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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밖으로 전해지는 대작의 아우라
[공연] '미스 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
2016년 12월 20일 (화) 18:03:06 유수빈 기자 holasoop@naver.com

"드디어..!" <미스 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의 개봉 소식에 SNS 상에서 보인 반응이다. 지난 2010년 서울 공연과 몇 차례 지방 투어 이후 중단됐던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귀환을 반기는 관객들의 열기가 뜨겁다. 개봉 2주차에 3만 6천여 명을 기록한 누적 관객 수가 이를 증명한다. 이번 공연은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의 지휘 하에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오른 공연을 스크린으로 옮긴 실황 공연이다.

   
▲ 국내 뮤지컬 스타인 홍광호가 한국 배우 최초로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공연으로 화제를 모은 '미스 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의 포스터. ⓒ UPI 코리아

스크린으로도 공연의 감동이 전해질까?

뮤지컬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순간적으로 뿜어내는 에너지가 스크린으로 옮겨져도 그 감동은 여전할까? 기대를 안고 실황 공연을 보러 가면서도 의문스러웠다. 그러나 스크린으로 보는 실황이 직접 보는 공연에 비해 감동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기우였다. 카메라 시선으로 재현된 실황 공연은 공연장의 분위기를 느끼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오히려 카메라 클로즈업으로 인물의 표정과 감정을 생생하게 담아내 몰입도가 높았다. 다양한 카메라 각도로 화려한 무대 디자인을 꼼꼼하게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영화적 요소인 편집도 생생한 공연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일조했다. 특히 큰 스케일의 무대를 높은 곳에서 조망하는 화면에 인물들의 표정을 덧씌워 편집한 장면은 전체와 디테일의 조화를 살린 연출이다.

   
▲ 무대를 다양한 각도로 촬영해 한 화면에 재현한 편집은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 미스 사이공 25주년 틀별 공연 스틸컷

실황 공연은 화면만큼 소리에도 신경 썼다. 무대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디지털 처리를 하지 않은 생생한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오케스트라와 배우들의 목소리를 별도로 더빙하지 않고 공연 목소리 그대로 살린 것은 현장의 공기까지 전하는 듯했다. 덕분에 공연 실황은 매끄럽고 아름다운 영화적 완성품이 아니라, 공연의 날 것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살린 매력적인 공연으로 다가왔다. <미스 사이공> 25주년 실황 공연은 영화와 공연의 장점을 동시에 살린 연출이 빛났다.

   
▲ 클로즈업샷은 투이(홍광호)의 죽음에 절규하는 킴(에바 노블자다)의 감정을 절절하게 전한다. ⓒ 미스 사이공 25주년 틀별 공연 스틸컷

휘몰아치는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미스 사이공>

<레 미제라블>, <캣츠>, <오페라의 유령>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알려진 <미스 사이공>은 베트남 전쟁 속에서 펼쳐지는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노래한다. 큰 줄거리는 이렇다. 베트남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는 1975년 사이공의 한 클럽 드림랜드에서 열일곱 소녀 킴(에바 노블자다)과 미군 병사 크리스(앨리스테어 브라머)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미군의 갑작스러운 철수로 두 사람은 헤어진다. 전쟁이 끝난 후 다시 만난 두 사람은 헝클어진 운명에 망연자실한다. <미스 사이공>은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인물들의 사랑, 질투, 복수, 희생을 담은 이야기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뮤지컬의 서사는 단조롭다. 인물들의 감정선 또한 맥락에 맞지 않는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미군의 손에 가족들이 희생당한 킴이 미군인 크리스와 단번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부분에서 과연 그 둘이 서로에게 반하고 하룻밤 만에 사랑에 빠지는 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눈을 맞추고 “You are sunlight and I, moon(그대는 태양 나는 달)" 하며 함께 부르는 ‘Sun and Moon'(해와 달)같은 뮤지컬 넘버가 흘러나오는 순간, 아주 다른 세상에서 온 두 사람의 사랑 또한 이해된다.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휘몰아치는 음악은 공연 내내 감정선을 연결해 준다. 현란한 무대볼거리와 더불어 적재적소에서 인물의 감정을 설명해주는 세련된 뮤지컬 넘버야말로 <미스 사이공>을 단순한 신파극이 아니게 한다.

25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감동

<미스 사이공>은 1989년 런던 로열 드루리 레인 극장에서 초연됐다. 킴 역할은 필리핀 출신의 레아 살롱가가 맡았다. 이번 25주년 실황 공연에서는 레아 살롱가를 비롯해 초연 당시 배우들이 출연한 갈라 피날레가 더해져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형식인 갈라에는 중년이 된 레아 살롱가와 원숙해진 사이먼 보우먼(크리스 역), 백발을 자랑하는 조나단 프라이스(엔지니어 역)가 나와 현재의 배우들과 함께 노래하고 연기해 흥을 돋운다. 이에 열렬한 박수로 응답하는 객석의 반응은 25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뮤지컬 자체가 주는 감동을 그대로 전한다.

   
▲ 오리지널 캐스팅과 현재 캐스팅 배우, 관객이 함께하는 갈라쇼는 공연과는 또다른 감동을 전한다. ⓒ 미스 사이공 25주년 틀별 공연 스틸컷

<미스 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은 팬들의 오랜 기다림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감정을 점점 고조시켜 터뜨려버리는 음악과 극의 구성은 세 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도 지루하지 않게 했다. 대작의 감동은 25년의 시간도, 스크린이라는 매체도 뛰어넘는다. 그래서일까. <오페라의 유령>, <시카고> 등 뮤지컬도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스크린을 통해 보다 저렴하고 쉽게 뮤지컬의 매력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시도가 반갑다.


편집 : 고륜형 기자

[유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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