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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진 학생이 시장논리에 던져진 대학
[마음을 흔든 책] 구리하라 야스시의 ‘학생에게 임금을’
2016년 08월 30일 (화) 15:10:58 황금빛 기자 hgb1987@nate.com

대학생은 두 가지 의미에서 노동자다. 첫째, 교육비는 물론 먹고 살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에 본분인 공부와 관계없이, 임금노동에 시달린다. 둘째, 대학생은 교육이라는 상품을 유지하는 노동의 주체다. 이 노동은 교육상품 유지에 불가결의 요소로서 자리매김 한다. 수업참석을 넘어 배운 내용을 암기하고, 대학 체제를 위한 분주한 활동까지... 학생들이 떠안은 노동이다. 대학생들의 지속적인 노동과 인내가 없으면 대학은 존재할 수 없다.

   
▲ <학생에게 임금을> 저자 구리하라 야스시. ⓒ 서유재

공짜노동 착취에 교육의 기회균등에도 위배

학부 때부터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많은 수업료를 대학에 냈다는 <학생에게 임금을>의 저자 구리하라 야스시. 그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있으니까 열심히 공부해 그만큼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라는 기존의 생각을 바꾸며 책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1979년 생으로 와세다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도호쿠예술공과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한다.) 학생은 오히려 노동의 대가로 등록금뿐만 아니라 생활비도 국가로부터 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학생들은 재미없는 수업을 들으면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대학에 돈을 내지만, 정작 지적 활동의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게 저자의 비관적인 결론이다. 그러면서도 대학생은 미래의 중요한 노동자로 길러진다. 자본주의를 지탱하기 위해 대학에서 선진기술을 학습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미 학생 시점에 사실상 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짜 노동을 하느라 착취당하고 있는 대학생에게 임금을 주자는 주장의 근거는 여기서 나온다.
 
그렇다면 장학금을 주면 어떨까? 하지만 이것도 문제다. 일본 대학은 ‘높은 학비’임에도 ‘지급형 장학금’이 아닌 ‘대출형 장학금’이 많다. 상환 의무가 없는 ‘지급형 장학금(grant)’의 세계적 추세와 딴판이다. 대출형 장학금은 학생론으로 민간금융기관의 론과 같은 종류다. 학생들은 취직을 해도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적 활동의 권리를 빼앗기는 동시에 교육의 기회균등 원칙도 보장받지 못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대출금 ‘빚’으로 돌아가는 대학공장

그래서 그는 대학이 ‘부채학생 제조공장’이 됐다고 일갈한다. 미국 사회학자 마틴 트로우의 3단계 대학론(대학 진학률 0~15%는 엘리트형, 15~50%는 대중형, 50% 이상은 보편형 대학)을 인용하면서 현재 일본의 대학은 ‘대중형’이라고 규정한다. 과거 대학 입학지원자가 늘 때 일본정부는 사학 설립 자유화의 길을 택하면서,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부담을 방기했다고 꼬집는다. 이는 대출금이라는 ‘빚’에 허덕이는 학생 양산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대학 진학률 세계 1위, 김영삼 정부 시절 대학설립 자유화 및 대학정원 자율화,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재정 규모 0.47%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에 못 미치는 한국에도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 빚 안고 출발하는 20대, 청년실신(등록금 대출을 받았으나 취업이 늦어져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청년) 문제를 다룬 JTBC 탐사플러스 보도. ⓒ JTBC 갈무리

교육에도 시장경쟁 논리, 기업주문형 기술교육만

그는 대학 교육비 부담 주체가 정부가 아닌 학생이 되면서 교육의 ‘수익자부담 원칙’이 강화됐다고 지적한다. 교육에 시장 경쟁원리가 도입된 것이다. 학생은 장래를 위해 더 좋은 대학을 고르려 하고, 대학은 입학생 모집 경쟁에 나서기 위해 거액을 쏟아 붓는다. 대학은 학생의 권리, 교육의 질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는 투자에는 인색하다.

지적 ‘상품’이 된 대학 교육은 취업률에 의해 가치가 매겨진다. 대학은 이를 위해 기업의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는 지식만을 제공할 뿐이다. 학생들은 좋은 기업에 취직해 대학의 이미지를 높여주면 된다. 취직활동에만 내몰린 학생들은 동아리 같은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활동을 빼앗겼다. 타인과 사귀고 자기를 표현하며 의사소통을 배울 기회도 박탈당하는 것은 물론이다. 기업이 좋아하는 의사소통 기술만을 일방적으로 배운다.

학생을 위한 대학, 학생에게 자유를... 결론은 대학 무상교육

저자는 이런 문제를 대학 무상화를 통해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대학 무상 교육만이 학생들에게 지적활동, 자치활동 등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야 학생이 자신의 잠재적 힘을 찾아 발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사회는 예상하지 못한 지혜로 넘쳐흐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자가 기대하는 대학 무상화의 미래가 순진한 발상일까? 사실 이는 이미 영국을 제외한 유럽의 대륙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일본보다 경제력이 뒤지는 국가들에서도 말이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평단사업),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프라임 사업), 인문역량강화 사업(코어 사업) 등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현재 한국의 대학 구조 개혁을 둘러싼 논란. 대학의 본질과 학생의 권리, 교육 내용의 질에 대한 고민이 배제된 가운데 시장논리만 앞세우는 것은 아닌지 <학생에게 임금을>이란 책을 통해 되묻게 된다.


편집 : 박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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