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아낌없이 표시하자 2016 페스티벌

“세계에서 가장 많은 GMO 작물을 수입하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아빠와 머리를 맞대고 퀴즈를 푸는 앙증맞은 딸의 표정에 호기심이 잔뜩 묻어난다. 사뭇 진지한 표정의 아빠도 답을 모르겠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아빠와 귀엣말을 나누던 딸. 자리에서 일어나 쪼르르 무대 뒤편에 마련된 인포그래픽 힌트코너로 달려간다. 이내 정답을 알아냈는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빠 곁으로 돌아온다. 고사리 손으로 적은 답은 어느 나라일까? 한국이다. 지난 22일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열린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완전 표시제 지지를 위한 ‘아낌 없이 표시하자 2016’페스티벌의 풍경을 담아봤다.

▲ 22일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열린 ‘아낌없이 표시하자 2016’페스티벌에는 주최 측 추산 2000명이 넘는 조합원과 시민들이 오갔다. ⓒ 박기완

GMO 작물 수입 1위국 한국 오명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은 GMO작물 수입 1위다. 우리나라 1인당 1년 GMO 작물 소비량은 42kg이다. 쌀이 67kg이니 1년간 소비가 주식인 쌀과 맞먹을 정도로 GMO 작물을 많이 먹는다는 얘기다.

많이 먹는 만큼 국민 건강을 챙기는 GMO 관련 법안도 꼼꼼하게 마련됐을까? 그렇지 않다. 아직 국회에 표류 중이다. 지난 9월 6일 경실련 소비자 정의센터, 소비자시민모임, 아이쿱생활협동조합이 「식품위생법」,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건강기능식품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청원을 국회에 냈다. 하지만, 몇몇 국회의원의 반대로 대기 중인 상태다.

선진국은 GMO 규제, 한국은 관련법 국회표류

GMO는 ‘유전자 조작 생물(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의 준말이다.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작물을 가리킨다. 1994년 최초의 GMO 작물인 무르지 않는 토마토로 시작해 지금까지 종을 넓혀 나가는 중이다.

GMO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것은 2012년 칸 대학의 실험. GMO를 2년간 생쥐에게 꾸준히 주입하자 탁구공만한 종양이 생겼다는 결과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 이후에도 과학자들 사이에서 GMO 작물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끝없이 이어진다.

안전성 논란이 일자 선진각국은 즉각 대책마련에 나섰다. 유럽은 GMO 수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일본 식품회사들은 GMO를 쓰지 않는다.  대만은 GMO 원료가 포함된 모든 식품에 GMO 허용치를 의무적으로 적는다.

간장, 된장, 콩기름, 사이다, 콜라... GMO제품

문제가 되는 작물은 GMO 콩과 GMO 옥수수다. 한국바이오안전성센터의 2015년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식용 GMO 옥수수 111만 톤, 식용 GMO 대두 103만 톤을 외국에서 사온다.

콩은 각 종 간장, 된장 등 장류와 기름 짜는데 쓰인다. GMO 콩을 쓰는 식용유를 쓰는 튀긴 음식의 대부분은 GMO의 위험성을 의심 해봐야한다.

옥수수는 액상과당의 주성분으로 주로 단 맛을 낸다. 우리가 흔히 먹는 콜라와 사이다에도 들어간다. GMO의 위험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음식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 10월 10일에 시작한 GMO 완전 표시제 서명은 목표치인 10만 명을 넘겨 12만 명까지 달성했다. ⓒ 박기완

12만 명이 넘는 시민들의 GMO 완전표시제 서명

▲ 한 여자 어린이가 ‘GMO OUT’이라는 딱지를 던지며 땅따먹기 놀이를 즐기고 있다. ⓒ 박기완

이 날 행사는 서울 수도권 지역 33개 약 200명의 조합원들이 부스를 만들었다. 각 부스 GMO 딱지치기, 인포그래픽 GMO 퀴즈, 10만인 GMO 완전표시제 서명 벽 등으로 꾸몄다.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GMO를 알 수 있도록 한 취지다.

▲ ‘아낌없이 표시하자 2016’페스티벌에는 GMO에 관련된 체험 행사와 인디밴드의 공연과 마술과 마임 등의 공연이 펼쳐졌다. ⓒ 박기완

또한 ‘비버의 숙제’라는 어쿠스틱 밴드의 공연, 마술과 마임 공연 등이 펼쳐져 가족단위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성남 아이쿱 조합원인 이향숙(40,여)씨는 “GMO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평소 가려 먹기 위해서 노력한다.”며 “GMO 작물을 들여올 수 밖에 없다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표시를 의무화 해줬으면 좋겠다.”고 희망사항을 밝힌다.

커플 차림 한복을 입고 경복궁 가는 길에 들렸다는 박정훈(19)씨도 “GMO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GMO 작물이 몸에도 안 좋고, 환경도 파괴시킨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GMO 완전 표시제가 필요하다.”는 기대감을 드러낸다.

아이쿱이 진행한 GMO 완전 표시제 개정안을 위한 서명은 지난 10일 시작해 22일까지 목표치인 10만 명을 훌쩍 넘긴 12만 명으로 마쳤다.

GMO 안 쓰는 경우 NON-GMO 표시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제부터다. 서명의 국회 표류중인 GMO 관련 법개정안의 발목을 잡는 몇몇 국회의원들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

나아가, GMO를 안 쓰는 제품의 경우 NON-GMO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GMO 사용을 줄여 나갈 수 있을 테니까.

아이쿱 생협 GMO 완전표시제 특별위원회 이은정 위원장은 “현재 식약처가 GMO 표시 대상이 아닌 상품에는 NON-GMO 표시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지금 시행되고 있는 법에는 이러한 내용이 없기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바꿔 나갈 계획.”이라고 들려준다.

식품 업체를 위한 GMO 제품 천국으로 남을 것인지. 소비자를 위해 철저한 GMO 검증국으로 갈 것인지. ‘GMO 완전 표시제’가 그 갈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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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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