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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서 가족으로
[TV를 보니] 넘치는 가족 방송, 그 의미는?
2016년 08월 01일 (월) 16:18:49 견민정 기자 moonshot78@gmail.com

육아 방송을 지나 이제는 가족 방송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 어디가>는 중국까지 수출된 인기 육아방송들이다. 아빠들이 어린아이들과 여행을 가고, 함께 일상을 보내는 육아방송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가족 방송이 대세다.

   
▲ 가장 가깝고도 먼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아버지와 나>. ⓒ tvN <아버지와 나> 홈페이지

힘든 현실이 “가족”을 의지케 해

불황과 고용불안, 부의 편재현상이 일상이 된 오늘날 노동, 임금, 사회 보장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열심히 살아도 달라지지 않는 현재에 보이지 않는 미래가 답답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를 의지하며 살까. 2009년 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9명이 ‘불황기에 가족이 큰 힘이 된다’고 답했다. 힘든 상황에서 개인이 의지하는 것은 바로 ‘가족’이다.

유통업계도 가족 마케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제품과 관련한 가족 이벤트를 마련하여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다. 방송계도 유통업계와 마찬가지로 가족을 내세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어려울수록 가족에 기대는 사회 심리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소통이 필요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며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육아 방송이라면, 가족 방송은 다 커버린 자식과 나이가 든 부모 혹은 함께함이 어색한 부부가 서로와 마주한다. 가족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핵가족에서 1인 가구로 형태를 바꿔왔다. 혼자가 익숙한 우리는 가족과 정을 나누는 것이 어색하다.

   
▲ 눈물을 흘리는 자신에게 핀잔을 주는 가족이 야속한 구본길 요리 연구가. ⓒ EBS1 <아버지의 귀환> 갈무리

EBS1 <아버지의 귀환>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기에 접어들었습니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은퇴 후, 아버지는 일에서 벗어난 일상이 어색하고, 가정에서의 자신의 자리가 불안하다. 가장이 없었던 시간에 익숙해 진 가족들은 갑자기 등장한 아버지의 존재가 불편하기만 하다. 그들은 충돌한다. 일상은 확연히 달라졌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 인간관계가 그렇듯 가족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들여 소통하고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지난달 종영한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비롯하여 가장 가깝고도 먼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tvN <아버지와 나>, 사춘기 자녀와 엄마의 전쟁 같은 일상을 보여주는 TV조선 <엄마가 뭐길래>, 부모와 자식의 깊은 갈등을 보여주는 EBS1 <리얼극장 행복>, 일하느라 자신을 숨기고 살았던 아빠의 본색을 보여주는 채널A <아빠본색>은 모두 가족의 소통을 지향한다. 힘든 현실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사회를 투영하는 가족 방송 소재

방송은 사회를 반영한다. 사회 변화에 따라 방송 소재 또한 변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다문화 가정은 이제 우리 사회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2013년 첫 출발을 한 EBS1 <다문화 고부 열전>은 외국인 며느리와 한국인 시어머니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2015년 2월에 종영한 KBS1 <러브 인 아시아>가 다문화 가정 그 자체를 그렸다면, <다문화 고부 열전>은 며느리와 시어머니 관계에 집중한다. 다문화와 고부갈등이 결합하여 새로운 소재가 된 것이다.

다문화 고부갈등과 함께 새롭게 떠오른 것이 장서(丈壻)문화다. 그동안 사위는 백년손님, 장인 장모가 소홀히 대할 수 없는 존재라 생각됐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SBS <자기야-백년손님>은 사위와 장모의 이야기다. 아내 없이 홀로 처가에 가 장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위들의 모습을 통해 처가 중심의 새로운 가족관계를 보여준다. 이제 아들은 처가 식구가 되었고 사위가 아들이 되었다.

   
▲ 다문화 고부 열전은 외국인 며느리와 한국인 시어머니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 EBS1 <다문화 고부 열전> 홈페이지

리얼리티 쇼 가족 방송이 주의할 점

가족 방송은 사회 현실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시청자들은 TV 속 가족에 이입한다. 그들의 모습이 나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이 소통하고 마침내 관계를 회복했을 때 함께 눈물을 흘리고 웃는다. 그렇다면 대세가 된 가족 방송을 제작할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첫째는 가족의 불화가 TV 프로그램의 소재로 소비되지 않아야 한다. 불화가 심각한 가족이 방송에 출연함으로써 관계가 개선된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개선 없이 불화가 단순히 소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연예인의 가족은 연예인이 아니다. 그들은 TV 출연과 시청자 반응에 익숙하지 않다. 부정적인 반응의 경우, 작더라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출연자가 청소년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감정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심각한 불화를 가진 가족이라면 방송이 아닌 상담을 택하는 것이 옳다. 방송으로 인해 불화가 더욱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시청자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고려해야 한다. 리얼리티 쇼로 제작되는 가족방송은 관찰카메라를 통해 그들의 일상이 담긴다. 가족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배경은 집이다. 연예인의 집은 넓고 화려하다. 시청자들은 자신과 다른 환경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종영한 SBS <아빠를 부탁해>는 금수저 논란을 겪었다. 배우 조재현의 딸 조혜정이 <아빠를 부탁해> 출연 중 여러 작품에 캐스팅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단숨에 주연으로 발탁되어 논란은 더욱 컸다. 조혜정은 첫 방송에서 ‘오디션에 자꾸 떨어져서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과거 오디션에 낙방하던 배우가 예능에 출연하고 드라마에 연달아 캐스팅된 것은 결국 ‘낙하산’, ‘금수저’가 아니냐 강하게 비판했다.

TV 속 연예인 가족의 관계가 나와 닮았다 하더라도 그들과 나의 삶은 다르다. 가족 방송은 리얼리티 쇼다. 리얼리티 쇼는 만들어진 상황이지 실재(the real)가 아니며, 시청자들은 방송이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편집 : 민수아 기자

[견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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