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16 함께서울 정책박람회 [여기는 시민 시장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서울 시청 앞 광장 등에서 '2016 함께서울 정책박람회'가 '시민의 마음을 담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시민과 정책성과를 공유하고, 새로운 정책을 자유롭게 제안하는 장을 만들자는 취지다. <단비뉴스>는 ▲ 여기는 시민 시장실 ▲ 서울 해결책방 프로그램을 시민, 청년의 눈으로 집중취재했다. (편집자)

서울광장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서울시NPO지원센터. 6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동안 “폐지 줍는 어르신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요?”라는 주제로 ‘여기는 시민 시장실’이 진행됐다. 같은 주제로 이날 광진구, 동작구, 성북구, 중랑구 4개 지역에서도 의제 토론이 동시에 이뤄졌다.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더 많은 시민들과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폐지 줍는 노인 서울 25만여 명, 전국 170만여 명”

“일하는 노인의 경우 우울증이 나타나는 비율이 18.7%, 일하지 않는 노인의 경우 우울증 비율이 33%”라며 “일하시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자존감을 높이고 보람있게 일 할 수 있는 노동여건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윤기돈 NPO지원센터 프로젝트 매니저가 말문을 열었다.

이어 “복지혜택을 못 받는 분들이 거리에 나가서 폐지를 줍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서울시 25개 구에서 각각 1만여 명 정도는 폐지를 줍고 계실 수도 있다”고 열악한 노인 일자리 현실을 들려준다. 전국적으로는 폐지 줍는 노인이 170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 6일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진행된 ‘여기는 시민시장실’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윤기돈 프로젝트 매니저는 “NPO지원센터에서 우리 동네를 변화시키는 생활의제 프로젝트 ‘함께상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폐지 줍는 어르신의 일상변화를 위해 고민하는 주제도 그중 하나다”라고 소개했다. ⓒ 박희영

노인 빈곤율 49.6%,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

“서로 폐지 줍는 것 때문에 싸우는 일이 발견되기도 하고, 어떤 어르신은 폐지를 주워 끌어안고 밤을 새우는 광경을 보기도 했어요. 아직 관에서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못 쓰는 것 같아요. 저희가 먼저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한 달 동안 생활실태조사를 했습니다. 계양구 계산2동 안에서만 폐지 줍는 어르신이 100여 분이세요.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교통사고에 노출돼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걸 발견했어요. 도시계획법에 따라 고물상이 전부 다 도시 밖으로 빠져나가잖아요. 어르신들이 폐지 1~2kg를 가지고, 한두 시간씩 고물상을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이른 새벽에 폐지를 주워서 늦은 저녁에 가다 보니까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너무 많아요.”

▲ 인천 '내일을여는집' 실버협동조합을 창설하고 5년째 운영을 맡고 있는 손재오 시설장이 발언하고 있다. ⓒ 박희영

인천 '내일을여는집' 손재오 시설장의 말이다.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지역마다 폐지 줍는 노인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사단법인으로 출발해 현재 협동조합으로 키워 1만2천여 명의 어르신들께 일자리를 알선하고, 150여 명께 무료급식을 지원하는 중”이라고 소개한다.

현재 인천 '내일을여는집'에는 1350여 명의 조합원이 활동 중이다. 지역 내 노인을 대상으로 교통안전 교육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다 생필품을 지원하며 조합원을 모았다. 대형마트, 교회, 학교 등과 협약을 맺고 폐지를 받아 판매한 수입으로 조합원의 소득 증대를 돕는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49.6%로 가장 높은 나라다. 2015년 서울시 통계를 기준으로 서울의 60세 이상 인구 중 월 소득이 50만 원 미만인 사람이 21.7%를 차지한다. 같은 해 보건복지부가 밝힌 1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61만 7281원이다. 서울시 60세 이상 인구 가운데 5명 중 1명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저소득층임을 말해준다.

폐지를 예술품으로 승화시켜 노인 돕기

“폐지 줍는 어르신을 많이 부각하진 않아요.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보다는 진짜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자. 소셜 아트 플랫폼을 구성하려고 해요. 거래하는 과정에서 어르신께 도움을 드리지만, 사업은 일반 미술업계 사업하고 똑같은 구조로 가려고 하는 거죠. 그런 구조 속에서 폐지 줍는 어르신한테 임금을 더 높게 드릴 수 있는 거고요. 저희가 만든 캔버스를 1만 원에 사가신 어떤 작가분은 캘리그라피를 해서 7만 원에 되파시더라고요(웃음).”

‘폐지 줍는 노인’에 관심을 가지는 또 다른 활동가 기우진 러블리페이퍼 대표의 말이다. 대안학교 푸른꿈비전스쿨 교사이기도 한 그는 “2013년까지만 해도 폐지가격이 130원이었는데, 폐지를 많이 모아서 이분들을 도와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러블리페이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들려준다.

이들은 노인들이 주어온 박스 등의 폐지를 고물상의 10배 가격으로 사들인다, 1kg에 70원인 폐지를 700원에 구입하는 것이다. 재능기부자를 모아 폐지로 캔버스를 만들고 여기에 그림을 그리면 어떻게 될까. 3천 원에서 1만 원 정도에 팔린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고스란히 폐지 줍는 노인 돕기에 쓰인다.

“고물상을 동주민센터에 설치해 노인복지 허브로”

“올 초 주간경향에서 폐지 줍는 노인 기사를 다뤘는데요. 제가 주목했던 부분은 서울시의 노인복지 관련, 재활용 관련, 시니어 관련 3개 부서가 제각각의 생각만 하고 일하다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대목입니다. ‘여기는 시민 시장실’은 어떻게 공공 정책화 할 수 있을까, 시장에게 직접 제안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자리입니다. 행정기관은 칸막이 구조가 있고. 부서별로 나뉘어 있다 보니 자기부서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경우가 대단히 많거든요. 그 부분을 가장 먼저 해소해야 돼요.”

문성훈 서울시 시민협력팀 주무관이 ‘여기는 시민 시장실’ 토론의 취지를 짚어준다. 그는 이어 “폐지 줍는 노인 문제의 본질은 노인의 빈곤과 복지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폐지 줍는 노인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는 것과 노인들이 굳이 폐지를 줍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 중 어떤 목표를 설정하느냐에 정책 방향이 다를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유롭게 ‘고물상 공공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는 문성훈 서울시청 시민협력팀 주무관. ⓒ 박희영

문 주문관은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사업과 연계해 ‘고물상 정기적으로 찾아가기’ 아이디어를 내놨다. 고물상에 폐지를 주워오는 노인들 실태를 조사해 복지자원을 투여할 방안을 강구해보자는 의견이다. 고물상을 공공화해서 지역 내 복지허브로 만들고 이곳을 찾는 노인에게 기본소득과 비슷하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방법을 모색하자는 발전된 모델도 들려줬다.

이에 대해 소준철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학 박사과정생은 “고물상이 동 주민센터나 사회복지센터에 같이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며 “폐기물관리법에서 걸리는데, 환경부 혹은 폐기 관련 부서가 아이디어를 같이 짜면 좋겠다”고 공공 고물상에 대한 생각을 보탰다.

박원순 시장, 광장은 시장실 참가 시민과 만나

▲ 서울광장에 마련된 ‘광장은 시장실’ 프로그램에서 면담을 신청한 시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잠시 생각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 박희영

‘광장은 시장실’이라는 프로그램도 이날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일반 시민이 서울 시장을 직접 만나 서울의 현안이나 정책 제안을 풀어 놓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다. ‘광장은 시장실’이 이를 충족시켜 준다. 지난 9월 30일까지 정책박람회 홈페이지에서 사전등록을 한 시민들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박원순 시장은 시민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며 시민 의견에 더 귀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그 약속이 더 많은 ‘광장은 시장실’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 '2016 함께서울 정책박람회'가 열리는 3일간 서울광장 공유마당에서 서울시의 다양한 정책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정책전시가 이뤄졌다. ⓒ 박희영
▲ 119대원이 소화전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파주시 교하동에서 온 고영재(46)씨는 “시청 쪽에서 아내와 6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아들과 서울광장 잔디에서 기다리려고 왔다가 교육적인 프로그램이 있어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 박희영

이 기사는 서울시의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 '내 손안에 서울' (http://mediahub.seoul.go.kr/) 에도 실립니다.

편집 : 강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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