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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빠진 자리에 관객 중심 문화 싹터
[BIFF] 부산국제영화제 '아주담담 x 관객토크'
2016년 10월 14일 (금) 20:05:30 서지연 기자 moolkyul@hanmail.net

올해로 제21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선보이며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다이빙벨 상영 논란’ 이후 주최 측은 2년여간 부산시와 갈등을 빚었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영화제로 이어졌다.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조가 보이콧을 선언했고, 독립영화협회만이 유일하게 얼굴을 내밀었다. <부산행>과 <터널> 같은 흥행대작들은 내려오지 않았다.

   
▲ BIFF HILL 관객 라운지 왼쪽에 부산국제영화제의 상징인 I love BIFF 간판이 걸려있다. © 서지연

예산은 25%나 깎였다. 태풍과 김영란법 등 영화 외적인 조건도 악재로 보였다. ‘스타 없는 영화제’라는 수식어를 달고 막을 올린 부산국제영화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객석에서 <해방된 관객> 무대 위로

<해방된 관객>에서 자크  랑시에르는 관객의 능동성에 초점을 맞춘다. 관객을 텍스트 바깥의 관찰자 역할에만 두지 않고, 작품의 해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체로 주목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과 9일. BIFF HILL 관객 라운지에서 관객문화단체인 ‘모퉁이극장’이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와 협업해 개최한 <아주담담 x 관객토크>는 랑시에르의 이론을 현실화시켰다. 천만 관객으로 뭉뚱그려져 언제나 수동적 입장에만 머물던 관객을 무대 위로 끌어 올렸다. 스타들이 빠진 영화제였던 만큼 관객주도형 행사의 의미는 남달랐다.

   
▲ BIFF HILL 관객 라운지에서 모퉁이극장의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관객토크를 이어나가고 있다. ©서지연

1회부터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오래된 벗들

무대 위에서 주역이 된 관객들은 무엇부터 얘기했을까? 나는 어떤 관객인지, 어떻게 영화제를 찾게 됐는지부터 말문이 트였다. 서병도(77) 관객문화활동가를 비롯해 참석자들은 1회부터 쭉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며 즐긴 오래된 벗들이다. 서병도 활동가는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서 처음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당시를 떠올리며 감회에 젖었다.

영화를 배우는 학생들은 해외 영화제에서 상 받은 흔치 않은 작품을 미리 접할 수 있어서 영화제를 찾는다고 털어놓는다. 티켓 예매를 위해 아침부터 긴 줄을 서 기다리는 일마저도 특별한 추억으로 간직된다고 들려준다.

유명 감독과 영화배우를 만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흡연실에서 이들을 만나는 행운은 보너스다. 김가이(33) 활동가의 말처럼 이날 행사의 깜짝 특별 게스트는 관객 한 명 한 명임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 관객들이 서로 BIFF 영화제를 즐기는 방법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 서지연
   
▲ 9일 BIFF HILL에서 <아주담담x관객토크>에 참여한 관객들이 “we all love and miss you Abbas thanks for all the film may you rest in peace"라는 팻말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 서지연

이란 출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을 회고하며

9일 열린 관객토크는 올해 작고한 이란 출신 명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에 대한 회고담으로 꽃피웠다. 그의 영화는 팬들의 삶 속에 특별하게 자리 잡았다.

양송이(21) 씨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올리브 나무 사이로> 작품에서 사람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으려 노력했던 부분이 가슴에 남는다”고 더는 그를 볼 수 없음에 아쉬움을 드러낸다.

<모퉁이극장> 운영팀장인 변혜경(42) 씨에게 압바스 감독의 영화란 20년의 기억이다. 그는 “1회 BIFF를 통해 본 <체리향기>로 감독님과 이란영화를 알게 됐다”며 “감독님 영화는 아름다움이 소모되지 않으면서도 인위나 과장이 없어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며 고개 숙인다.

평소 “관객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압바스 감독의 철학대로 이번 영화제만큼은 관객이 주인공이 되는 느낌이다.

영화문화에 관객의 목소리를 기록, 상영, 복원

<아주담담 x 관객토크>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영화감독이 꿈인 임희수(22) 씨는 “영화가 끝나고 영화 이야기를 나눠 볼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며 “영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너무 적어 이곳을 알게 됐을 때 너무 좋았다. 영화 이전에 사람이 있기에 결국 영화도 좋은 것 아닌가”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모퉁이극장>은 2012년부터 관객 중심의 문화학교, 상영회 및 관객 리뷰단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관객들의 목소리를 상영, 기록, 복원하는 ‘시네마-피플-테크’다.

김가이(33) 활동가는 “영화문화에는 영화감독, 배우, 평론가 이렇게 영화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문화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모퉁이극장의 취지”라며 “객석에 머물러있던 관객, 수동적인 천만 관객 한 명 한 명 응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 BIFF 영화제를 응원하는 영화감독 및 스타들의 사진이 자리한 곳 한 군데, 모퉁이극장의 김현수 대표가 관객의 볼 권리를 짓밟는 부산시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 걸려있다. © 서지연

김현수 대표(38)는 처음 <모퉁이극장>을 시작할 때 리버풀 축구팬들처럼 영화 관객들도 함께 영화에 환호하고 즐기는 것을 머릿속에 그렸다.

그는 “영화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방법은 자연스럽게 ‘영화 친구를 사귀는 것’”이라고 노하우를 들려준다. 영화를 함께 보고 다양한 영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영화를 보는 시야도 자연스럽게 넓어지기 때문이란다.

10월이면 부산으로 밀물처럼 쏟아져 내려오던 씨네필들의 축제, 부산 국제영화제가 관객 중심의 영화제로 다시 한 번 르네상스의 날갯짓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단비뉴스>는 6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2016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집중 취재 조명한다. 초청작 <다이빙 벨> 불허 방침을 놓고 '예술과 정치성' 논란 속에 무산 위기까지 몰렸던 부산국제영화제. 극한 갈등을 겪으며 축소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가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국제영화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따끔한 질책과 애정 어린 시선의 기획기사, TV 뉴스 리포트를 선보인다. (편집자)

편집 : 민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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