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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經筵)으로 본 연산군과 박근혜
[역사인문산책] 리더십
2017년 01월 17일 (화) 13:20:57 황두현 기자 whoami3@nate.com
   
▲ 황두현 기자

‘쾌도난마(快刀亂麻)’. 어지러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6세기 남북조 시대를 풍미했던 북조 동위(東魏)의 효정제를 모시던 승상 고환의 이야기다. 고환은 여러 아들 중 누가 출중한지 시험하려고 뒤엉킨 실타래를 나눠주고 풀라는 명을 내렸다. 다른 형제들이 차근차근 실오라기를 풀어나갈 때 둘째 고양은 "어지러운 것은 베어버려야 한다"며 칼을 들어 실타래를 잘랐다. 이 고양이 나중에 효정제를 몰아내고 북제(北齊)를 세워 즉위한 문선제다.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 알렉산더가 잘라버린 매듭으로 ‘쾌도난마’처럼 어려운 문제를 대담성으로 푼다는 의미다. 흔히 후고구려라 불리는 고려(高麗, 훗날 태봉)를 세운 궁예도 쾌도난마형 리더의 전형이다. 분류한다면 정치인 박근혜도 쾌도난마형에 가깝다. 수도이전이나 얽힌 인사문제에서 원칙과 신뢰라는 말을 내세우며 결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 원칙이 수첩에 적힌 것이어서 ‘수첩공주’라는 창의성이 결여된 지도력으로 비판받았다. 지금서야 알고 보니 그마저 국민과의 신뢰가 아닌 비선과의 결탁이었다. 다양한 국민의 이해관계를 반영해야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쾌도난마식 문제 해결은 독단으로 빠지는 허방다리다.

   
▲ 광장에 모인 1,000만 시민의 목소리를 세종은 들었을까. ⓒ Flicker

쾌도난마의 대척점에 세종의 아우라가 빛난다. 그것도 왕조시대에 보여준 소통의 리더십이니 더욱 돋보인다. 새로운 정책이나 법을 시행하려면 반대가 뒤따른다. 세종 때도 그랬다. 민족 주체성을 살려 백성의 편의를 도모한 '한글 창제'나 공평 과세의 실현으로 백성 부담을 덜어준 토지세제 개편 ‘공법(貢法) 시행'이 그렇다. 하지만 세종은 한글 창제를 반대하는 신하를 내치거나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논리적 설득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공법은 여론조사를 통해 찬성이 나왔음에도 무려 14년간 결점을 보완하고 나서야 전면시행에 들어갔다. '내가 옳으니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강압은 없었다. 더구나 한글 창제 때는 '친히 언문 28자를 지었다'고 명기하며 훗날 명나라 사대(事大)에 문제가 발생해도 자신이 직접 책임진다는 자세까지 보였다.

경청하고 대화하는 세종은 성군으로 불린다. 하지만, 군주가 모든 면에서 지적으로 뛰어나거나 성인의 자질을 가질 수는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려나 조선 시대 '경연(經筵)' 제도를 운용했다. 학문과 덕행이 뛰어난 신하를 스승으로 받들어 임금이 가르침을 받고, 때로는 신하와 임금이 언쟁을 벌인다. 세종과 정조 같은 소통의 군주들은 경연에 성실하게 귀 기울였다. 연산군은 달랐다. 갑자사화 뒤로는 아예 경연을 주최하는 홍문관을 없애 버렸다. 광해군 역시 재위 15년간 단 13번의 경연에 참여하는 데 그쳤고, 신하들 가르침에 귀를 닫았다. 연산과 광해는 반정으로 쫓겨났다. 소통을 멀리하고 독단에 빠진 군주의 말로다. 국민이 아닌 비선 목소리만을 문제 해결의 열쇠라 믿고 민주주의를 농단한 대통령이 역사에 기록될지는 자명해 보인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김소영 기자

[황두현 기자]
단비뉴스 편집부, 청년부, 시사현안부 황두현입니다.
기사 몇 줄의 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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