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인문산책] 창조경제

▲ 강한 기자

이번엔 다를까. 측근 비리에 뚜렷한 패턴이 있었다. 대통령 임기 말 약 5년 주기로 빠짐없이 터졌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거나 실형을 받는 일은 없었다. 여당은 이름을 바꾸거나 허울뿐인 재창당으로 민낯을 가렸다. 야당은 정권을 잡으며 반사이익을 누렸다. 검찰은 대통령의 측근을 구속해 엄벌하는 공을 세웠다. 그리고 지난 4년간 납작 엎드려 침묵하며 권력에 빌붙은 행적을 면죄 받았다. “이번에도 지나가리라. 시간은 우리 편이다.” 청와대가 버티고 여야가 눈치 게임을 하는 이유다. “이번에는 다르다. 정의가 우리 편이다.” 시민이 촛불 드는 까닭이다.

맞다. 이번엔 다르다. 경제도 망쳤다. 대내적으로 소비심리가 뚝 떨어졌다. 심리적 무력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나온다. 대외적으로 코리아리스크가 커졌다. 국가 부도위험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최순실 게이트 이전보다 14% 이상 치솟았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본 외국인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할 우려도 커졌다. 부정부패 속에 거둔 성장은 모래 위에 쌓은 성 같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정치가 경제 신뢰도 갉아먹는다. 경제 당국은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2012년 10월 18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가 새누리 당사 4층 기자실에서 창조경제 정책을 발표하며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7대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하필이면 창조경제에 몰렸다. 창조경제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이번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정보와 문화를 기존 산업에 융합하는 것이 목표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무형의 산물이기 때문에 창조경제에는 초기 투자와 정책적 배려가 중요하다. 벌써 청년창업센터 예산이 대폭 축소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용감한 도전을 응원하고 안타까운 실패의 뒤를 봐줄 튼튼한 플랫폼과 인프라가 갖춰져야 글로벌 투자를 받고 글로벌 협업을 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책임졌던 공공기관과 정책기관의 책임자 상당수가 비선실세의 낙하산임이 밝혀지는 중이다.

대통령이 물러나도 숙제는 남는다. 최순실 게이트는 제왕적 대통령제, 정경유착, 정치검찰이 낳은 참사다. 이를 어떻게 개선할지 난제가 산더미다. 더불어 경제도 살려야 한다. 일본은 총리까지 나선 ‘쿨재팬’으로 문화 산업에서 저만치 앞서간다. 시진핑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의 IT기업은 한국 시장에 핸드폰을 내놓을 정도로 따라붙었다. 우리는 밀어주기는커녕 사욕 챙기기로 발목이나 잡는다. 정치리스크는 미래 산업마저 하루살이 시한부로 만든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도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같은 꼴이다. 저성장 양극화의 암담함, 브렉시트, 트럼피즘 등 험난한 대외 여건 속에서 미래 먹거리마저 처음부터 다시 찾아야 한다면 그 허탈감을 어찌할 것인가. 촛불집회에 끼어 앉아 시민의 분노에 편승하고 있는 정치권과 대권주자들이 답해야 한다. 질문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언론 현실에 촛불 민심만 답답해진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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