면허가 있는 공중보건의와 간호사를 쓴다”고 말했다. 이어 “3년에 한 번씩 바뀌기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것만 빼면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농촌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농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에 ‘문화, 보건의료, 교육 시설 등 복지 시설이 미흡한 곳’이라는 인식이 44%로 압도적이었다. 정부에서 보건·복지정책으로 ‘농어업인 맞춤형 사회보장 및 고령⋅취약계층 사회안전망 강화’, ‘공공의료 체계 현대화 및 응급치료 인프라 확충', '농어촌 맞춤형 보건의료서비스 확대’를 내세우지만, 대부분 기존 농업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금전적 지원이나 세제 감면 혜택일 뿐, 일상생활이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찾기 어렵다.

   
▲ 상당수 농가는 가까운 도시와 자동차로 30분쯤 떨어진 곳에 있다. 단양군 어상천면에서 제천 도심까지는 버스로 1시간 이상 걸린다. ⓒ 구글 맵 갈무리

농부들에게 기본적인 생활환경이 보장되지 않으면 젊은 귀농인의 신규유입은 물론 이농도 막지 못해 농촌인구의 고령화는 가속화할 것이다. 농촌은 지리적 특성상 의료시설이나 복지시설에 접근하기 어렵다. 이는 단순히 지원금을 많이 주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김영란 우송정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영국 농촌의 변화와 농촌복지에 관한 역사적 고찰>에서 ‘여전히 농촌 정책은 도시의 사람, 가치, 기술 등이 농촌을 장악하고 농민을 비롯한 기존의 농촌 거주자들은 거기에 편입, 종속되도록 이끌고 있다”며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농촌성’을 고려한 복지가 이뤄져야 젊은 농촌 인구를 늘릴 수 있다”고 했다,

복지정책으로 되살아난 농촌 마을 ‘아이드하우젠’ 

농촌이 활성화한 독일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바이에른주 아이드하우젠 마을은 과거 쇠락한 농촌이었다. 그러나 주 정부가 ‘떠나고 싶지 않은 농촌’을 정책 기조로 내세우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바이에른주는 ‘도시와 농촌의 삶의 질을 균등히 하자’는 걸 기치로 각종 복지 시설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병원은 반드시 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게 했고, 육아와 교육 시설을 완비했다. 아이드하우젠 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호프하임 병원’은 기초 질병 치료부터 초음파 검사 같은 각종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 독일 바이에른주 아이드하우젠 마을은 복지 확충으로 유출 인구가 급격히 줄었고, 이는 자연스레 마을 자치까지 활발하게 이뤄지는 선순환을 가져왔다. ⓒ KBS ‘독일 농촌에서 미래를 보다’ 갈무리

아이드하우젠은 복지 시설 확충으로 주민들의 이탈이 줄고 외부 유입이 늘어 인구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마을이 활기를 띠자, 주민들 스스로 유대감을 형성해 마을 자치를 시작했다. 마을에 불편한 사항은 협동조합 형태로 해결해나갔다. 예를 들어,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생필품을 도시로 나가서 사야 하는 번거로움을 겼었는데, ‘마을 자치 상점’을 세워 불편을 해소했다. 상점은 필수 생필품뿐 아니라 주민이 직접 생산한 물품도 판매한다. 발생한 수익은 마을 자치에 사용된다.

젊은 귀농인은 교육복지에 끌린다

농촌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농림축산부가 실시하는 귀농⋅귀촌 관련 통계에는 ‘자녀 교육’의 수요가 잡히지 않는다. 이는 애초에 귀농⋅귀촌 인구가 대부분 자녀를 슬하에서 떠나 보냈기 때문이다. 이민 전문 회사 <그늘집> 통계에 따르면 젊은 부부가 이민을 결정하는 요인 중 ‘자녀 교육’(31%)이 가장 높았다. 그만큼 젊은 귀농 인구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교육’ 복지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젊은 부부들의 이동에 ‘자녀 교육’이 중요하지만, 농촌 지역 관련한 다수 연구가 소득 또는 노인 평생교육에 치중되어 있다. 특히 농촌 문제는 자녀 교육 문제와 결부되지 않아 해결이 겉도는 측면이 있다. 젊은 귀농인 유입을 위해서는 정부의 귀농 정책에서 교육복지 분야가 확충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지자체도 젊은 귀농인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교육복지를 마련하느라 힘쓰고 있다. 경북 영천시는 교육복지 확충으로 귀농 인구가 늘어난 사례다. 영천시는 귀농 인구 유입 확충과 영천시 고교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2013년 영천 인재 양성원을 개원했다. 영천지역 고교생들이 참석해 방과 후 대구에서 초빙한 학원 강사들과 국어⋅영어 등 주요과목 6개를 주 15시간 공부한다. 운영비는 영천시 장학회에서 충당해 학생 부담은 없다. 이런 노력으로 영천시는 2013~2015년 귀농 인구 262명, 귀촌 인구 152명에 동반가구원 수 110명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동반가구원 수가 영천시보다 높은 곳은 전국에서 7곳에 불과하다. 특히 30대 이하 귀농·귀촌인 69명 중 동반가구원 수가 51명을 기록하는 등 젊은 가구 유입이 늘었다.

   
▲ 영천시는 인재양성원을 열어 자녀 교육을 걱정하는 젊은 귀농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영천시청

경북 청송군도 지자체 차원에서 자녀 교육 복지에 힘쓰고 있다. 청송군은 2009년 8월 청송 인재 양성원을 개원해 농촌인 자녀들의 교육에 신경을 썼다. 선발된 학생들은 무료로 대도시 유명 강사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혜택도 주어졌다. 청송군은 교육 복지에 수업의 질뿐만 아니라 재정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 5월 청송군인재육성장학회는 대학생과 고교생 115명에게 1억7천여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런 노력으로 청송군은 최근 5년간 674가구(1천302명)가 귀농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국의 농업 이야기는 ‘경제’로 수렴한다. 학계도 농업 관련 연구나 논문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농촌의 혁신시스템, 농촌 수익 구조 창출 등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고령화한 농촌에 일손이 모이지 않는 것은 경제적 부분도 있지만, ‘농촌이 살만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농촌 삶의 질이 좋아져야 귀농인도 모여들고, 농촌이 직면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지역농업이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대산농촌재단과 함께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개설한 [농업농촌문제세미나]와 [지역농업이슈보도실습] 강좌의 산물입니다. 이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등이 참여해서 강의와 농촌현장실습 또는 탐사여행을 하고 이를 취재보도로 연결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동행하는 지도교수는 기사의 틀을 함께 짜고 취재기법을 가르치고 데스크 구실을 합니다. <단비뉴스>는 이 기사들을 실어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 : 유선희 기자

[송승현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장, 편집부, TV뉴스부, 시사현안부 송승현입니다.
불가능에 지레 겁먹지 않겠습니다. 강자보단 약자의 목소리를 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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